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원의 농사일기 66] 알프스오토메 가공 실습
[윤석원의 농사일기 66] 알프스오토메 가공 실습
  • 윤석원 중앙대 명예교수
  • 승인 2019.01.2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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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원<br>중앙대 명예교수

지난해 10월초 수확한 알프스 오토메 300여kg 중 좀 괜찮은 것 200kg 정도는 생과로 판매했다. 벌레가 먹었거나 약간 상한 나머지 생과는 집안 냉장고와 김치냉장고 여기저기에 넣어놓고 하루에 몇 개씩 골라 먹었으나 양이 줄지 않았다. 그렇다고 성하지 못한 것을 지인이나 이웃에 드릴 수는 없었다.

그래서 아내와 적은 양으로 가공 실습을 해 보기로 하고 사과잼과 사과 식초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일단 40kg 정도의 생과를 잘 씻어서 두세 조각을 내고 벌레 먹은 부분을 도려내 씨를 빼내는 작업을 했다. 열매가 작으니 시간이 많이 소요되었으나 농한기여서 시간 보내기에는 그만이었다.

먼저 잼을 만들기 위해 생과 20kg과 설탕 8kg을 넣어 휘저으며 잘 끓인 다음 미리 소독해 놓은 작은 병에 뜨거울 때 바로 담았다. 원래 설탕은 20kg을 넣어야 한다고 했으나 설탕을 좀 적게 넣어도 되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뚜껑을 닫은 다음 병을 끓는 물에 거꾸로 세워 놓고 다시 2분정도 끓인 후 건져 선반에 올려놓으면 되었다. 진공상태가 되었으니 상온에서 1년은 충분히 보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음은 물론이다.

그런데 한두 달 지난 후 열어보니 어떤 병에서는 윗부분에 약간의 곰팡이가 피어 있는 것이 아닌가. 몇몇 지인들께 이미 드리기도 했는데 낭패였다. 설탕을 20kg 넣지 않고 8kg만 넣었기 때문인가 보다고 진단했다. 그래서 1대 1로 20kg의 설탕을 넣고 다시 시도해 보기로 했다.

그리고 나머지 생과 20kg은 사과식초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소독한 용기에 다듬어 놓은 생과 20kg을 믹서기에 간 다음 1,000분의 1인 이스트 20g을 넣어 발효시키는 방법을 시도해 보기로 했다. 발효가 진행되면서 술이 되었다가 서서히 식초가 된다고 한다. 술이 되기 까지는 25도 정도, 식초가 되는 동안에는 20도 내외의 온도가 적정하다고 하여 처음에는 보일러실에 놓았다가 지금은 실내에 놔두고 있다. 식초가 되는 과정에서는 종균 식초를 섞어 주면 성공율이 높다고 하여 조금 넣어 주었다. 지금 상태는 아직 완전한 식초는 아니지만 점점 맛있는 식초가 되어 가고 있는 중이다. 최종 성공여부는 아직 잘 모르겠다.

또한 오토메 수확과정에서 벌레가 많이 먹었거나 심하게 상한 것, 그리고 땅에 떨어진 것 등은 일단 큰 통에 집어넣고 물을 채운 후 주변의 부엽토와 낙엽 등을 조금 넣어 놓았는데 초겨울까지는 하얀 미생물이 잔뜩 끼여 있었고 향긋한 냄새까지 났다. 며칠 전 뚜껑을 열어 보았더니 겨울을 지나면서도 발효가 진행되고 있는 것 같아 신기했다. 이 발효액은 금년 봄에 과수원으로 환원해줄 생각이다.

이렇게 가공실습을 해보는 이유는 간단하다. 금년 가을에는 생산량이 지난해 보다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판매 자체의 어려움도 있겠지만 그 보다는 상품으로 판매할 수는 없으나 먹는 데는 아무 지장이 없는 과일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 이런 과일을 어떻게 가공해서 보관할 것인가가 당면과제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번 가공실습을 직접 해보면서 농가가 소규모로 집에서 가공작업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체험하고 있다. 따라서 개별 농가 단위가 아니라 군 차원에서 가공공장을 설치하여 소규모 농가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런 측면에서 다행히 양양군이 지금 국고지원을 받아 짓고 있는 농산물가공센터가 잘 마무리 되고 운영되기를 기대해 본다. 나도 올해는 친환경 알프스오토메 사과즙을 만들어 판매해 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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