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 접어든 GSP, 어떤 성과 남겼나

수출 실적, 목표에 못 미쳐 … 걷기도 전에 뛰려 했나
국내 종자 자급률 높이려면 개발연구만으로는 어려워

  • 입력 2019.01.27 18:00
  • 수정 2019.01.27 20:58
  • 기자명 홍기원 배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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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배정은 기자]

지난 23일 우리나라 토종닭 4개 품종이 국제연합 식량농업기구(FAO)에서 운영하는 가축다양성정보시스템(DAD-IS)에 등재됐다는 희소식이 전해졌다.

이 품종들은 한협원종에서 유지·보존하고 골든시드프로젝트(GSP)를 통해 체계적으로 종자를 개량해 온 품종이다. 토종닭 부문은 단지 종보전에 그치지 않고 상업용 생산이 이뤄지고 있으며 종란을 키르기스스탄에 수출하는 등 GSP에서 지속적으로 성과를 내고 있다.

농촌진흥청 GSP 종축사업단은 국내 토종닭 종란 2만개를 지난해 10월 20일 키르키르스탄에 수출했다. 충북 단양군 한협원종에서 관계자가 수출용 종란을 담고 있다. 농촌진흥청 제공
농촌진흥청 GSP 종축사업단은 국내 토종닭 종란 2만개를 지난해 10월 20일 키르키르스탄에 수출했다. 충북 단양군 한협원종에서 관계자가 수출용 종란을 담고 있다. 농촌진흥청 제공

글로벌 종자시장을 겨냥한 GSP가 어느새 후반에 접어들고 있다. 당초 목표한 수출 실적에 관해선 평가가 엇갈리는 분위기다. 한편으로 자급률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국내 종자시장엔 별반 도움이 안 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GSP는 지난 2011년 금보다 비싼 종자를 개발하겠다는 포부로 농식품 및 농진청·산림청 공동사업으로 기획됐다. 수출전략형 품목으로는 고추, 배추, 무, 수박, 벼, 감자, 옥수수가 수입대체형 품목엔 파프리카, 양배추, 양파, 토마토, 버섯, 감귤, 종돈, 종계가 포함됐다.

2016년까지 추진된 1단계 사업은 품종개발을 위한 기초·기반 연구에 중점을 두고 추진됐다. 이에 품종출원 300건, 특허출원 201건, SCI 논문게재 329건의 실적을 거뒀다. 그러나 주요 실적지표인 수출액은 목표인 4,109만 달러에 미치지 못하는 3,057만 달러에 그쳤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지난해 10월 예산안 분석에서 GSP가 계획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철저한 성과관리를 통한 사업 실적 제고를 권고하기도 했다. 예산정책처는 “농촌진흥청이 벼, 감자, 옥수수 등에 대한 수출종자를 개발하고자 식량종자사업단을 운영하고 있지만 당초 계획 대비 실적이 현저히 낮다”고 지적했다.

식량종자사업단은 2021년까지 총 2,600만 달러를 수출할 계획이지만 지난해까지 누적 수출액은 122만5,000달러에 불과하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단계 사업에선 산업화에 중점을 둬 2단계 1년차인 2017년엔 모든 지표에서 목표를 초과달성했다면서 사업성공을 다짐하고 있다. GSP 식량종자사업단 관계자는 “국내에서 해외에 맞는 품종을 취급하지 않아 현지에 맞는 종자부터 개발해야 했다. 종자개발에만 소요기간이 7년에서 10년까지 걸려 1단계에선 목표를 달성할 수 없었다”라며 “GSP 이전에는 개발 이력이 없고 식량종자를 팔아본 적이 없었음에도 2017년부터 수출액이 늘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독촉만으로 사업이 원활히 진행될리 만무하다. 이제 막 종자개발에 나선 후발주자가 모든 재배조건이 낯선 해외에서 성공할 종자를 개발한다는 것부터 계획이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수입대체형 품목 역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종돈은 2017년 4,000여두를 수입하다 지난해엔 2,000두에 못 미치는 수준으로 줄었지만 여전히 수입두수가 많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산란계의 원종계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육계는 토종닭 부분을 제외하고는 산란계와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결국 국내 종자 자급률을 높이려면 종자개발과 동시에 여러 정책수단을 발동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GSP에 참여하는 한 관계자는 “국산종자를 개발해도 이를 농가에 보급하는 건 별개의 문제다”라며 “국산종자를 재배하는 농가에 정책사업으로 지원하는 게 가장 직접적인 방법이라 생각한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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