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수령은 왜 근절되지 못할까

억대 양도소득세 면제 위해선 직불금 수령이 필수
땅 필요한 임차농, 부정행위에 동조할 수밖에 없어

  • 입력 2019.01.20 18:00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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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서울 여의도 한국수출입은행 본점 앞에서 열린 ‘밥 한 공기 300원 보장, 쌀 목표가격 24만원 쟁취 농민결의대회’에 참석한 농민들이 ‘직불금 부당수령자 감옥으로’가 적힌 대형 팻말을 앞세우고 국회의사당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해 11월 서울 여의도 한국수출입은행 본점 앞에서 열린 ‘밥 한 공기 300원 보장, 쌀 목표가격 24만원 쟁취 농민결의대회’에 참석한 농민들이 ‘직불금 부당수령자 감옥으로’가 적힌 대형 팻말을 앞세우고 국회의사당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쌀 직불금을 수령하거나 신청하였다면 실제 자경을 했다고 주장하고(설사 자경을 안했다하더라도) 각종 증빙자료를 제출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좋은 대응 방법.’

부동산 재테크 목적으로 농지에 투자를 하려는 외지인들이 정보를 공유하는 현장이다. 네이버, 다음 등 대형 포털의 커뮤니티 공간(카페)엔 농지를 직접 자경하지 않으면서 직불금을 받는 방법이 버젓이 나돌고 있다.

‘쌀소득 등의 보전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경작지의 지주와 실경작자가 다른 경우 쌀직불금은 실경작자(임차인)가 받도록 돼 있다. 임차인과 계약을 맺은 지주가 쌀직불금을 신청해 수령하면 이는 환수대상이다. 그러나 실제론 많은 지주들이 임차인을 통해 소유 농지를 경작하고, 표면상으로 자경을 하는 것처럼 꾸며 직불금을 대신 수령하는 실정이다. 이것이 ‘직불금 부당수령’이다.

부당수령이 횡행하는 가장 큰 이유는 농지의 양도소득세 감면 혜택 때문이다. 자경농지에 대한 양도소득세 감면을 다루는 ‘조세특례제한법’의 내용 중 제69조에 따르면 농지소재지에 거주하며 8년 이상 직접 경작한 토지를 양도하는 경우 양도소득에 대한 세금을 면제받을 수 있다. 감면세액한도는 1년 간 1억원, 5년 간 최대 3억원에 이른다.

이 혜택을 받기 위한 자격을 증명할 가장 확실한 방법이 바로 직불금 수령이다. 직불금 역시 여러 가지 서류와 기록을 통해 재촌·자경을 인정받은 농민에게 지급하기 때문이다.

막대한 공제 혜택을 누리기 위해 임차인의 직불금까지 빼앗아가는 행태는 직불제 시행 이후 몇 년 사이에 농촌에서 관행으로 굳어졌고, 결국 12년 전 농민 조종대 씨가 사회고발에 나서게 된 배경이 됐다.

현실은 오늘날에도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해 12월 13일 열린 ‘쌀 농업과 직불제 개편’ 국회토론회에서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은 그동안 관찰된 다양한 형태의 부당수령 유형을 소개했다. 대부분은 자경사실 확인을 위해 부재지주가 그대로 수령하는데, 이 경우 지주가 전부 가지거나 일부를 돌려주는 형태로 나뉜다. 일부를 나눠 줄 땐 현금으로 직접 주거나, 임대료를 인하해주거나, 혹은 발생한 변동직불금만 나눠주는 등의 방법이 쓰인다.

8년의 자경기간을 인정받아 양도소득세 세금 감면 혜택을 다 누리고 나면 일부 면적에 대해선 정식으로 임대 계약서를 작성해 조금 더 실경작자를 배려(?)하는 부당수령 유형도 존재한다. 지주가 수령하지 않는 경우에도 직불금을 요구하거나, 실경작자가 전부 수령하되 임대료를 인상하기도 한다.

전용중 전농 경기도연맹 사무처장은 “요즘은 아예 농약이나 비료 등의 지출 기록을 지주 명의로 확실하게 남기기 위해 자신의 통장을 임차농에게 넘겨주는 경우가 많다”라며 “사실상 임차농들이 부당수령을 같이 돕고 있는 셈이지만 땅을 뺏길까 두려워 그냥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증언했다.

지역에서는 직불금 개편을 앞두고 부당수령 근절 방안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최병종 김포시농민회장은 “지주가 실제 경작하지 않는 농지에 대해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 이상 양도소득을 노린 투기는 계속될 것”이라며 “실경작사실확인 절차 역시 소수가 아닌 더 많은 수의 인원을 통해 입증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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