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의원시절 발언 그대로 장관직 수행하는 것이 내 업무지침”

사람중심 농정, 청년·고령영세농 고려한 정책 설계
직불제 개편, 변동직불제 폐지 대책 마련 우선돼야
스마트팜 혁신밸리, 작물생육데이터 부족 ‘인정’
밥 한 공기 300원, 정부 생각도 다르지 않아

  • 입력 2019.01.13 18:00
  • 수정 2019.01.13 19:13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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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 8일 '한국농정'과의 인터뷰에서 “농정의 틀을 농지중심에서 농민중심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 핵심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한승호 기자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 8일 '한국농정'과의 인터뷰에서 “농정의 틀을 농지중심에서 농민중심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 핵심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한승호 기자

지난 8일 여의도 농림축산식품부 서울사무소에서 이개호 장관과 인터뷰를 했다. 농정을 견제하고 감시하던 자리에서 농정을 이끄는 자리로,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는 이 장관은 미리 전달한 질문이 아니어도 평소 생각을 밝히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직불제 개편 문제만 봐도 ‘변동직불제 폐지’라는 고정된 사고에 머물러 있지 않았고, 스마트팜 혁신밸리에 대한 우려도 솔직히 짚었다. 하지만 장관이라는 직분이 주는 무게감에 양보하는 답변도 있었다.
“2019년은 문재인정부 농정개혁이 구체화 되는 해”라고 밝힌 이 장관은 총선준비까지 병행하는 아주 바쁜 한 해를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현장을 염두에 둔 농정소신을 밝히는 대목엔 반가운 마음도 앞섰지만, 그 목표를 다하기엔 스스로 예고한 임기가 지극히 짧다.

대담·정리 원재정 편집부국장, 기록 박경철 기자

2019년은 문재인정부 출범 3년차가 되는 해이다. 지금까지 쌀값 회복 외에 농정분야에 뚜렷한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 올해 농정개혁 중점 방향이 궁금하다.

농정의 틀을 농지중심에서 사람중심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 핵심 방향이다. 사람에 대한 투자, 지원, 정책을 강화하겠다. 그 중 가장 역점을 두는 것은 청년후계농에 대한 집중 지원과 육성이다. 비단 금년만이 아니라 근본적 대한민국 농정 방향이 그렇게 가야한다는 게 소신이기도 하다. 두 번째 영세소농 대책인데, 공익형 직불제가 대표적이다.

모든 농가에 일정한 기본 직불금을 지급하고 농사규모에 따라 일정하게 추가 지급하는 방식의 직불제 개편은 중소농의 지원을 확대하면서 대농은 적절하게 유지되도록 하겠다. 장관직 수행을 하면서 가장 큰 업무지침이라면 농해수위 의원시절 발언들이다. 그대로만 한다면 박수받지 않을까(웃음).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 8일 '한국농정'과의 인터뷰에서 “농정의 틀을 농지중심에서 농민중심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 핵심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한승호 기자
이개호 장관은 "현재 쌀값은 비로소 균형을 맞춰가는 것이고, 정상 수준을 회복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한승호 기자

직불제 개편으로 농민들의 소득을 확대한다는 계획인데, 예산문제가 관건이다.

공익형 직불제가 성공하려면 2가지 전제조건이 있다. 첫째는 농촌에서 거부감 없이 받아줘야 한다. 특정 이해관계자들의 결사적 반대를 없애야 하는데, 대농들의 불이익을 최소화 하는, 하후상중(하후상유지) 방안이 필요하다. 예산의 절대규모가 늘어야 하는 건 당연하다. 현재 직불금 지급 규모 2조원 내외에서 15~20% 정도 확대해 파이를 키운다면 불이익 걱정은 덜 수 있다.

재정당국과 치열한 협의가 필요한 문제이고, 가장 큰 숙제다. 또 하나 농가가 만족하고 소비자가 용인하는 적절히 높은 쌀값이 유지돼야 한다. 쌀의 과잉생산분에 대한 ‘자동시장격리 법제화’가 필요하다. 이런 제도적 장치가 만들어져야 비로소 공익형 직불제가 연착륙할 수 있다.

정부의 계획상 2020년부터 개편된 직불제가 적용된다. 그럼 올해 사전조치가 마련된다는 말인가.

그렇다. 사실상 초안은 나와 있다. 현재 농민들이 불안해하는 변동직불제 폐지 문제도 몇 가지 가능성을 열어두고 논의 중이다. 명확한 결론을 내지는 못했지만 현재 박완주 의원이 여당 간사로 낸 법안은 2019년까지만 유지토록 했다. 변동직불제에 대한 장관 입장이 아닌 의원으로서 주장은, 직불제를 개편하되 변동직불금은 당분간 그대로 두자는 것이다.

현재의 목표가격이 결정되면 5년간 유효하니 제도는 그대로 두고 대신 높은 수준의 쌀값을 유지해 변동직불금 발동요건을 없애면 된다. 그런데 변동직불제를 그대로 두면 예산의 효율성이 떨어져 결국 농민들 손해다. 높은 수준의 쌀값 유지라는 약속이 지켜지게 하고, 변동직불금도 통합직불금에 포함시키는 것이 이익이라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쌀값 안정’이 전제 조건이라면, 적정한 쌀값 수준도 밝혀 달라.

우리는 한 번도 쌀값 안정을 경험해 본 적이 없다. 그나마 2016년 수확기 산지쌀값이 12만6,000원대였는데, 2018년 수확기에 19만원대가 형성됐다. 정부는 올해 최대한 노력해서 이 시세를 수확기까지 유지하겠다. 적정 쌀값은 19만원보다 더 높아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과거 쌀값이 워낙 낮아서 현재 쌀값은 비로소 균형을 맞춰가는 것이고, 정상 수준을 회복하는 중이다. 대통령도 같은 말을 하지 않았나. 문제는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가격 수직상승폭에 대한 부담감이다. 점진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쌀값 인상체계를 맞춰가야 한다.

이개호 장관(맨 왼쪽)은 본지 원재정 부국장(맨 오른쪽)과 인터뷰를 하며 약 50분간 농업 현안에 대해 기탄없이 답변했다. 한승호 기자
이개호 장관(맨 왼쪽)은 본지 원재정 부국장(맨 오른쪽)과 인터뷰를 하며 약 50분간 농업 현안에 대해 기탄없이 답변했다. 한승호 기자

농민단체와 ‘직불제 개편 협의체’를 구성해 운영하겠다고 했는데, 아직 소식이 없다. 언제 구성되는 것인가.

대통령께 농민단체와 협의체 만든다고 보고까지 한 사안이고, 틀림없이 할 일이다. 1사분기 안에는 협의체를 구성해 농민단체와 구체적 논의를 시작하겠다. 그래야 하반기 예산, 법과 제도 마련 등 시간표를 맞출 수 있다.

직불제 개편 관련 현장 요구 중 하나가 농지관리 문제다. 직불금 부당수령을 근절할 농지문제에 대한 대책이 궁금하다.

지난번 업무보고 때 대통령이 농지관리 잘 돼 가냐고 갑자기 물어서 깜짝 놀랐다. 사실 농지문제가 워낙 복잡해 체계적 관리가 잘 안 되고 있다. 하지만 임차농지에 대한 특별관리는 반드시 해결할 과제로 올해 부재지주 농지에 대해 단계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실태조사 방식을 개선해 조사의 실효성도 높일 계획이다.

또 스마트팜 맵, 드론 등 직불금의 이행점검 부분도 관리해 나가겠다. 직불금 부당수령 신고제 활성화, 신고포상금 인상 등 상시점검 체계도 논의 중이다.

이개호 장관은 농특위 운영과 관련해
이개호 장관은 농특위 운영과 관련해 "사무국에 농어업정책, 농어업인에 대한 지원, 농어촌 공동체 유지를 위한 개발 등 3개팀을 두고 분과위와 자연스레 연결시키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승호 기자

올해 농업계의 큰 화두가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출범이다.

12월 법 통과 후 현재는 위원장 선임, 시행령 등을 조율 중이다. 위원장이 선임돼야 민간위원에 대해 상의하고 위촉할 수 있다. 농특위를 왜 만들었는지 취지를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의 농촌에 대한 애정은 추호도 의심하지 않는다. 19대 국회 때 같이 의원을 지냈고, 그 후 선거 과정에서 농업 관련 정책과 생각을 직접 듣기도 했다.

다만 현실이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농촌에 대한 관심, 정책적 의지를 표현할 기회가 없었다. 반드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서 대통령이 농정에 발을 담글 수 있는 그릇이 필요하다. 그것이 농특위고 그 역할을 해야만 한다. 대통령 직속이기 때문에 적어도 대통령이 회의에 참석하거나 회의 보고를 받는 토대가 마련된다. 정부 각 부처가 농업문제를 위해 협력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농림부 혼자 죽어라 해결할 게 아니라 기획재정부, 보건복지부 다 함께 해법을 찾아보는 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농특위는 사무국에 농어업정책, 농어업인에 대한 지원, 농어촌 공동체 유지를 위한 개발 등 3개팀을 두고 분과위와 자연스레 연결시키는 방안이 필요하다. 아직 구체적 논의를 한 것은 아니고 평소 생각했던 농특위 운영의 골간이다.

축산 현안은 산적해 있는데 축산정책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높다. 일례로 미허가축사 적법화 문제만 봐도 농가들이 이행계획서를 94% 냈다고 정부는 성과라고 평가했다. 적법화가 불가능한 축산농가에 대한 해법은 여전히 농가를 옥죄고 있다.

축산업 현안 해결에 정부 나름대로 노력하지만 업계 체감도가 낮아 아쉬운 면이 있다. 지역에 가보면 적법화가 불가능한 축사가 굉장히 많다. 지난번에 이행계획서를 받은 4만2,000농가 중 7,000농가는 어떤 방식이든 이행이 가능하다. 나머지 3만5,000농가가 오는 9월 27일까지 적법화해야 된다. 최근 3만5,000개 대상 농가에 대해 전수조사를 지시했다.

우선, 현 위치에서 규모를 조정하거나 아니면 제도의 틀 범위 내에서 규모를 조정하거나 현행 법 체계에서 양성화 할 수 있는 농가가 있다면 방법을 찾고 그 계획을 미리 협의토록 했다. 두 번째는 이전이나 단지화 가능한 곳을 찾는 방법이다. 세 번째는 현행 법체계에서 불가능한 축산농가에 대해선 과감하게 전업대책을 지금부터 세우라고 했다.

단, 축협과 시·군청, 농관원이 함께 협의하고 대책을 세우면서 개별 지원방안 만들자는 것이다. 그래야 9월 27일 농촌에 주는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 특히 농가입장에서 최선을 다해 법과 제도적 지원을 하는 것 중요하다. 지역구가 전형적 농촌이라 현장에서 많은 얘기 듣는다. 축산농가의 아우성을 군청이 성의 있게 들어주고 해결 위해 노력하는 것이 결과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행정도 지금부터 준비해야 당황스럽지 않게 9월에 잘 풀 수 있다는 점을 수차례 강조하고 있다. 지난 7일 농식품부 간부회의에서도 특별히 지시했다.

이개호 장관은
이개호 장관은 "스마트팜 혁신밸리와 관련한 농민단체의 우려에 대해 충분히 듣고 있다"며 "꼭 대규모 밸리 형식로만 할 게 아니라, 개인형·농업법인이나 단체가 운영하는 중규모 등 다양한 방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승호 기자

스마트팜 혁신밸리 추가공모 소식이 어제(7일) 발표됐다. 정부 농정개혁이 스마트팜 혁신밸리라는 성과물로 집중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 속에 이미 지정된 경북 상주, 전북 김제 등은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다.

전북 김제 스마트팜 지정지역이 습지이기에 보존해야 한다고 들었다. 농업이 기본적으로 환경을 보존하니 직불금을 공익형으로 바꾸자는 마당에 스마트팜 밸리라는 대형 농업시설 만들면서 환경 문제가 생기면 안 된다. 태양광 설치한다고 산의 나무 베는 것과 똑같은 것 아닌가. 주민 의견을 경청하는 것이 중요하다.

스마트팜 혁신밸리 사업은 취임 전부터 있었던 것으로, 농업인단체 우려에 대해 충분히 듣고 있다. 우선의 원칙은 기업의 농업 참여는 절대 막는다는 것이다. 스마트팜은 4차산업 혁명시대에 시대적 조류라고 본다. 다만 농촌현장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연착륙 될 수 있도록 정책적 뒷받침 필요하다. 꼭 대규모 밸리 형식로만 할 게 아니라, 개인형·농업법인이나 단체가 운영하는 중규모 등 다양한 방식이 가능하다. 올해까진 기존 스마트팜 밸리 방식으로 하고 있는데 내년부터 방향을 달리하라는 지시를 했다.

스마트팜은 굉장히 높은 수준의 기술력이 필요한 분야다. 수많은 생육데이터가 집적돼야 하는데 기본적으로 그 점이 부족한 실정이다. 스마트팜 밸리 시행 초기엔 상당히 고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데이터가 집적되기 전까지 10여년 동안 현재 자동화농장 수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

국회 앞 천막농성장에서 새해를 맞은 농민들이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농민들께 새해 인사 부탁드린다.

아직도 국회 앞 농성장에서 이 엄동설한에 고생하고 계신 농민들이 있다는 것 잘 알고 있다. 국회의원 신분이었다면 수시로 찾아갔을 텐데…. 장관으로서 상황을 듣고 진지하게 체크하고 있다. 그분들이 주장하는 건 딱 한 가지다. 밥 한 공기 300원. 그 취지는 문재인정부와 똑같다.

다만 밥 한 공기 300원 달성 시기를 언제로 잡을 것인가, 어떻게 달성할 것인가 방법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정부를 믿고 다시 현장으로 돌아가서 농촌 발전을 위해 함께 해 줬으면 좋겠다. 정부로선 2년 가까이 여러 정책적 방향 모색을 위해 노력했다.

어떻게 보면 올해는 구체적으로 실행하는 원년이다. 문재인표 농정은 농민만족이 그 기준이라고 믿는다. 농식품부 장관이자 농촌 출신 국회의원, 또 농해수위 위원으로 의정활동을 해 온 사람으로 농식품부는 언제나 농민 편에서 농민과 함께하겠다고 약속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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