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농특위의 우선순위

  • 입력 2019.01.13 18:00
  • 기자명 우희종 서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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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희종 서울대 교수

새해에 누구나 과거와 다른 새로운 변화 내지 보다 바람직한 방향을 생각해 보는 것은 자연스럽다. 올해 한국농정에서 그런 계기로 삼을 수 있는 것은 현 대통령의 공약에 이어 생태농업을 위한 행정적 기반이 마련되는 상황이 아닐까 한다.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로서 소위 ‘농특위’를 위한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금년 4월경에는 구체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비록 힘들게 그런 행정조직이 생기기는 하지만, 아쉽게도 현 정부 들어 진행된 농업 정책들은 그다지 생태 지향적이거나 현장 농민 중심이 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농촌의 민생 관련 정책은 찾아볼 수 있지만, 장기적인 농업 활성화에 대한 정책은 부재에 가깝다.

농특위 법률안에서도 언급된 농촌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생태·환경·자원의 체계적 보전과 활용이라는 가치와 지향점은 매우 중요하다. 신자유주의의 무한경쟁과 생산성 추구라는 시대 상황에서 농업은 기업화하고, 공장식 축산은 당연한 것이 됐다. 이는 자원이 부족해 수입에 의존하고 기술로 국제 경쟁을 해야 하는 국내 여건 속에 농업 분야도 공업 분야나 전자산업 등과 같은 특정 산업분야가 취해온 동일한 접근방식과 가치 설정으로 취급돼 온 탓이다.

그러나 환경오염과 지구 온난화 등이 문제되는 국제 추세에 있어서 생태가치에 부합하고, 지속발전이 가능하며, 더 나아가 미래 예상되는 식량전쟁도 대비함에 가장 적합한 분야는 농업이다. 농업분야야말로 경쟁 속에 있는 수출주도의 산업분야를 동일한 방식으로 따라갈 것이 아니라, 환경오염 시대에 우리사회에 생태적 가치를 구현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할 수 있도록 스스로를 규정해야 한다.

과학 발전에 따른 기술변화와 이를 현장에 접목시키는 것은 인류에게 자연스럽지만, 어떻게 적용하고 활용하는가는 해당 사회 구성원들이 지닌 가치에 따라 정해짐에 주목하자. 지금처럼 과학기술을 농업에도 경쟁과 효율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접목시킬 것인가, 아니면 보다 건강하고 공공성을 위한 방향으로 사용할 것인가이다.

현 정권의 몇몇 대표적 정책을 보면, 첨단과학기술과 농업 간의 접목에 있어서 과연 시대적 상황에 따른 농업의 나아갈 바를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예를 들어 빅 데이터 활용 등 첨단과학을 접목해 이를 활용한 스마트팜 밸리 구상은 실질적으로 현장 농민들 중심도 아니고 대기업 중심이자, 경쟁과 효율이라는 구태의연한 기본 고정관념을 그대로 담고 있다.

실질적으로 현장에서 접하게 되는 생태농업의 문제점들, 비현실적인 각종 친환경 인증제도나 규제, 기존 기계식 대량 농업이나 공장식 축산 보다 더욱 열악한 노동 조건, 또한 미비한 생태농업 관련 기술 부재 등은 생태농업을 위해 해결돼야만 한다. 제대로 된 생태농업은 어렵다는 현장 목소리는 충분히 설득력을 얻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생각해 보면 과연 개발과 성장 위주의 논리 속에 묻힌 우리 스스로가 생태농업을 제대로 준비했는가 물을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농촌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집행되는 수백억원의 정부 연구비는 산학 협력 구호와 더불어 늘 생산성 향상을 위한 방향으로 집행되고 있다. 현장 문제에 집중해야 할 농과대학도 대학 경쟁력을 위한 유전자 편집이나 합성생물학 등의 바이오 연구일 뿐 정작 한국 산업 구조에서 생태농업을 정착시킬 연구는 연구자들은 물론 정부 연구비에 있어서도 지극히 제한된 규모로 무관심 속에 있다.

제도나 공약으로 농업의 지속 발전을 위한다고 하면서 여전히 중공업과 전자 산업에 투자하고 추진하는 형태를 그대로 농업에 적용하고 있지 않은가 살펴볼 때 이제 발상의 전환이 요구된다. 건강한 먹거리 관점에서 생태농법 개발에 대한 국가 연구비 지원, 그리고 생태농업 유지를 위한 현장 고충 해결 방향으로 정책 설정이 집중될 필요가 있다. 첨단 기술을 접목시킨다는 대기업형의 집약형 스마트팜 밸리가 아닌, 보다 농민 위주의 분산형의 스마트팜이 추진돼야 한다. 학교와 군대 급식과의 연계 및 지역 농산물 소비 및 슬로푸드 운동과의 연계망 확립 등 앞으로 농업이 우리사회의 생태적 가치를 실현하면서 사람들의 건강을 담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농특위의 우선순위다. 농업에 대한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와 더불어 농특위의 구성원들이 한국농정에 맞는 정책의 방향성과 접근방법이 무엇인지 분명히 공유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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