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돼지종자도 키워야 보배

양돈농가가 수입산 대신 국산 종돈 활용해야 의미

종자주권 확립하려면 개량·홍보·정책 3박자 갖춰야

  • 입력 2019.01.27 18:00
  • 기자명 배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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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배정은 기자]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다. 국산 씨돼지를 아무리 많이 만들어도 우리나라 농가가 그것을 활용하지 않는다면 종자주권은 먼 이야기라는 뜻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GSP에는 가축종자도 포함된다. 돼지와 닭을 대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특히 돼지와 관련해서는 수입에 의존하던 씨돼지(종돈)의 국산화, 자급률 상승이 궁극적 목표다. 하지만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씨돼지를 국산화만 한다고 해서 국내 양돈농가들이 그것을 활용할 것인가의 문제다.

GSP 종축사업단에 따르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5개 기업 종돈장의 모돈을 기준으로 종돈 수입대체율이 99.2%로 거의 전부를 국산화했다. 종축사업단 관계자는 “경쟁력 있는 종돈을 기업이 만들어보자는 것이 핵심이었고 참여기업들부터 수입에 의존하던 종돈 공급을 국산으로 대체한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최임수 한국종축개량협회 종돈개량부 팀장은 “국산 씨돼지는 못 믿겠다며 직접 수입하는 농가도 있고 최근에는 순종을 사육하다가 스스로 교배하는 농가도 많이 늘고 있다. 로열티를 지불해도 그게 이익이라면 농가는 수입산을 선택할 것”이라며 “종돈의 국산화가 농가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교육·홍보는 물론이고 그를 유도할 정책 마련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GSP 종돈사업이 성공하려면 소비자인 양돈농가와의 연결고리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국산 종돈의 베트남 수출을 추진 중인 GSP 종축사업소는 지난해 30만달러의 실적을 올렸고 올해는 40만달러 달성이 목표다. 베트남과의 검역협정이 2월 안으로 마무리 되면 수출은 순조로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GSP가 수출을 목표로 잡은 것이 잘못됐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수출 국가를 무슨 근거로 선정했는지, 한국형 씨돼지의 모델은 있는지, 수출하려는 국가에 맞춘 형질을 기준으로 개량을 하고 있는지가 계획돼 있지 않다면 프로젝트가 제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종축사업단은 지난 2015년 GSP 씨돼지 개발 과정에서 사료요구율, 90kg 도달일령, 근육의 pH, 근내지방, 등지방 두께 등의 형질을 고려해 개량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종축사업단 관계자는 “베트남이나 동남아에는 우리나라 사료업체가 진출해 있기도 하고 베트남에는 다비육종과 CJ가 합작해 만든 해외법인이 있어 전진기지로 삼게 됐다”며 “종돈 형질 기준은 어느 정도 마련했다. 기후나 환경, 소비자의 취향을 먼저 고려한 후에 생산성과 같은 경제적인 측면을 고려하게 된다”고 말했다.

GSP 종축사업단은 오는 2021년 2단계 사업까지 마무리하게 되면 이후 어떤 형태와 방향으로 사업을 전개할지에 대해서 결정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최임수 팀장은 “개량은 10년, 20년이 걸리는 사업으로 지속적 투자가 이뤄지지 않으면 지금껏 쌓아온 모든 것이 한 순간에 무너진다. 집중적으로 예산과 인력을 지속 확보해야 한다. GSP는 우리나라만의 종자를 만드는 게 최종 목표 아닌가”라면서 “주체만 다를 뿐 사업의 형태나 시스템은 거의 같은 돼지개량네트워크, GSP, CNPS(협동조합 돼지개량 네트워크)를 하나로 묶어 효율을 높이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해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종돈의 소비자인 농가와 함께 GSP를 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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