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감귤 농가 목소리] “농민이 도둑놈인가”

  • 입력 2019.01.06 18:00
  • 기자명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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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제주도 제주시 애월읍에서 농사를 짓는 양봉호(74)씨가 자신의 아들이 재배했지만 창고에 쌓인 채 아직 출하를 하지 못한 미하야 품종의 감귤을 보여주고 있다. 한승호 기자
제주도 제주시 애월읍에서 농사를 짓는 양봉호(74)씨가 자신의 아들이 재배했지만 창고에 쌓인 채 아직 출하를 하지 못한 미하야 품종의 감귤을 보여주고 있다. 한승호 기자

‘미하야’와 ‘아수미’ 등 일본에서 들여온 감귤 품종에 대한 일본의 품종보호 출원으로 일종의 특허권 논란이 일며 이를 재배하던 제주 감귤농가들의 11월 수확기 출하가 막히는 사태가 발생했다. 법적 분쟁이 벌어질 수 있다는 판단 속에 제주 지역농협들이 출하를 중단하며 사단이 난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농림축산식품부가 품종보호 출원 공개일인 지난해 1월 15일 이전에 식재한 나무에서 수확한 감귤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유권해석을 내린 가운데 농협에서도 출하로 가닥을 잡으며 급한 불은 꺼진 상태다.

지난해 12월 31일 제주도 제주시 애월읍에서 만난 농민들도 일단은 한숨을 돌린 상태라면서도 일련의 과정 속에서 짚고 넘어갈 문제가 있다며 국립종자원과 농협, 행정을 향한 성토의 목소리를 높였다.

일단 이날 만난 감귤 재배 농민인 양봉호(74)씨와 문형택(82)씨 등은 무엇보다 “국립종자원이 어느 나라 종자원이냐”고 한목소리를 냈다. 농민들이 일일이 이런 문제가 발생할 부분까지 알 수 없었던 데다 일본에서 들여온 묘목을 국립종자원 신고와 식물검역소의 격리재배를 통한 병해충 검역 등 정상적인 절차를 밟았음에도 이제 와서 도둑놈으로 몰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나라가 품종 개발에 소원한 까닭에 농민들이 소비자 기호에 맞춘 품종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해온 터라 국립종자원이 곱게 보일리 만무했다. 또한 국립종자원이 등록한 육묘업체에서 구입토록 홍보까지 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꼭 일본 공무원 같다”는 성토까지 나온 이유다.

이들에 의하면 이미 일본쪽에선 2017년 1월에 품종보호 신청을 했다가 그해 6월 취하를 한 바 있다. 이에 농민들도 문제가 없겠다는 판단 속에 재배를 이어갔고 그해 연말 첫 출하까지 마쳤다. 하지만 그해 11월 26일 일본쪽에선 재차 품종출원을 했다.

이에 농민들은 지난해 3월 국립종자원 제주지원을 찾아 강력히 항의했고, 이때 국립종자원 관계자는 지난해 1월 15일 이전 식재한 나무에서 수확한 감귤은 출하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또한 농민들의 우려가 깊어지자 8월 국립종자원 제주지원과 제주감귤농협이 마련한 ‘아수미, 미하야 품종보호 출원 관련 교육 및 향후 품종 갱신 방향 설명회’에서도 국립종자원 관계자는 같은 입장을 밝혔다.

국립종자원 관계자의 말을 믿었던 농민들의 입장에선 수확기에 터진 특허권 논란은 청천병력이나 다름없었다. 대한민국 정부에서 운영하는 국립종자원이 농민의 편에서 일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들은 “농민들이 아둔하지 않다. 농민들이 잘 모른다고 깔아뭉개면 국립종자원은 존재할 가치가 없다”고 성토했다. 애초에 국립종자원이 처음부터 문제를 삼거나 대응방법을 상세히 알려줬다면 이렇게까지 원성을 살 일은 없었다는 게 이들의 목소리다.

농협을 향한 성토도 마찬가지다. 법률적 검토도 없이 즉각적으로 출하를 중단한 것은 계엄령 선포나 다름없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한편, 이들은 이번 사태로 젊은 귀농귀촌인들이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며 걱정을 보탰다. 정부의 지원으로 귀농귀촌 지원해서 열심히 농사지었으면 판로을 마련해주는 것이 정부와 농협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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