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불금 전도사’ 조종대 씨의 빼앗긴 10년

  • 입력 2019.01.20 18:00
  • 수정 2019.01.21 13:07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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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직불금 부당수령 실태를 고발한 조종대 씨가 지난 14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10여 년간받은 정신적, 물질적 피해에 대해 말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직불금 부당수령 실태를 고발한 조종대 씨가 지난 14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10여 년간받은 정신적, 물질적 피해에 대해 말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직불제 도입 이후 최초로 직불금 부당수령의 실태를 세상에 고발한 김포농민 조종대 씨. 일명 ‘직불금 전도사’로 불리며 대한민국의 뒤틀린 경자유전의 원칙을 알리는데 큰 공을 세웠지만, 자타의 우려대로 본인은 결국 많은 것을 잃었다. 경작지를 내준 채 염세 속에 농사짓는 조씨의 현실은, 최초 고발 이후 10여년이 지났지만 전혀 달라진 바 없는 우리 농업의 현주소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지난 14일 그의 자택에서 만난 조씨는 여전히 쌀농사를 짓고 있었다. 문제를 제기하기 직전까지 조씨는 약 2만 평의 농지에서 쌀을 생산했다. 그러나 사건 발생 이후 다시는 같은 양의 쌀을 생산하지 못했다.

“그나마 짓고 있던 논 다 뺏겨서 타격이 엄청 심했어. 협박도 많이 받았고. 죽인다잖아. 또 터뜨리면 골치 아프니까 나한테는 농지를 안 주려고 해. 2만평 짓다가 1만3,000평을 잃었으니 소득으로 따지면 그 동안 몇 억은 됐겠지.”

임차농인 조씨가 ‘땅을 빼앗겼다’라는 표현을 쓴다. 이는 본래 임차 계약을 맺고 있었던 땅 주인이 이를 일방적으로 파기해 땅을 되가져가고, 지역의 다른 지주들 역시 일제히 임차를 거부해 조씨가 더 이상 농사지을 땅을 구하지 못했던 당시의 상황을 함축한 것이다.

지주들의 적이 돼 버린 조씨는 이 부당한 실태를 더욱 열심히 알리는 것 외의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당시 그는 꼬박 3개월을 농사일도 내팽개치고 언론 인터뷰에만 매달렸다고 한다.

처음에는 자신들을 도와 함께 인터뷰에 나섰던 농민들도 막상 얼굴과 이름이 알려지자 배척의 두려움을 느끼고 발을 빼는 등 외로운 싸움이 이어졌다.

“같이 힘쓰던 어떤 사람은 어느 날 나처럼 이 내용으로 인터뷰했는데 그게 공중파 방송에 나가버린 거야. 그 뒤로는 더 이상 ‘나한테 사람 보내지 말라’고 하더라고.”

지난 2007년 사태 초기 적극적으로 감사에 나섰던 감사원은 수많은 공무원과 고위공직자까지 연루되자 당해년 감사 결과를 비공개하기로 결정해버린다. 이듬해 이봉화 전 보건복지가족부 차관이 부당수령 의혹에 휩싸이며 재점화됐지만 당시 여당이었던 한나라당의 비협조적인 태도로 감사 일정이 줄줄이 무산됐다.

2008년 10월 23일 열린 당시의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농수산위)의 쌀 직불금 부당수령 사태 증인심문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조씨는 자신이 겪은 모든 부조리를 고발하며 직불금 제도의 개편을 주장했으나 그저 발버둥에 불과했다. 그해 국회의 쌀직불금국정조사특별위원회는 국회의 파행 분위기 속에 별 성과 없이 활동을 종료했다.

이듬해 농수산위의 의원들은 어쨌든 이 문제를 고칠 목적으로 개정안을 통과시켰지만 뾰족한 해법은 없었다. 심지어 이미 부당수령이 확인된 직불금들을 돌려받는 것조차 관련 법규가 없다는 이유로 허락되지 않았다.

“직불제를 개편한다고 하는데, 어떤 식으로 바꾸던 (부당수령 문제 해결이 없으면) 폐단은 생길 거야. 반대로 이제 막 규모를 늘리던 사람들이 피해를 볼 가능성도 있겠지.”

시간이 흘러 떠들썩했던 사건도 잊혀지고, 조씨도 이제 무기력해졌다. 현재 조씨는 지주 다섯 명을 통해 1만평 규모의 논농사를 짓고 있다. 직불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것 역시 예전과 다름없다. 대신 도지(임대료)를 좀 더 깎아준다곤 한다.

“이제 세월이 많이 흘렀지. 올해엔 드디어 1만평 정도 더 새로 받을 수도 있는데, 명확한 답이 아직 없어서 기다리는 중이야.”

‘내가 터뜨린 놈인데도 그런 현실’이라며 자조 섞인 넋두리와 함께 그는 올해도 농사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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