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헌의 통일농업] ‘통일돼지를 키워보자’ 한반도 양돈협력을 구상하며…

  • 입력 2019.01.13 18:00
  • 수정 2019.01.14 08:59
  • 기자명 이태헌 (사)통일농수산사업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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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헌((사)통일농수산사업단 이사)
이태헌 (사)통일농수산사업단 이사)

올해는 60년 만에 찾아왔다는 기해년 ‘황금돼지해’다. 우리에게 돼지는 다산과 복을 뜻한다. 꿈풀이에도 돼지꿈은 대표적인 길몽이다. 큰일에는 늘 돼지를 두고 의식을 진행하면서 앞날이 순탄하고 창대하길 소원했다. 한반도 농업협력시대를 앞두고 남북이 함께 통일황금돼지를 키워보는 상상을 펼쳐본다.

우리는 지금 양돈산업이 호황이다. 혹독한 구제역 파동을 겪기는 했으나 결국 이를 이겨냈다. 이제 돼지사육두수는 1,000만두에 달한다. 기술과 시설 그리고 전후방산업의 경쟁력도 국제적 수준이다. 우리 국민도 ‘고기 없는 밥상’을 걱정하지 않는다. 어찌했던 지금까지는 국내 양돈업계가 외부적인 위기를 잘 대처해 온 셈이다.

반면 지금까지의 성과와는 달리 국내 양돈산업의 미래가 밝지만은 않다는 냉정한 지적도 있다. 무엇보다 국내 양돈업은 환경이슈에 발목이 잡혀 있다. 아프리카열병(ASF) 같은 일급 전염병에 화들짝 놀라고 있다. 국내 돼지고기 자급률 70%선이 무너진다는 우려도 있다. 통계청은 생산비를 3,500원/kg으로 추산한다. 양돈농가는 돼지를 키우는 부대비용이 증가하고 있어 앞으로 생산비를 맞춰나가기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어려움을 토하기도 한다.

양돈농가의 직간접적인 환경부담금과 질병관리 부담 그리고 안전하고 안정적인 국내자급률과 전후방 산업의 발전 등에 관한 과제해결이 ‘지속가능한 축산’의 핵심 요체일 것이다. 국내에서 이와 관련된 이슈가 전개되는 양상을 보면 기존 방식으로는 결코 쉬워 보이지 않는다. 남북 양돈협력을 통해 이를 풀어 가면 어떨까?

우선 양돈산업과 관련된 환경오염과 지역갈등에 관한 이슈를 살펴보자.

정부는 지역양분관리제(양분총량제)를 오는 2021년부터 도입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제도는 가축분뇨나 퇴·액비 등 비료 양분의 투입·처리를 지역별 농경지의 환경용량 범위 내로 관리하는 제도다. 가축분뇨 해양투기를 전면 금지한 런던협약과 런던의정서가 연상되는 조치이다.

축산농가들은 이 제도가 악취 민원 등으로 골머리를 앓는 일부 지자체에서 가축 사육마릿수를 조절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웃집의 불평만 무마하면 돼지를 키울 수 있었던 이전과는 달리 이제는 지역주민과의 갈등과 환경단체와의 마찰까지 빚고 있기 때문에 양돈농가의 입지가 좁아지는 양상이다.

북녘의 양돈산업은 어떨까? 돼지사육두가 200만두에 불과하다. 우리의 1/5 수준이다. 출하중량을 감안하면 이보다 낮은 수준일 것이다. 돼지고기의 시장교환가치는 쌀의 3배 수준이다. 수요에 비해 공급량이 크게 부족하다는 얘기다. 분뇨처리에 대한 사회적 경제적 부담이 거의 없다. 농사에 필요한 유기질원이 절대 부족하기 때문에 분뇨를 퇴비로 자원화 할 수 있다.

북한의 가축사육두수(단위 : 천두)

구 분

2000

2004

2008

2012

2013

2014

2015

2016

579

566

576

576

576

575

571

568

185

171

167

168

168

168

164

160

염소

2,276

2,736

3,441

3,689

3,682

-

-

-

토끼

1,475

19,677

26,467

29,120

31,480

32,500

33,492

35,946

돼지

3,120

3,194

2,178

2,857

2,265

2,100

1,970

2,034

14,844

18,729

14,071

16,847

15,309

14,500

14,500

15,000

오리

2,078

5,189

5,878

5,468

6,012

6,000

6,072

6,069

거위

889

1,580

1,477

1,584

1,880

-

-

-

자료 통일부(WFP/FAO special report 인용)

남북 양돈협력과 관련해 다음으로 살펴봐야 할 것은 질병관리 및 수의방역에 관한 부문이다. 현재까지 북은 국제수의기구(OIE)에 가축의 질병 발생현황을 보고하지 않고 있어 미확인국가로 분류되어 있다. 국제사회에 가축의 백신을 연이어 요청하는 것을 보면 소모성 질병이 발병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 지난해는 중국의 심양 인근에서 아프리카열병(ASF)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되는 등 남북이 공동으로 수의방역 대책을 세워야 할 상황이 도래했다.

대한한돈협회는 이와 관련 “북한 국경 200㎞앞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한 만큼 북한 측에 아프리카돼지열병 진단 및 관리시스템을 지원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남북이 양돈협력을 한다면 북은 질병관리와 수의방역에 적합한 특정지역을 양돈단지로 지정, 격리된 형태로 관리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자유분방한 우리의 관행보다 질병관리에 유리한 정책일 수 있다. 유럽의 양돈강국인 덴마크와 네덜란드 역시 까다로운 생산규제를 갖추고 있다.

마지막으로 북의 양돈정책을 살펴보자.

북은 지난해 12월 평양에서 열린 제4차 전국농업부문 열성자회의에서 박봉주 총리가 농업부문의 실적이 저조한 데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이 자리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져 이번의 공개적인 언급은 파장이 컸다. 북은 농업정책에 더 유연해졌으며, 실적을 우선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것으로 평가된다.

북이 그동안 국영농장 중심으로 축산업을 했으나 최근 들어 협동농장과 분조단위의 개별축산으로 전환하고 장려하는 정책도 함께 펴고 있다. 지난 2015년에는 러시아의 연해주 농축산기업인 ‘스파스키 베콘’과 함께 황해북도 사리원에 양돈장을 합작으로 추진했다. 또 2017년 7차 당대회에서는 순환고리형 생산체계를 강조하는 정책을 채택, 황해남도 강령 ‘국제녹색시범구’에 양돈과 과수, 채소, 산림녹화를 연계하는 방식을 추진하고 있다. 대동강돼지농장이나 태천돼지농장을 성공사례로 홍보하기도 한다.

남북 간에는 그동안 양돈협력과 관련해 몇 가지 의미 있는 사례가 있다. 우리민족서로돕기, 굿네이버스, 통일농수산사업단 등 대북지원단체들이 북에서 양돈장을 운영했던 경험이 있으며, 여기에는 농협과 도드람, 부경, 민간기업 그리고 제주도, 전라북도, 경기도 등이 직간접적으로 참여했던 적이 있다. 또 우리 정부는 평양 강남군에 현대화된 양돈장을 건설해 시범사업을 추진하려는 구체적인 계획을 추진하기도 했다. 남북은 이런 과정을 통해 추진상의 애로사항은 물론 그 가능성도 함께 확인해 왔던 것이다.

향후 남북 간 양돈협력은 당분간 개발협력지원사업의 성격으로 추진될 공산이 높다. 당국 간에는 수의방역 검역 등 절차와 제도를 정비하는 시범사업으로 전개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우리 양돈농가들은 북에서 돼지를 키워 돈 버는 일도 함께 준비해야 한다. 다행히 적잖은 양돈인들이 함께 모여 북에 진출하려는 움직임을 활발하게 벌이고 있다. 황금돼지의 해를 맞아 한반도 양돈산업의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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