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홍보로 PLS 문제점 가려지지 않는다

정부, 상반기 농가 계도에 주력 … 효과는 미지수
“누굴 위한 제도인가” 문제 고친 뒤 시행했어야

  • 입력 2019.01.13 18:00
  • 수정 2019.01.13 19:15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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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새해 들어 농약허용물질목록관리제도(PLS)가 전면 시행됐지만 현장은 시계제로의 양상이다. 농촌마다 교육과 홍보가 한창이지만 제도 자체의 부실함을 가리기엔 어려워 보인다.

정부는 2019년 상반기 동안엔 PLS에 관한 현장계도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이다. 농림축산식품부, 식약처, 농촌진흥청, 산림청은 지난해 12월 PLS 전면 시행을 앞두고 농업계와 식품업계의 협조를 당부하며 “농가방문 컨설팅, 사전 안전성 조사 등 농민 대상 계도를 강화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이에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내 농업관련기관을 중심으로 PLS 교육 및 홍보가 집중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까지 집계한 교육·홍보 실적을 보면 농민·농약 판매상 등 210만명을 교육했으며 각종 홍보물 329만부가 전국에 배포됐다.

그러나 대부분 단순 정보전달에 그쳐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교육내용도 농민들의 신뢰를 얻기엔 문제점이 있다. 농식품부·농진청·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 지난해 10월 전국에 배포한 교육자료인 「올바른 농약사용 안내서」를 보면 ‘농약은 경제적인 피해 수준 이상의 피해가 우려될 때 사용하라’거나 ‘농약을 사용할 경우 주변 농가와 행인 등에게 사용을 알려라’, ‘농약 살포는 바람이 없는 오전 중에 실시해 최대한 비산되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등 현장과 동떨어진 내용이 적잖다.

현장에선 비산 또는 환경잔류로 인한 비의도적 오염과 특정품목에선 등록된 농약이 없는 문제가 부각되고 있지만 뾰족한 해법이 없다. 결국 PLS 시행에 따른 모든 책임은 농민에게 전가되는 상황이다. 경남지역 농업관련기관의 한 관계자는 “중요한 점은 농민들이 안전사용기준을 지키지 않는 게 문제다”라며 “지금 분위기는 농가 계도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3~4월은 돼야 흐름을 파악할 것 같다”고 전했다.

경남 진주시에서 만난 한 농약상은 “호박은 곰팡이병, 역병이 문제인데 등록된 농약이 없다. 인공수정약도 PLS 시행으로 쓸 수 없다”라며 “농진청에서 직권등록 신청을 받고 있지만 재배면적이 넓지 않은 작목에 농약회사들이 투자할지는 미지수다”라고 말했다.

농약 포장지에는 작물명과 적용해충, 희석배수, 안전사용기준 등이 표기돼 있다. 그러나 실제 농업에 적용하기엔 무리가 따른다는 게 현장의 설명이다.
농약 포장지에는 작물명과 적용해충, 희석배수, 안전사용기준 등이 표기돼 있다. 그러나 실제 농업에 적용하기엔 무리가 따른다는 게 현장의 설명이다.

이 농약상은 “등록된 농약이 많아도 농약의 주성분이 다양한 건 아니다. 라벨에 표시한대로 살포횟수를 지켜야 하는데 쉽지 않다”라며 진주지역에서 주로 재배하는 고추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그는 한 농약의 라벨을 보여주며 “이 농약은 고추에서 안전사용기준 사용횟수가 3회 이내로 표기돼 있다. 3회를 살포하면 다른 성분을 가진 농약을 사용해야 한다. 그런데 주성분은 크게 4가지 정도여서 성분당 3회로 살포횟수를 잡으면 12회가 한계다. 실제 살포횟수와 큰 격차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기후변화로 환경이 달라지거나 병충해가 발생하면 농약을 집중적으로 살포해야 하는데 안전사용기준은 이와 같은 조건을 무시하고 있어 실제 적용이 어렵다는 게 현장의 지적이다. 이 농약상은 “등록된대로만 팔면 되니 큰 어려움은 없는데 일부 농약상들은 매출을 올릴 기회로 보기도 한다”라며 “실제 위반사항을 적발하기도 쉽지 않아 큰 의미가 없다. 누구를 위한 제도인지 의문이다”고 덧붙였다.

정철균 진주시농민회 사무국장은 “생협은 자체인증으로 농약 살포 횟수를 제한하기도 하는데 이는 계약재배로 판로가 보장됐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라며 “비산된 농약에 대한 대책도 없는데 시행을 유예하고 문제점을 보완한 뒤 검토하는 게 합리적인 정책집행이었다”고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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