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에겐 멀기만 한 골든시드프로젝트

  • 입력 2019.01.27 18:00
  • 수정 2019.01.28 09:42
  • 기자명 배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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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배정은 기자]

“굶어죽을지언정 씨나락은 까먹지 않는다.” 농사를 시작하기 위해 종자와 모종을 준비해야 하는 ‘농민의 말’이다. 그만큼 종자, 씨앗은 농민들에게 생명처럼 귀하다.

세계 종자시장에서 우리나라의 점유율은 1% 수준. 다국적 기업의 의존도가 높은 종자시장은 매년 치솟는 가격에 속수무책, 농사 출발선에서부터 생산비 상승으로 압박을 받는다.

지난해에는 2만4,000원이었던 시금치 종자 한 봉지(500g) 가격이 2만9,000원으로 올랐다. 주요 수입국인 일본에서 종자 생산량이 줄었고 인건비 상승 등에 따라 가격 조정이 불가피했다는 것이 업계의 입장이었다. 생산비 압박 속에서 자란 겨울시금치는 현재 가격 폭락에 또 한 번 시름하고 있다.

종자가격이 비싸다고 아우성을 쳐봐야 소용이 없다. 종자를 소유한 기업이 가격을 올려버리면 어쩔 도리 없이 비싼 값을 지불하고서라도 종자를 구매해야 한다. 종자를 구하지 못하면 농사를 지을 수 없고 식량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세계적으로 종자주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종자 확보를 위해 총성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는 것도 그 이유다.

지난 22일 전남 장흥군 유치면에 위치한 장흥친환경표고 영농조합법인 농장에서 김수길 대표가 정부가 추진하는 골든시드프로젝트(GSP) 사업의 버섯품종 중 하나인 ‘참아람’의 배지를 살펴보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22일 전남 장흥군 유치면에 위치한 장흥친환경표고 영농조합법인 농장에서 김수길 대표가 정부가 추진하는 골든시드프로젝트(GSP) 사업의 버섯품종 중 하나인 ‘참아람’의 배지를 살펴보고 있다. 한승호 기자

우리나라도 종자주권을 위해 나섰다. 2011년 2월 농림축산식품부는 종자산업의 국제경쟁력 제고 및 민간 종자산업 육성을 위한 ‘골든시드프로젝트(Golden Seed Project, GSP)’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농림축산식품부·해양수산부·농촌진흥청·산림청이 공동으로 투자하는 연구개발 과제로, 2012년부터 2021년까지 10년 동안 4,911억원(국고 3,985억원)을 투자해 종자수출 2억달러 달성과 수입 대체로 종자 자급률을 향상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2016년, GSP 1단계 사업이 마무리됐다. 이 과정에서 수출을 위한 종자 개발 사업 집중도는 40%에 달했다. 목표가 목표였던 만큼, 또 연구개발이 집중됐던 만큼 프로젝트의 성패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은 ‘종자 수출이 목표치를 달성했는가’였다. 수출국의 기후와 환경에 맞는 종자 개발에도 빠듯했을 시간에 수출까지 성사시키는 건 거의 불가능했고 결국 2017년 국정감사에서 GSP는 사실상 실패한 사업으로 평가됐다. 추진계획을 수정해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지난해 초 농식품부는 GSP가 수출목표를 초과 달성한 성과를 적극 홍보했다. 사업이 부진하다는 지적에 따라 2단계 사업이 시작된 2017년부터 주요 전략을 사업화에 집중시킨 결과였다는 것.

비싼 종자가격, 종자 보급 부족 탓에 끊이지 않는 농민들의 걱정이 무색하게 GSP는 정부가 수천억원을 쏟아 만든 종자로 얼마를 벌었는지에만 연연했다. 종자 가격의 폭등으로 농사 시작부터 소득 압박을 받은 시금치 농가와 보급 받을 종자가 부족해 걱정하는 친환경 감자농가의 상황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농민들은 진정한 식량주권은 종자주권의 실현으로부터 이룰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종자주권을 위해 시작한 GSP가 돈벌이를 우선으로 할 것인지 우리 농민이 가격 걱정, 물량 걱정 없이 종자를 공급받을 수 있는 것을 우선으로 할 것인지 고민이 필요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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