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대통령 간담회인가

  • 입력 2019.01.06 18:00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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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농민들이 청와대에서 만났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598일 만이다. 주지하다시피 문재인정부의 농정은 난맥상이었다. 사상초유의 장기간 농정공백이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농업에 대한 관심을 표시하지 않았다. 농민 홀대를 넘어 농민 무시라는 비판이 하늘을 찔렀다.

급기야 청와대 앞에서는 일단의 농민과 시민들이 농정개혁을 촉구하는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한 달이 넘는 단식농성 끝에 청와대에서 농민들과 대통령 면담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고 그것이 지난해 12월 27일 이뤄진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마련된 간담회였으나 초청을 받은 농민들을 위한 자리가 아닌 대통령을 위한 자리였다.

140여명의 농민과 관계 인사들이 모인 자리에 발언자는 단 9명, 발언 시간은 3분으로 제한해 간담회가 기획된 행사로 전락했다. 특히 이 자리에서 소년 농부와 청년 농부를 앞세워 함께 한 대다수 농민지도자들에게 모욕을 줬다.

부모의 후광으로 농사를 지을 것으로 보이는 소년·청년 농민은 희망을 이야기하게 기획했고, 농업의 절망을 이야기하는 농민지도자들의 모습과 대비시켰다. 평생 땅을 일궈온 농민지도자들을 불평·불만만 있고 무능한 농민으로 비춰지게 한 것이다.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은 쌀값문제에 있어 “단기간에 26.2% 올랐다, 소비자 입장을 고려해 쌀값이 올라야 한다”고 발언하면서 19대 대선에서 공약한 21만원에 대한 해명은 일절 없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뜬금없이 황소를 소환해 스마트팜을 정당화했다. 농민들은 지금까지 새로운 기계와 시설을 도입하는데 게을리 하지 않았다. 자신의 형편에 맞게 새로운 기계와 농법을 도입해 왔다. 요즘 표현으로 스마트팜을 처지에 맞게 실천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마치 농민들이 과거로 돌아가 황소로 밭을 갈려고 한다는 듯 억지논리를 폈다. 이는 농촌현실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무지한 발언이다. 농민들이 반대하는 것은 스마트팜이 아니라 스마트팜 밸리라는 것을 문재인 대통령이 모르고 있다면 이는 심각한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현실인식이 드러난 극적 장면은 간담회 말미에 이개호 장관과 박완주 의원을 칭찬하는 장면이다. 어느 농민이 정부와 국회가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도무지 찾아볼 도리가 없다.

이날 대통령은 농민 140명과 75분간 만났다. 바로 이어 진행된 민주당 전·현직 국회의장과의 오찬모임은 2시간이었다. 편한 자리는 길게, 민생을 듣는 자리는 형식적으로 짧게 한 것 또한 비교가 된다.

간담회 이후 농민들은 청와대의 행태가 박근혜 시대와 다르지 않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청와대는 이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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