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관세율 513%, 국별쿼터 요구로 ‘흔들’

농식품부, 밥쌀 수입 등 쌀 수출국과 협상 쟁점 브리핑
“쌀 생산조정 압박 등 감산 현실엔 눈감나” 비판 일어
전농 "밥쌀용 쌀 국별배정, 통상주권 포기" 성명 발표

  • 입력 2019.02.03 18:00
  • 수정 2019.02.03 18:06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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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쌀 관세율 513%를 지키기 위해 관세화 선언 이후 삭제한 ‘국별쿼터’를 되살리는 안이 검토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이개호, 농식품부)는 지난달 2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WTO 쌀 관세화 검증 협의 동향’을 설명했다. 이날 정일정 국제협력국장은 “지난 2014년 관세화 유예기간이 종료돼 우리 정부는 1986년~1988년 국내외 가격차에 따라 관세율을 513%로 산정해 국제무역기구(WTO)에 통보하고 2015년 1월 1일부터 관세화를 시행했다”면서 “하지만 주요 쌀 수출국인 미국, 중국, 호주, 태국, 베트남 5개국이 관세화 산정방식과 TRQ 운영방식 등을 문제 삼아 이의를 제기해 검증 협의가 진행 중이다”고 말했다.

쌀 수출국들과의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관세율이 너무 높다는 점과 TRQ 운영 중 자국의 수출비중을 안정적으로 배분 받기를 원하는 ‘국별쿼터’ 물량이다.

TRQ 물량은 5%의 낮은 관세로 매년 40만8,700톤이 고정돼 우리 시장에 들어오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4년 쌀 관세화 전면개방을 선언하면서 30%(약 12만톤)의 밥쌀의무수입량과 국별쿼터 배분 의무를 벗었다.

2014년 9월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기자실에서 쌀 관세화율 513% 및 쌀산업발전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2014년 9월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기자실에서 쌀 관세화율 513% 및 쌀산업발전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하지만 이날 농식품부는 올해로 513% 검증 5년째라는 부담감을 드러내며 “검증이 장기화 되면 상대국에서 WTO에 제소할 수 있고, 굉장히 불안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점을 앞세웠다. 밥쌀을 전혀 수입하지 않는 것도 내국민대우 규정에 위배돼 문제될 수 있다거나 국별쿼터를 양보하고 513%를 지키는 것이 실리라는 것이 요지다.

이는 5년 전 513% 관세를 지키겠다던 농식품부의 공언도, 가까이는 문재인 대통령 후보시절 발언도 모두 허풍으로 남기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

2014년 9월 30일 WTO에 ‘쌀 양허표 수정안’을 제출할 때 당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의원들은 △관세율 513% △MMA 용도규정 삭제 등을 반드시 지키라고 한목소리로 주문했다. 이동필 당시 농식품부 장관은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쌀 관세화에 대한 우리 조건을 관철하는 데 신명을 다 바치겠다”고 말했다. 2017년 대선후보 시절 문재인 대통령은 경기도 안성에서 “농민의 삶을 보장하기 위해서라도 밥쌀 수입은 금지돼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농식품부 농업통상과 관계자는 “우리나라에 베트남 쌀 수출량이 늘면서 미국과 중국 등 기존 쌀 수출국들의 불안감이 이의제기로 표출되고 있다”면서 “513%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모색 중이다”고 관세화 협상 분위기를 전했다.

2월 중에도 쌀 협상이 예정돼 있다. 농식품부는 올해 안에 일단락 짓고자 서두를 기미가 보인다. 쌀 관세율 513%라는 성과를 얻기 위해 얼마나 쌀시장의 위협요소를 받아들일 것인지는 국회도 보고받지 못한 채 ‘깜깜이 협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한편 전국농민회총연맹은 지난달 28일 '통상주권 포기하는 밥쌀용 쌀 의무수입 국별 배정 중단하라'고 비판 성명을 발표했다.

전농은 "2015년 정부는 쌀 관세화 유예를 포기하고 쌀 관세화 완전 개방을 선언했다. DDA 협상이 완결되지도 않은 시점에 관세화 개방을 선언한 것은 통상 주권을 포기한 것으로, 농민들과 전문가들의 ‘현상유지’ 주장을 무시한 일방통행식 개방 정책이었다. 당시 박근혜 정부는 513% 관세를 설정하면 쌀 추가 수입 물량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협상에 최선을 다해 국익과 농민의 생존권을 지키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쌀 관세화 개방에 따라 기존 의무수입물량(40만 8,700톤)은 유지되며 아울러 수입쌀에 대한 사용제한 요건, 밥 쌀 수입 이행조건, 국별 쿼터가 사라져 국익에 훨씬 유리하다고 선전했다"고 쌀 관세화 선언 당시 정부의 입장을 전하며 "그러나 박근혜 정부에 이어 문재인 정부도 밥쌀 수입을 지속했으며 이젠 이도 모자라 국별 쿼터를 부활해 중국과 미국산 밥쌀용 쌀을 안정적으로 수입하는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며 이는 곧 중국과 미국 등 강대국의 압력에 통상 주권을 포기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전농은 "국별 쿼터가 부활하면 밥쌀용 쌀은 전체 수입물량의 30% 이상이 수입 돼 한국 쌀 농업은 근본부터 무너질 것이 자명하다"면서 농민생존권 사수와 통상주권 수호를 위한 강력한 투쟁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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