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밥쌀용 쌀 국가별 의무수입량 배정은 통상주권 포기

  • 입력 2019.02.03 18:00
  • 기자명 강광석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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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광석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513% 관세를 지키기 위해 밥쌀용 쌀을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하며 이것도 각 나라별로 수입량을 쿼터로 배정해 줘야 한다.’ 이것이 정부가 관세율을 지키는 협상 전략이다. 2015년 정부는 쌀 관세화 유예를 포기하고 쌀 관세화 완전 개방을 선언했다.

DDA(도하개발아젠다) 협상이 완결되지도 않은 시점에 관세화 개방을 선언한 것은 통상 주권을 포기한 것으로, 농민들과 전문가들의 ‘현상유지’ 주장을 무시한 일방통행식 개방 정책이었다.

당시 박근혜정부는 513% 관세를 설정하면 쌀 추가 수입 물량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협상에 최선을 다해 국익과 농민의 생존권을 지키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쌀 관세화 개방에 따라 기존 의무수입물량(40만8,700톤)은 유지되며 아울러 수입쌀에 대한 사용제한 요건, 밥쌀 수입 이행조건, 국별 쿼터가 사라져 국익에 훨씬 유리하다고 선전했다.

또한 정부가 설정한 관세율 513%는 철저하게 WTO 규정에 근거한 것으로 물러설 수 없는 마지노선이라며 절대 양보하지 않을 것임을 관계 장관 합동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했다.

그러나 박근혜정부에 이어 문재인정부도 밥쌀 수입을 지속했으며 이젠 이도 모자라 국별 쿼터를 부활해 중국과 미국산 밥쌀용 쌀을 안정적으로 수입하는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중국과 미국 등 강대국의 압력에 통상 주권을 포기한 것이며 스스로 성과라고 자찬한 것마저 팽개친 비열한 짓이다. 국별 쿼터가 부활하면 밥쌀용 쌀은 전체 물량의 30% 이상 수입 돼 한국 쌀 농업은 근본부터 무너질 것이 자명하다.

문재인정부는 쌀 생산량이 많다며 생산조정제와 휴경제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그래놓고 뒤에서는 밥쌀용 쌀을 의무적으로 수입할 국별 쿼터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이율배반이며 농민배신 행위다. 정부는 적폐 중의 적폐, ‘깜깜이 협상’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 5년간, 관련 5개국과 협상을 진행하면서도 협상의 구체적 내용을 국회와 농민에게 전혀 공개하지 않았다. 협상 전략상 내용을 공개할 수 없다는 것인데, 과거 통상교섭본부가 협상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농식품부가 협상 대표로 참여하고 있어 이도 이해하기 어렵다. 협상 시한이 정해지지도 않았는데 우리 정부가 협상을 서두르는 이유는 협상결과를 미리 정해 놓고 발표 시점만 저울질 한 것은 아닌지 의심 받기에 충분하다.

문재인정부의 농정은 박근혜정부의 농정과 하나도 달라진 것이 없다. 변동직불제 폐지 계획, 밥쌀용 쌀 국별 쿼터 부활, 통상주권 포기, 깜깜이 협상, 무조건 항복 선언 등 문재인정부의 민낯이 부끄럽고 참담하다. 2018년 수확기 쌀값을 현재 상태로 유지한 것을 농식품부의 최대 업적으로 대통령이 치하했다는 소식을 듣고 농민들은 치밀어 오르는 부아를 참을 수 없었다. 수확기에 재고미를 방출하면서 쌀값을 떨어트리려고 발악해 놓고 이제 와서 그것도 성과라고 자찬하는 것이야 말로 양심 불량의 전형이다. 문재인정부는 나라의 자주성을 통상협상에서 지키려는 일말의 노력을 포기하고 있다. 미국에 터지고 중국에 조롱당하는 협상 자세, 싸움을 하지도 않고 백기투항부터 하는 정부의 행태에서 농업의 미래를 찾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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