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자부족에 고뇌하는 감자농가

유기종자 개발 및 관수시설 확충 등 숙제 많아

  • 입력 2019.01.13 18:00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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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경기도 여주시의 친환경 감자 재배농민 김용봉씨가 자신의 감자밭을 둘러보고 있다. 김씨는 “매년 30상자의 정부보급종 감자종자를 신청해도 한 두 상자 밖에 못 받거나 아예 못 받는 상황”이라며 친환경 감자농가의 고충을 토로했다.
경기도 여주시의 친환경 감자 재배농민 김용봉씨가 자신의 감자밭을 둘러보고 있다. 김씨는 “매년 30상자의 정부보급종 감자종자를 신청해도 한 두 상자 밖에 못 받거나 아예 못 받는 상황”이라며 친환경 감자농가의 고충을 토로했다.

경기도 여주시에서 친환경 감자농사를 짓는 김용봉씨. 그는 지난해 부족한 감자종자 물량과 폭염 등 기상재난으로 힘들었던 한 해 농사를 토로했다.

“2017년부터 정부보급종 감자종자를 받기가 힘들어졌어. 보통 농가당 감자종자 30상자를 출하회에서 지역 농업기술센터 및 면사무소에 신청하는데, 2017년과 작년엔 정부보급종은 각 농가당 겨우 두 상자 밖에 못 받았지.”

올해는 상황이 더 어려워졌다. 김씨는 그나마 매년 한 두 상자는 받던 정부보급종을 올해는 한 상자도 못 받았다. 결국 김씨는 개인업자에게 별도로 감자종자를 구할 수밖에 없었다.

감자종자 가격이 매년 올라가는 것도 문제다. 김씨는 개인업자에게 20kg 감자종자 한 상자당 3만4,000원에 구입해야 했다. 정부보급종도 이와 비슷한 가격이다. 김씨는 “해마다 감자종자 가격이 20kg 한 상자 당 1,000~2,000원씩 올라 종자 구입하는 데도 점차 비용이 많이 든다”고 토로했다.

농촌진흥청(청장 김경규, 농진청) 유기농업과 심창기 박사는 “유기감자 종자 기술 개발 및 주요 감자 재배지에 대한 종자 보급 시스템도 구축할 계획”이라 밝혔다. 다만 아직 친환경 감자농가 수가 적고 친환경 감자종자에 대한 수요도 많지 않은 상황이라, 일단 유기종자 개발을 위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게 농진청의 입장이다. 현재 농진청은 일반 감자종자를 무소독 상태로 친환경 감자농가에 보급하고 있다.

김씨가 겪은 어려움은 종자 부족 문제만이 아니었다.

“기상청의 일기예보가 늦어져 감자농사 과정에서 큰 피해를 보기도 했다. 지난해 여름 장마예보가 장마 2~3일 전에 떴다. 원래 10일 전에 뜨는 예보가 예년보다 더 늦어진 것이다. 이에 장마 대비가 늦어져 피해가 컸다. 감자의 50%가 비에 젖어 썩어 못 쓰게 됐다. 10톤 캘 감자를 5톤 밖에 캐내지 못했다. 일기예보 체계가 더 강화됐으면 한다.”

학교급식으로 공급하는 과정에서도 어려움은 적지 않다. 엄기영 여주시친환경출하회 사무국장은 “오랫동안 친환경 감자농사를 지은 필지에선 더뎅이병이 많이 발생한다. 특히 유기농 감자를 재배하는 농가에 발생확률이 잦은데, 올해도 더뎅이병 때문에 학교급식에 친환경 감자를 공급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많았다”고 밝혔다.

더뎅이병은 감자의 덩이줄기에 발생하는 병으로, 이 병에 걸린 감자는 외관이 나빠진다. 다만 학교급식에 출하하는 감자는 여주시친환경출하회가 껍질을 벗겨 공급하기에 크게 문제될 소지가 없다. 그럼에도 학교에서 더뎅이병이 걸린 감자를 받지 않으려 하기에 농가들로선 고심이 깊다.

더 큰 문제는 검수를 철저히 해도 속이 썩은 감자를 골라내기 어렵다는 점이다. 엄 국장은 “출하회에서 선별을 잘 해도 속이 상한 감자는 찾아내기 힘들다. 속이 상한 감자가 10개 중 2~3개만 나와도 나머지 멀쩡한 감자마저 학교에 공급하지 못하게 된다”고 밝혔다.

친환경 감자재배 농가들은 △관수시설 보강 △친환경 감자종자 보급 체계 강화 등을 촉구한다. 점차 폭염과 가뭄 문제가 심각해지는 만큼, 관수시설을 보강해 더뎅이병 등 친환경 감자농가의 병해충 피해를 막음과 함께 친환경 감자종자 생산·보급체계도 탄탄히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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