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는 어떻게 괴물이 됐나

박근혜정부 조직개편 과정 최대 피해분야 ‘농업계’

농업 이해하지 못한 식약처, 관리능력 없이 규제만

  • 입력 2019.01.13 18:05
  • 기자명 배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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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배정은 기자]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류영진, 식약처)는 2013년 3월 25일 보건복지부 소속 외청에서 국무총리실 직속으로 승격했다. 당시 박근혜정부가 불량식품을 4대 악으로 지정하고 척결하겠다는 의지를 밝혔고 이와 맞물려 식약청의 식약처 승격은 빠른 속도로 이뤄졌다.

농축산업계는 반발했다. 농축산업에 대한 규제가 불 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당시 보도된 기사들에 따르면 농민단체들은 농축수산식품의 안전관리 업무를 식약처로 이관한다는 결정의 철회를 요구하면서 농축수산물 식품안전 관리 업무는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담당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같은 시기 민주당에서는 ‘박근혜정부가 과학기술 육성을 위해 미래창조과학부에 힘을 실으려고 지식경제부에서 과학기술 분야를 떼어냈고 지식경제부가 반발하지 않도록 통상업무를 떼어줬다’고 주장했다. 이를 통해 지식경제부가 통상권을 가질 경우 농업계의 양보를 더욱 강요할 것이라는 진단도 나왔다. 이 조직개편의 과정에서 업무를 이관하다 보니 농림축산식품부에까지 영향이 미쳤다는 것이 당시 업계가 내놓은 분석이었다.

어찌됐건 식약처는 입법권을 갖게 됐다. 보건복지부를 거치지 않고도 독자적인 권한으로 정책을 수립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동시에 농식품부의 「축산물 위생관리법」을 이관 받으면서 농림축산검역본부 소속 수의직 공무원 164명도 재배치 받았다.

그러나 2013년 10월 검역본부를 비롯한 농식품부의 산하기관들에 식품 안전관리업무의 위탁이 결정됐다. 결과적으로 식약처로 이동한 수의직 공무원들은 업무이동을 하면서 전문성을 보장받지 못했고, 축산물 안전관리를 전문적으로 수행할 인력을 애먼 곳에 빼앗기고 업무만을 위탁받은 검역본부는 지금껏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 관계자는 “당시에 수의사들이 이동한 것뿐만 아니라 동물검역과에 축산물과 관련한 과가 다 사라졌다. 현재 축산물 안전관리는 동물검역과 네 번째 계의 사무관 1명과 주무관 2명, 3명이 담당하고 있다”면서 “식약처로부터 축산물 안전업무가 위탁돼 오는데 3명으로는 인력이 많이 부족하다. 위탁 오는 업무도 심도 있는 논의 없이 기조나 방침이 달라지는 것도 큰 문제”라면서 전문성과 책임감이 없는 식약처의 권한 행사를 지적했다.

GMO 감자 수입과 관련한 설명회에 생산자인 농민과 소비자는 제외한 채 맥도날드와 같은 기업관계자들만이 참석한 이야기는 식약처의 성격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농업현장에 대한 이해가 없는 상태에서 안전관리를 하겠다고 나서니 문제가 되는 것이다. GMO 감자 설명회 사건에서 알 수 있듯이 식약처의 대민업무 대상은 자본 규모가 큰 기업들이다. 생산자인 농민은 민원의 대상도 아니고 기껏 하는 의견수렴은 소비자단체에 머무르니 농민들과의 괴리감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조철훈 서울대 동물성식품학 교수는 “원물이 어떻게 생산되는지, 가축의 번식부터 사양에 대해 알고 어떻게 식품이 나왔는지를 이해해야 축산물과 그 가공식품에 대한 관리가 가능하다. 현재 식약처의 규제는 축산을 이해하지 못한 것들이다. 당연히 전문성이 떨어진다”면서 “미국은 농무부 산하의 FSIS가 축산물 안전관리를 하고 있다. 규제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산업을 장려하면서 규제도 이뤄져야 한다. 전문성이 있는 부처가 관리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현재 이원화된 식품 안전관리 업무에 대해 식약처로 일원화해야 한다는 법안(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축산물 위생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과 농림축산식품부로 일원화해야 한다는 법안 2건(황주홍 민주평화당 의원의 ‘정부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과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축산물 위생관리법 전부개정법률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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