“한글 배우는 할머니들의 설렘 표현하려 했다”

[인터뷰] '칠곡가시나들' 김재환 감독

  • 입력 2019.02.17 18:00
  • 수정 2019.02.17 18:35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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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한글공부에 빠진 농촌지역 할머니들을 주인공으로 한 다큐영화가 곧 선보일 예정이다. 칠곡군 약목면에 사는 일곱 할머니들은 평균나이 86세로 배움이 쉽지 않은 시대와 환경을 지난 뒤에야 글공부를 시작할 수 있었다. 오는 27일 개봉하는 <칠곡가시나들>은 이 할머니들의 삶을 담고 있다. 이 영화의 연출은 <MB의 추억>, <미스 프레지던트>로 알려진 김재환 감독이 맡았다. 사진 단유필름 제공
 

칠곡지역의 한글교실 할머니들을 어떻게 알게 됐나?

한 팟캐스트에서 이 할머니들이 쓴 시를 들을 수 있었다. 그 때 이 할머니들을 만나고 싶어 칠곡을 찾았다. 지금까지 노년을 다룬 작품들은 슬픔과 죽음에 관한 컨텐츠가 많았다. 그래서 다른 시각으로 노년을 바라보고 싶었다. 또, 제 어머니도 쉽게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은 마음이었다.

감독이 본 칠곡군 약목면은 어떤 곳인가?

도시화가 살짝 진행되다 멈춘 지역이다. ‘농촌’하면 기대하는 오지가 아니다. 칠곡지역 관계자들도 경치 좋은데가 많고 시 잘쓰는 분들이 많은데 왜 그곳이냐는 반응을 보였다. 그런데 내겐 매력적이었다. 언뜻 평범한 공간이지만 골목골목을 돌면서 다른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주인공들도 중요했다. 한글 잘하고 시 잘 쓰는 할머니들을 찾는 게 아니라 한글을 배우는 설렘을 표현하고 싶었다. 약목면의 일곱 할머니들에게서 그런 점을 봤다.

촬영이 쉽지는 않았을텐데?

칠곡지역 27개 마을수업을 다 참관했다. 처음부터 영화를 찍겠다가 아니라 수업만 계속 들으면서 할머니들을 만나니 마음을 여시더라. 2016년 3월에 처음 만나고 영화 제작에 꼬박 3년이 걸렸다.

그 과정을 겪으며 드는 생각이 ‘사람이 밥으로만 사는 게 아니구나. 우리나라 노년정책에서 가장 성공한 게 문해교육이구나’였다. 그리고 이분들은 아마 우리나라 8090세대 중 가장 행복도가 높은 할머니들이 아닌가 싶다. 마을회관에서 점심 드시고 수업시간에 까르르 웃고 하는 좋은 관계가 있고 공동체문화가 있다.

할머니들의 삶이 도시민의 힐링 소재로만 여겨지는 건 아닌가?

공동체가 단절된 도시민들이 보기에 할머니들이 부러울 수밖에 없다. 할머니들이 그 연세에 찾을 수 있는 즐거움을 찾는 모습을 보면서 나이듦에 대한 제 시각도 달라졌다.

덧붙여, 관객들에게 고향의 부모님들이 자식들의 전화를 너무 기다리고 목소리를 듣고 싶어한다는 점을 알리고 싶다. 그리고 어떤 노년복지정책으로도 못해낼 일을 하는 문해교육정책을 칭찬해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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