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여성농민 전담부서 설치, 변화의 시작!

  • 입력 2019.01.27 18:00
  • 기자명 이춘선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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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선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정책위원장

여성농민이 20여 년 동안 줄기차게 요구해왔던 전담부서 설치가 현실화되고 있다.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지시로 전담부서 설치를 위한 TF팀이 꾸려지고 연구용역을 추진한 지 4개월, 그동안 전담부서가 있다는 일본에 출장도 다녀왔고 현장 여성농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지난 25일 최종보고회를 가졌다. 왜 여성농민들은 그동안 전담부서 설치를 요구했을까?

농촌에서 여성농민은 때로는 농민이면서도 가정에서는 무급종사자로, 마을과 지역사회에서는 행사 때 뒤치다꺼리나 하는 사람으로 늘 인식돼 왔다. 함께 농사일을 하지만 여전히 가족과 일꾼들 밥을 챙겨야 하는 여성농민의 요구로 마을공동급식이 시행됐지만 현실에 맞지 않은 추진으로 여전히 농사일을 하다가도 가사노동을 하러 가야 한다. 직장에서 일을 하다가 밥을 하러 가는 여성 직장인이 있을까? 농촌에서도 제대로 된 가사노동의 사회화가 필요한 대목이다.

매년 농식품부와 지자체에서는 여성농어업인 육성 시행계획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현장의 많은 여성농민들은 여성농민 정책이 뭐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한마디로 현장에 와 닿는 정책이 없다는 것이다. 농식품부 내에 여성농민 전담부서 설치가 필요한 까닭이다.

올해 전남에서 출발한 농민수당이 전국으로 이슈가 될 때도 여성농민은 언급되지 않았다. 농업 인력의 50% 이상을 차지한다는 여성농민들이지만, 농가로 대표되는 남성들이 각종 직불금에 농기계 구입자금, 농기자재 등 많은 정책 혜택을 받아온 것에 비해 스스로 앞장서 최근에 만든 행복바우처를 빼고는 직접 혜택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이렇듯 그동안 여성농민들은 농업현실에서 농민으로 인정받지 못한 채 많은 불평등을 겪어왔다. 농지에서, 농업정책에서, 가정에서, 마을에서, 농촌사회에서 여성농민들은 많은 일을 함에도 거의 없는 존재로 치부됐다.

하지만 이제 여성농민들에게도 희망의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바로 농식품부 내 여성농민 전담부서 설치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여성농민 전담부서 설치는 향후 도와 시·군에 이르기까지 정책추진체계를 가능케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또한 여성농민들이 농업의 주체로 성장하고 농업의 동력이 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뿐만 아니라 다른 여성농업인단체들의 역할도 많이 요구될 것이다. 전담부서가 설치에만 머무르지 않고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그 책임자는 반드시 현장을 잘 알고 현장과 연계해서 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할 수 있게 외부 공개채용이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만 전담부서를 제대로 운영하고 현장까지 정책추진체계를 정립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질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농민의 절반인 우리 여성농민들은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2019년은 전여농이 창립된 지 30주년이 되는 해이다. 전담부서 설치를 통해 우리 여성농민들은 법과 정책에서 농업의 주체로 인정받기 위해 발걸음을 내딛고자 한다. 그동안 정부에서 수많은 양성평등 정책을 내놨지만 여전히 농촌지역은 성평등 정책의 사각지대로 남아있다. 농촌지역에 맞는 양성평등교육이 시행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농촌의 뿌리 깊은 가부장적 문화는 많은 여성농민들을 옥죄어왔고 농촌은 여성들이 들어오기를 기피하는 곳이 됐다.

이제는 농촌지역도 변해야 한다. 더 이상 여성농민들을 농업정책에서, 가정과 마을, 지역사회에서 뒷수발이나 하는 보조자로 인식해서는 안 될 것이다.

현장에서 여성농민들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고 여성농민들을 농업의 주체로 인정하며, 농가중심의 농업정책을 농민중심의 농업정책으로 변화하게 만드는 성평등한 농업정책 실현! 바로 우리 여성농민들이 끊임없이 요구했던 전담부서의 설치가 반가운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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