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품종 도입, 농민도 조심해야

  • 입력 2019.01.06 18:00
  • 기자명 박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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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목화씨를 붓대에 숨겨 들여온) 문익점 선생의 얼을 하나도 모른다. 그 얼을 받았으면 농민을 도둑으로 몰진 않았을 것이다.”

미하야, 아수미 일본 감귤 품종보호 사태를 겪은 제주 감귤 농민들의 목소리다. 큰돈을 들여 정상적으로 들여온 품종에 대해 정부가 보호는 못해줄망정 도둑으로 몰고 있다는 하소연 속에 나온 얘기다.

일본에서 감귤 품종을 들여오는 일은 과거라면 문제가 되지도 않고, 오히려 칭송을 받을 수도 있는 일이다. 실제로 제주도 감귤류의 90% 이상이 일본에서 들여온 품종이고, 그 과정에서 한라봉이나 천혜향 등도 우리 품종으로 자리를 잡았다. 우리나라 감귤 육종역사가 짧다보니 정부나 지자체 차원의 품종 연구·개발이나 지원이 뒤처진 점도 작용한 셈이다.

이렇다보니 제주도엔 일본 품종을 제도적 허점 속에 주먹구구식으로 들여오는 풍토를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분위기가 있다. 제주도청 공무원조차 품종 개발이 잘 이뤄지지 않다보니 어쩔 수 없이 이뤄진 측면이 있다고 할 정도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청양고추를 먹을 때마다 외국에 로열티를 내는 시대에 살고 있다. 1998년 청양고추 종자를 보유한 중앙종묘가 몬산토에 인수된 데 따른 것이다. 이는 종자전쟁의 시대가 오고 있음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한국은 지난 2002년 ‘식물신품종보호를 위한 협약’에 가입했고, 10년간의 유예기간 끝에 효력이 발생하게 됐다.

이번 사태도 맥을 같이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일본쪽 품종보호 출원의 대리업무를 맡은 다고원예에선 미하야, 아수미 이외에도 사과, 배, 딸기 등 24~25개 품종에 대한 보호도 출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제 당당하게 문익점을 얘기할 수 있는 시대가 지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번 사태를 두고 국립종자원의 처리 과정이나 농협의 돌발적 출하 중단, 품종 개발이 이뤄지지 않는 부분에 대한 문제는 지적돼야 마땅하다. 당연히 이에 대한 대책도 뒤따라야 한다.

더불어 농민들 스스로도 재배에 앞서 품종에 문제가 없는지 꼼꼼히 따져봐야만 한다. 문제가 발생할 시 정부나 관련단체의 대응이 한참이나 동떨어져 있어 그 피해를 농가에서 고스란히 떠안을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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