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헌의 통일농업] 식량자급률과 해외농업개발, 그리고 남북농업협력

  • 입력 2019.01.27 18:00
  • 수정 2019.02.15 15:35
  • 기자명 이태헌 (사)통일농수산사업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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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헌 (사)통일농수산사업단 이사
이태헌 (사)통일농수산사업단 이사

북의 식량사정은 여전히 고단한 듯하다. 북은 신년사를 통해 “인민생활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것은 국가의 제일가는 중대사”라고 밝히고 “주 타격 전방인 농업전선에서 증산투쟁을 힘 있게 벌려 알곡생산을 결정적으로 늘려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국제기구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북은 곡창지대에서 고온피해를 크게 당해 주곡의 생산량이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2017~2018년 식량부족분은 30만톤을 웃도는 것으로 우려된다. 북의 식량부족 사태는 만성적이고 구조적인 것으로 보아야 할 듯하다.

우리의 경우 2018년 쌀 생산량은 386만8,000톤으로 전년의 397만2톤보다 2.6% 감소했다. 3년 연속 쌀 생산량이 준 셈이다. 30년 이내 쌀 자급률은 최저치를 기록했다. 비록 ‘2018년 논 타작물 재배 지원사업' 등의 영향으로 재배면적이 전년보다 2.3% 감소한 데 따른 것이 주된 이유이긴 하나 낟알형성시기의 폭염과 잦은 비, 그리고 등숙기의 일조시간 감소 등 기상영향으로 10a당 생산량이 2.3% 감소한 데 따른 것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전체 곡물자급률은 어떨까? 2017년 기준 23.4%에 불과하다. OECD국가 중 매우 낮은 국가에 속한다. 사료곡물까지 포함하면 우리는 연간 1,600만톤의 곡물을 수입하는 세계 5위의 곡물수입국가이다. 반면 빈번한 기상이변과 사료곡물의 수요 급증으로 국제곡물시장은 또다시 불안정한 요인이 높아지고 있어 우리는 여러 측면을 되짚어 보아야 한다.

이제는 한반도 전체 식량자급률을 따져보아야 할 시기다. 북의 식량부족은 구조적인 문제이고 우리의 낮은 자급률도 좀처럼 개선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남북이 식량을 나누고, 서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한반도 공동의 식량보장체계를 구축하는 준비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정부는 지난해 ‘3차 해외농업자원개발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정부는 신남방 정책과 신북방 정책을 추진하면서 러시아와 동남아시아에 주요 농장 거점을 육성하고 연관 산업의 진출을 함께 도모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를 통해 식량영토를 넓히고 농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밑거름으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또 해외농장에서 생산하는 농산물을 2022년까지 76만톤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현재 50%에 불과한 식량자급률과 20% 선을 갓 넘긴 곡물자급률을 감안할 때 정부의 이 같은 방침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한반도 전체 식량주권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많은 비판을 동시에 받고 있다. 정부는 해외농업개발에 나서기 전에 무엇보다도 남북이 상호 보완하는 방향에서 국내자급률을 제고하는 방안을 먼저 고려했어야 했다.

현재와 같은 방식이라면 식민지개척이라는 국제사회의 냉소도 부담스럽다. 해외농업개발의 낮은 경제성도 문제가 되고 있다. 해외에 개발한 농장에서 생산된 농산물이 해당국가의 수출통제조치에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 지난 10여년 간의 추진실적은 미흡하다. 2017년 현재 해외에 확보된 농지는 약 8만ha, 곡물확보량은 49만톤 내외, 그리고 진출기업의 정착률은 27%에 그치고 있다. 당초 계획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이제 해외농업개발에 남북이 동반진출하는 방안을 구상해 볼 필요가 있다. 국제사회의 냉소를 해소할 수 있고, 경제성을 높일 수도 있다. 또 수출통제조치를 완화시키는 협상에 유리할 수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한반도 식량자급률을 근본적으로 끌어올리는 공동의 대안을 마련할 수 있다.

북한의 농업은 500ha 규모의 협동농장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대규모 영농을 설계할 수 있는 전문가들이 많다. 우리에게는 매우 드문 전문인력이다. 농업기술에 대한 기본지식을 갖춘 숙련된 농업생산인력이 풍부한 것도 큰 장점이다. 또 북은 농장별로 기계작목반이 있어 다양한 농기계를 운용하는 인력을 갖추고 있다. 해외에 진출한 우리 기업이 현지에서 겪었던 애로사항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는 농업인력이다. 나아가 북은 해외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공급할 수 있는 시장이기도 하다.

오는 2월에는 2차 북미회담이 열리게 된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의미 있는 진전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회담결과에 따라 우리 정부는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사업을 우선 재개할 공산이 높다. 북은 이와 함께 철도·도로·산림·보건 등에 관해 남북협력을 적극 추진할 것으로 보여진다.

남북 간의 농업협력은 참여정부에서 남북농업협력위원회를 통해 큰 합의를 이뤘다. 때문에 전체적인 남북협력 로드맵과 함께 농업협력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우리는 유럽연합(EU)의 공동농업정책과 식량보장정책을 비롯해 남부아프리카 개발공동체(SADC), 아시아 메콩강 유역 국가(GSM), 아세안 국가들이 어떻게 농업협력하고 있는지 눈여겨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남북이 해외농업개발에 공동 진출하는 협력을 한다면 한반도 농업은 식량정의와 주권에서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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