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현안, 청와대 간담회서 박수칠 분위기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 농업에 ‘관심 없음' 드러나 … 농특위 전망도 불투명

  • 입력 2019.01.13 18:00
  • 수정 2019.01.14 17:12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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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어느덧 집권 중반에 접어들고 있다. 문재인정부가 출범하며 농정개혁의 기대도 높았다. 그러나 지난 시간이 증명한 건 농민이 주체가 되지 않고선 실질적인 농정개혁은 요원하다는 점이다. 이에 본지는 문재인정부 3년차인 2019년을 맞아 농민이 농정주체로서 자리매김할 길을 모색하고자 필진 신년 간담회를 마련했다. 지난 7일 서울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이번 간담회의 내용을 연재한다. 편집부

1. 문재인정부 출범 3년, 농업인식 이대로 좋은가

2. 문재인정부 출범 3년, 여성농민 정책과제와 전망

3. 문재인정부 출범 3년, 2019년 농정과제와 전망

난 7일 국회 의원회관 제3간담회실에서 ‘문재인정부 출범 3년, 농업인식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열린 필진 간담회에서 패널들이 의견을 말하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박종서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 사무총장, 윤금순 전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 강광석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김기형 전농 사무총장, 정영이 전여농 사무총장.
지난 7일 국회 의원회관 제3간담회실에서 ‘문재인정부 출범 3년, 농업인식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열린 필진 간담회에서 패널들이 의견을 말하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박종서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 사무총장, 윤금순 전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 강광석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김기형 전농 사무총장, 정영이 전여농 사무총장.

강광석: 이번 간담회는 <한국농정> 필진과 국민과 함께하는 농민의길 사무총장단이 함께하는 자리로 준비했다. 우선 새해를 맞이한 다짐부터 들어보고 싶다.

윤금순: 올해가 새로운 농업의 전기를 맞이하는 해가 되도록 같이 노력해 이뤄지길 바란다.

김기형: 우리의 의지대로 현안이 해결되지 않는 현실을 절감했다. 쌀 목표가격, 직불제 개편과 관련해 역량을 모아 투쟁하고 있는데 여전히 그 연장선상에서 새해를 맞이해 안타깝다. 올해 성과있는 투쟁을 만들었으면 한다.

정영이: 지난해는 가시적인 성과가 없는 가운데 농민진영의 다양한 요구가 나오며 숨 가쁘게 달려온 것 같다. 청와대 초청 간담회에서 확인했듯이 기대했던 성과엔 미치지 못했지만 우리가 나아갈 바를 새롭게 인식하는 1년이었다. 2019년은 함께 대안을 찾아가길 바란다.

박종서: 지난해 농민의길 집행위원장을 맡아 성과를 내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다. 연말 지나며 암담했는데 방향을 잘 잡아야 하겠다.

강광석: 문재인정부 1년차에 열린 토론회에서 나온 발제가 기억난다. 대통령이 직접 농업을 챙긴다는 것은 하나는 관심에서, 하나는 예산으로 표현된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을 보면 농업·농촌·농민에 대해 별반 언급은 없었고 농업예산은 줄어든 것과 다름이 없었다. 특히 지난해 12월 문재인 대통령과 간담회가 있었는데 현장에선 실망의 목소리가 높다.

농정개혁 기대감이 실망으로

박종서: 간담회까지의 과정을 되짚으려 한다. 지난해 3월 김영록 농식품부 장관이 사퇴하고 청와대 농어업비서관, 선임 행정관이 줄사퇴하면서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바뀌었다. 그 뒤 무책임하고 개혁을 막는 관료들의 모습을 보면서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위기감에서 청와대 앞에서 국민농성이 이어졌다. 이 국민농성이 대통령 면담을 성사시켰는데 그 과정을 보면 마음이 착잡하다.

우리가 극복해야 할 과제가 만만치 않다. 우리가 이를 극복할 능력이 있는가 생각하면 착잡했다. 그럼에도 현장의 농민을 믿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게 답이 아닐까 한다.

김기형: 청와대 간담회에서 명확히 확인된 건 청와대 구조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농업을 모른다는 게 대통령의 발언에서 확인된다. 간담회를 오랜기간 준비했는데 대통령에게 농민의 절실함이 제대로 보고되지 않은 것 같다.

간담회는 대통령이 허심탄회하게 농민의 목소리를 듣는 자리여야 했는데 심각한 상황을 희화시키는 이벤트로 전락했다. 대통령의 이목을 가린 관료의 문제가 다시 확인됐다. 이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농정기조를 바꾸기 어렵다. 대통령이 직접 농업문제를 얘기하는 걸 듣고 싶었는데 결과가 안 좋아 실망스럽다.

박종서: 문재인 대통령이 “마음의 빚을 털고 싶어서 모셨다”고 하는 대목에서 진정성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데 쌀값 문제, 스마트농정, 그리고 이어진 마무리 발언에서 실수가 있었다. 그리고 이개호 농식품부 장관과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박수를 쳤는데 청와대 내에서 농업의 심각성을 인식하는데 상당한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김기형: 농업현안이 박수칠 분위기가 아니었다. 그런데 간담회 기획을 그렇게 한 것이다.

윤금순: 대통령이 농업에 관심조차 없으면 농정개혁은 참 힘들다. 남은 방법은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농특위) 설치인데 정작 대통령이 농식품부에 힘을 실으면 농특위가 뭘 하겠나.

김기형: 농특위도 자칫 잘못하면 농민단체들이 제 역할을 못하고 농정개혁위원회처럼 될 가능성이 있다. 농특위는 대통령 직속기구인데 대통령의 관심이 없다면 제 기능을 하겠나. 그래서 농특위 참여도 고민스럽다.

강광석: 지난해 10월 재고미를 방출하고 쌀 목표가격 19만6,000원을 발표하면서 현장농민들의 마음이 많이 돌아섰다. 대통령의 농업에 대한 인식을 보면 관심 자체가 없다. 그리고 농업을 모른다.

박종서: 그래도 농민의길은 농특위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결의했다.

강광석: 올해 농정의 주요 의제와 이에 대한 대응도 준비해야 한다. 아마 변동직불제 폐지를 포함한 직불제 개편이 완결인 것 같다. 그러나 농산물 가격정책과 농민수당 도입 등이 포함되지 않은 직불제 개편안은 안 된다.

왼쪽상단부터 강광석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박종서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 사무총장, 윤금순 전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 김기형 전국농민회총연맹 사무총장, 정영이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사무총장
왼쪽상단부터 강광석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박종서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 사무총장, 윤금순 전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 김기형 전국농민회총연맹 사무총장, 정영이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사무총장

농특위, 적폐에 휘둘리면 안돼

박종서: 농특위에 개혁적인 인사들과 현장농민들이 적극 참여해 현장에 기반한 개혁요구들을 정책화하고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하고 건의해야 한다. 관료적폐들에 휘둘리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직불제 개편에 대해선 따로 고민이 있다. 현재 대부분의 농업예산이 엉뚱한 곳에 쓰이고 있다. 실제로 농민의 소득을 보장할 수 있는 직불제 개혁이 돼야 한다. 향후 농업이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공익적 역할을 다하는 모습으로 예산을 늘려 중소농의 소득을 지지할 유일한 정책이라 생각한다.

또, 현장농민도 중요하지만 실무자의 역량도 문제다. 지금은 실무자들이 지쳐 떨어져 나간다. 이 문제는 계속 언급되는데 고쳐지지 않아 고민해야겠다.

정영이: 그동안의 농정이 농가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사람 중심의 농정으로 대전환이 필요하다. 전여농이 창립 30주년을 맞았는데 이제는 농정의 대전환을 통해 큰 틀의 변화를 가져오는 조직으로서의 역할을 해야겠다.

그리고 농특위 구성과 관련해 여성농민에 관련한 고민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분과 구성에서 고민이 필요하다.

김기형: 직불제 개편을 핵심으로 여기에 농지문제, 농민문제, 가격문제 등이 함께 논의될 수밖에 없다. 한편으로 통일농업에 대한 담론이 필요하다.

윤금순: 장기적인 농업의 상을 그렸으면 한다. 그리고 남북농업교류를 포함해 통일농업의 담론 생산이 필요하다. 농업·농촌·농민에 대한 미래구상을 시작하는 한해가 됐으면 한다.

강광석: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기본법에 농민을 규정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연구가 없다. 법률가들과 함께 연구해야 한다. 동법에 정부가 농업의 공익적 기능을 보장하고 사회적인 홍보를 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우리가 왜 농업을 보호해야 하는지 교육 및 홍보를 하도록 방안이 있다면 제안해야 한다.

또 하나는 직불제 개편 논의에서 친환경농업 육성의 방향이 있어야 한다. 여기에서 공공급식 논의도 돼야 한다. 공공급식 자체가 안정적인 가격으로 안전한 먹거리를 공급하는 취지이니 관련한 계약재배는 친환경농업으로 해야 한다. 이 속에서 공공급식을 확대하고 친환경쌀을 공급하는 논의가 나올 수 있다.

윤금순: 희망이 없는 곳에서 희망을 만드는 게 우리가 해온 역할이다. 지금 상황은 희망적이지 않지만 새롭게 희망을 만들었으면 한다. 조금이라도 진전시킬 수 있을 때 끈을 놓지 말고 진전시켜야 하겠다.

정리 홍기원 기자·사진 한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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