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칼럼] 쫌 이상한 사람들

  • 입력 2019.01.06 18:00
  • 기자명 한영미(강원 횡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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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미(강원 횡성)
한영미(강원 횡성)

밤늦은 시간까지 사회적 농업실현을 포함해서 2019년도 해야 할 일을 앞두고 두런두런 회의를 하던 중에, 학교도서관운동을 하시는 분이 그림책 한 권을 읽어주셨다. 그림책을 통해 토론하고 심리상담까지 할 수 있다며 읽어주신 책은 미겔 방코의 ‘쫌 이상한 사람들’이다. 책의 내용은 혼자인 것을 느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금방 알아채고 자기 자신을 위해, 남들을 위해 즐겁게 춤추고 노래하고 웃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 나무를 좋아하고 식물을 기르는 일을 잘하고, 자기편이 지더라고 승자를 응원하고, 다른 이의 행복을 기뻐하는 사람. ‘이런 사람들이 많으면 참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는데 느닷없이 “쫌 이상한 사람들이죠?”라고 반문을 하는 책이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선생님은 가장 인상적인 부분에 대해 이야기해보자고 했다. 회의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제각각 이런저런 장면을 떠올리며 이야기했다. 어떤 이는 지면 속상하다고 하고 어떤 이는 남들 앞에서 웃기는 것이 싫다고 했고, 어떤 이는 남의 아픔보다 나의 아픔이 앞선다고 했다. “저요, 저요” 하고 손들고 질문하고 자기의견을 개진하는 사람, 자기 자신들의 이해와 요구를 대변하기 위해 팔뚝질을 하며 시위를 하는 사람들 모두 자존감이 높은 사람들이라며 자존감을 높이려면 팔꿈치운동, 즉 데모를 잘해야 한다고 심각한 분위기를 웃음바다로 만들면서 쫌 이상한 사람으로 거듭난 분도 있었다.

그림책 한 권을 함께 읽고 많은 생각을 했다. 혼자 읽었으면 그냥 책 한 권 읽고 끝났을 터인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삶의 방향을 잡는 데 도움이 된다. 지난해 말 농림축산식품부 사회적농업 활성화 지원사업자로 횡성 언니네텃밭이 선정됐다. 언니네텃밭이 그동안 사회적 취약계층인 노령여성농민들과 함께 공동체를 일구며 중단 없이 도시소비자들과 교류해왔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사회적 지지와 지원을 받아야하는 청소년, 장애인, 귀농귀촌인, 여성농민들과 지역 내에서 농업을 통해 농업가치를 실현하고 농촌사회가 안고 있는 사회적문제를 해결해 나가고자 한다. 농촌에서 농업은 모든 산업의 발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농업을 핵심으로 발전시키는 데 부딪히는 제약을 해결해야 한다. 지금 농촌에서 가장 큰 문제는 농사지을 젊은 사람이 없다는 점이다. 그 이유가 소득이 적어서가 아니라 농업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기반을 만드는 데 많은 투자가 필요하고 소규모 농업에 대한 지원이 없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더구나 농촌 청소년조차 농업을 겪어보지 못하게 만드는 농업 천대 풍토가 만연해서 농업계 고등학교가 먼저 사라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농(農)은 4차 혁명의 시대에 빈부의 격차와 불평등한 관계로 인한 사회적 범죄를 줄이고 지구 환경 생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경제활동이자 적극적 예방 활동이 될 수 있다. 농사는 먹을거리 순환의 기초과정이기 때문에 식품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재료를 얻는 과정이며 가공과 소비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많은 일자리를 확산시킬 수 있다. 생명을 다루는 농업은 마음의 병을 치유하고 사회관계에서 생기는 대립감을 연대와 기쁨의 정서로 순화시킨다. 이러한 사회적 농업실현을 위해 연대체를 만들고 그동안 해오고 있던 관계의 농업, 친환경 농업을 다양한 활동을 통해 좀 더 짜임새 있게 연결해보고자 한다.

더 이상 농민들만 농사짓는 세상이 아니다. 그 누구라도 농업을 영위할 수 있어야 하고 그 일을 가능하게 해야 한다. 2019년엔 환경·농업·배려가 어우러지는 농업을 꿈꾼다. 이 꿈을 이루려면 ‘쫌 이상한 사람들’이 많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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