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평년대비 반토막 이하의 대폭락으로 월동배추 산지폐기가 이뤄지고 있지만 중국산 김치는 우리 농민들의 사정을 봐주지 않는다. 국내산 배추 폭락과 맞물려 김치 수입은 오히려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이개호)는 지난 17일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해 김치 수출실적이 2012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수출실적보다 더 중요한 ‘수입실적’은 밝히지 않았다. 관세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김치 수출량이 2만8,188톤으로 ‘2012년 이후 최고치(금액 기준)’를 기록하는 동안 수입량은 무려 29만742톤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우리나라의 신선배추 수입량은 아주 미미하지만 그 가공식품인 김치 수입량은 상당하다. 지난 10년간 중국으로부터 매년 22만톤 안팎의 김치를 수입해왔으며, 2016년 12월 한-중 FTA 발효(관세율 0.2%p 인하) 이후 그 양이 27만톤, 29만톤으로 크게 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김치 총수입량 29만742톤은 신선배추로 환산했을 때 약 65만8,000톤이 된다. 우리나라 연간 배추 생산량의 27.6%에 해당하며, 1년 내내 매일 5톤트럭 360대 분량의 중국산 배추가 내수시장에 풀린 셈이다.
지난해 여름 고랭지배추 폭등 당시 수입량이 늘어난 건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10kg 도매가격이 1만원을 상회하던 9월까지는 수입량이 이전 수준을 유지했고, 오히려 가격이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한 10월 이후에 물량이 급증했다. 지난해 4사분기 김치 수입량 7만9,873톤은 직전분기에 비해서도, 전년 동기에 비해서도 10% 이상이나 늘어난 양이다. 요컨대 중국산 김치가 배추 가격안정에 일조하기는커녕 폭락을 부추기는 기폭제 역할을 한 것이다.
최근 정부의 수급정책 기조는 산지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설정돼 있다. 이번 채소류 폭락 대책에도 출하정지와 자율폐기 등 농민들과 지자체의 역할을 비중있게 담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개방농정이 수입 증가를 불러오고, 증가한 수입량이 국내 수급을 어지럽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책임이 너무 축소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팽배하다.
한편 김치는 주재료가 배추지만 마늘·고추·무 등 각종 채소류를 혼합해 만든 식품이다. 올해 배추·무 폭락에 이어 봄철 출하를 앞둔 양파·마늘 또한 가격하락이 우려되고 있어 김치 수입증가는 이들 품목에게도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