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들이 지켜온 토종씨앗, 후대로 전해야

토종씨드림 정기총회 열려

  • 입력 2019.01.27 18:00
  • 기자명 강선일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지난 20일 대전시 만안산 푸른학습원에서 열린 토종씨드림 정기모임 중 변현단 토종씨드림 대표(가운데 마이크 잡은 사람)가 토종씨앗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지난 20일 대전시 만안산 푸른학습원에서 열린 토종씨드림 정기모임 중 변현단 토종씨드림 대표(가운데 마이크 잡은 사람)가 토종씨앗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라져가는 토종씨앗을 농촌에서 발굴하고 지키기 위한 토종씨드림(대표 변현단)의 노력이 올해도 계속된다.

토종씨드림은 지난 19~20일 대전시 만인산 푸른학습원에서 정기총회를 가졌다. 변현단 토종씨드림 대표는 지난 19일 총회에서 지난해 활동성과를 보고했다. 2008년 조직을 결성한 이래 토종씨드림은 지난해 12월 30일 현재 172작물 5,542점의 토종종자를 수집했다. 토종씨드림에 모인 농민들은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산간마을 어르신들에게 토종종자를 받기도 하고, 농촌 시장에서 종자를 발견하기도 했다.

현재 토종씨앗을 보유 중인 농민은 대다수가 80대 이상의 고령으로, 그들이 세상을 떠난다면 토종씨앗도 사라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지난해 11월 변현단 대표는 경기도 화성시에서 토종씨앗 수집 시 만난 농민들의 이야기를 담은 ‘화성에서 만난 오래된 씨앗과 지혜로운 농부들(도서출판 시금치)’이란 책을 냈다(화성푸드통합지원센터 공저). 만난 농민들의 대다수는 80대의 농민들로, 그들이 평생 지켜온 토종씨앗을 후대에 전하기 위해 변 대표는 이 책을 냈다. 농민들이 남긴 토종씨앗은 이제 화성푸드통합지원센터를 통해 계속 보전될 예정이다.

토종씨드림의 전국적인 토종씨앗 수집 작업은 지금도 이뤄진다. 지난 20일 모임에선 현재 토종씨앗 수집활동을 진행 중인 경남 거창군·전북 진안군·전남 순천시·강원 홍천군 등의 사례가 소개됐다. 진안군 마령면 토종씨앗수집단에서 활동하는 김춘자씨는 수집했던 토종씨앗에 대한 사연을 소개했다.

“‘산서무’ 종자를 갖고 계시던 장수군의 한 할머니가 돌아가시면서 외손자에게 ‘이 씨앗을 유지해달라’는 유언을 남기셨다고 한다. 그 후 외손자는 진안에서 동네 이장으로 활동하면서 20년 이상 산서무를 재배해왔고, 그것을 우리가 발견하게 된 것이다.”

순천토종씨앗모임에서 활동하는 김해선씨는 “토종 고추종자를 발견한 적이 있는데, 단 두 농민이 이 종자를 키우고 있었다. 두 분 모두 이 종자를 내년부터 안 심을 확률이 99%였던 상황에서 운좋게도 이 종자를 발견한 것”이라며 “토종씨앗이 사라져가고 있다는 걸 소름끼치게 실감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순천토종씨앗모임은 순천시·순천로컬푸드와 함께 토종씨앗 보전·육성을 위한 5개년 계획으로 토종씨앗 수집을 진행 중이다.

토종씨드림은 토종씨앗의 보전과 이력 추적을 위한 토종씨앗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올해 중에 완료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전국 각지의 토종씨앗 수집활동 강화, 채종농가 확대 및 선발육종을 위한 농민연구 지원 등에 나서고자 한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