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청년들과의 소통을 숨기는 농식품부

  • 입력 2019.01.13 18:00
  • 수정 2019.01.14 15:28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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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국정감사에서 일부 청년농들의 지원금 사용내역이 문제가 된 이후, 농식품부는 지원금 부정사용 사례(그것들을 부정사용이라고 단정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를 원천 차단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은 듯하다. 연초에는 앞으로 인터넷 상거래를 통한 지원금 사용이 불가능하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해버렸다.

문제는 이로 인해 대다수의 청년농들이 심각한 불편을 겪어야 한다는 점이다. 사업대상자들과 전용 소통창구를 만들어뒀던 농식품부는 이곳을 통해 격렬한 항의가 빗발치자 부랴부랴 청년농들과 간담회 일정을 잡았다. 간담회 일정을 회사의 농식품부 담당기자가 아닌 취재원을 통해 들었다는 사실에서 기대하지는 않고 있었지만, 역시 취재허가는 떨어지지 않았다. 대응을 담당한 주무관은 “청년농들과의 격의 없는 대화를 위해 비공개로 진행한다”는 지침을 세웠다고 알려왔는데, FTA를 비롯해 숱한 농업문제가 터졌을 때마다 그 격의 없는 소통의 현장을 취재한 우리로서는 납득이 가지 않는 답변이었다.

그 격의 없는 대화 내용 중 대체 무엇을 숨기고 싶어서 그런 답변을 했는지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어차피 담당 공무원들은 청년농들의 주요 요구사항에 대해 책임질 수 있는 말을 한 마디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취재가 불가했는데 이 사실을 어떻게 알았을까? 청년농들은 간담회에 갈 수 없는 동료들을 위해 이날의 모든 일정을 온라인으로 생중계했고 나도 그 수혜를 입었기 때문이다. 왜 취재를 불허했는지 모인 사람들에게 설명하는 내용도 (죄송하지만) 다 보았다. 들어보니 농식품부는 자신들의 의도가 왜곡돼 전달되는 것이 무섭다고 한다.

아마도 농식품부는 간담회 뒤 자신들이 발표한 보도자료가 기사화되기를 원했을 것이다. 그렇게 생산되는 기사는 순전히 농식품부의 입장만을 읊어주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지금 청년농들이 불만을 표출하게 된 ‘배경’은 이 갈등을 파악하는데 있어 핵심적인 요소다. 그들이 무슨 심정으로 목소리를 내는지, 그 전문을 듣고 표정을 읽어야만 온전히 전달할 수 있다.

담당자들은 국회와 국민여론에 의해 자신들의 지침이 흔들린다는 점을 시인했다. 소수 때문에 설정한 사용처 제한이 다수에게 피해를 입힌다는 점도 인정했다. 그렇다면 나서야 한다. 여론이 그래서 청년들 편을 들어줄 수 없다면, 대다수의 선량한 청년농들의 각오를 새롭게 알려야 하지 않겠는가. 무엇을 위한 소통의 자리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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