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벗 따라 생활건강] 현미식, 과연 좋은 것일까?

  • 입력 2019.02.03 18:00
  • 기자명 나현균(한의사, 김제더불어사는협동조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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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현균(한의사, 김제더불어사는협동조합 대표)
나현균(한의사, 김제더불어사는협동조합 대표)

현미를 먹고 몸이 좋아졌다는 사람들의 체험담들로 우리 귀가 따가울 정도입니다. 당뇨환자가 먹고 좋아졌다거나 또는 비만환자가 현미식으로 비만수치들을 현저히 낮췄다는 보도 등을 접하다 보면 이제는 백미가 성인병의 주범인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그러나 과연 이 현미식이라는 것이 일반인들에게 보편적으로 권장될만한 좋은 식이요법일까요?

우리에게 쌀이 부족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아니 어쩌면 1970년대 이후를 제외하면 예전엔 거의 매년 춘궁기를 겪을 만큼 쌀이 부족한 시대를 살아 왔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한 일은 그렇게 쌀이 귀한 시절에도 사람들은 몸에도 좋고 수고도 들이지 않아도 되는 현미식을 마다하고 애써 쌀을 깎아 내고 하얗게 백미로 만들어 먹었다는 것입니다.

단지 백미가 맛이 더 좋아서 그랬을까요? 부자라면 몰라도 굶주림에 허덕여 춘궁기 땐 풀뿌리와 나무껍질을 캐 먹어야만 했던 서민들에겐 그런 사치가 통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타당한 추론이라면 현미를 먹고 탈이 나는 경우가 많았기에 그것을 갈아서 백미로 만들어 먹었으리란 것입니다.

필자도 한때는 현미가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현미식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웬일인지 현미를 먹으면 속이 편치가 않았습니다. 위장이 약해서 고생한 경험이 있었던 저였기에 제 나름대로는 현미가 비록 좋다고는 하지만 나에게는 맞지 않는가보다 하고 판단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나중에 여러 사람들의 경험과 글을 연구하면서 저 자신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에게도 현미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현미에는 과연 어떤 문제점이 있을까요?

모든 식물은 거친 자연에서 살아남기 위한 일환으로 자신을 먹어 치우는 동물들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하고자 일정한 부위에 독성물질들을 생산해 왔습니다. 대부분의 곡물류는 동물들이 쉽게 자신의 씨앗을 소화시켜 없애 버리는 것을 막기 위해 단단하고 독성이 있는 물질들을 속껍질에 배치해 속을 보호하게 했습니다. 그것이 바로 ‘렉틴(Lectin)’이란 물질입니다.

이 렉틴이란 물질은 단지 소화만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장점막을 손상시켜 동물들로 하여금 심각한 부작용을 겪게 만들어 그 식물을 피하게 만들었던 것입니다.

바로 여기에 답이 있습니다. 바로 현미에 있는 렉틴 때문에 옛날 사람들은 현미를 먹고 속이 불편했을 것입니다. 따라서 현미를 수도 없이 많이 먹어 보고 판단한 결과 속껍질을 제거하는 수고를 들이더라도 백미로 만들어 먹는 게 건강에 훨씬 득이 된다는 것을 체험하게 됐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렉틴의 부작용을 적절히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가장 보편적인 방법이 익혀 먹는 것입니다. 그러나 현미처럼 좀 더 단단한 것들은 익히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것을 해결할 도구로 옛날에는 없었던 것이 현대에는 있습니다. 바로 압력밥솥입니다. 이제는 현미 소화가 어려웠던 사람도 압력밥솥으로 충분한 시간을 들여 밥을 지으면 렉틴이 상당부분 파괴된 밥을 먹을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압력밥솥으로 가열해도 껍질이 잘 분해되지 않는 곡물이 있는데 대표적으로 밀이 있습니다. 따라서 통밀로 뭘 만들었다며 그것을 웰빙식품으로 선전하는 것엔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밀과 호밀, 그리고 귀리와 보리 등의 속껍질은 렉틴의 제거가 어려운 대표적인 곡물들로, 속껍질 째 먹으면 반드시 부작용을 일으키게 돼 있습니다. 따라서 이런 종류의 곡물은 반드시 속껍질을 제거하고 드시길 권고 드리는 바입니다. 즉, 통밀가루 보다는 하얀 밀가루가 낫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수입 밀가루라면 아무리 하얗더라도 또 다른 부작용이 많습니다.

남들이 이것이 좋네 저것이 좋네 아무리 떠든다 해도 자신이 직접 체험해 보고 느껴서 자신의 몸에 맞는지 안 맞는지 확인하기 전까지는 남들 말에 휘둘리지 마시기 바랍니다.

새해 농부님들의 건강과 장수를 기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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