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원의 농사일기 65] 새해에는 따사로운 햇살이
[윤석원의 농사일기 65] 새해에는 따사로운 햇살이
  • 윤석원 중앙대 명예교수
  • 승인 2019.01.06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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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원<br>중앙대 명예교수

온몸으로 한기가 느껴지는 맹추위가 연말연시를 강타하고 있다. 날씨만큼이나 농업·농촌·농민도 추운 농한기를 보내고 있다.

위정자들의 농업·농촌·농민 문제를 대하는 자세와 철학이 현장의 농민들을 더욱 춥게 한다. 보도에 의하면 대통령은 농민대표들과 선도농 등 140여명을 대거 청와대로 불러놓고 발언자는 겨우 9명이었다고 하며 열여섯살 어린 농부의 노래도 들었다고 한다. 이 자리에 직접 가보지 못해서 정확한 분위기는 알 수 없으나 3년만에 어렵게 만든 농민들과의 대화자리를 이렇게 이벤트성 쇼나 해서는 안되는 자리였다.

그런 이벤트성 쇼나 하려고 농민과 시민사회단체가 그토록 대통령과의 직접 면담을 요구한 것이 아니지 않는가. 관리들을 통해 올라오는 보고내용보다는 좀 더 진솔한 현장의 얘기들을 직접 듣고 공감하는 자리였어야 했다. 현장의 농민들을 뭐하러 모셨는지 의아하기만 하다. 애초부터 잘못된 기획이었다.

4월경이면 대통령직속 농특위가 출범한다고 하는데 권력핵심층의 이러한 상황인식하에서는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을 것으로 확신한다. 또 쇼나 이벤트 행사장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농정당국은 물론 일부 전문가 집단의 안일한 현실인식도 현장의 농민들을 춥게 한다. 잘 하는 상위 1%의 농민들을 배우고 따라하라고 강요하고, 정작 농촌과 농업을 지키며 평생을 살아온 농민들보다는 반짝하다 사라져 버리는 하루살이 농민들을 치켜세우는 한심한 정책제안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스마트팜이니 청년농이니 하면서 농업은 미래 성장산업이라고 우기는 자들에게 묻고 싶다. 그럼 농촌은, 농민은 어떻게 될 것인가라고.

농촌이 소멸할지도 모른다고 걱정하면 소확행으로 인해 귀농·귀촌자들이 늘어나 농촌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하는 소위 그들만의 현장과 괴리된 연구결과를 권력의 입맛에 맞게 내놓는 국책연구기관을 보면서 서글퍼진다.

현재 농정의 최대 이슈 중 하나인 정부의 직불제 개편방안은 현장의 농민들을 더욱 춥게 한다. 공익형직불제를 도입하느니, 밭과 논의 직불금을 동일하게 하여 고정직불금을 높이겠다느니, 상박하후로 직불금을 차별화하여 중소농을 보호하겠다느니 하는 직불제도 개편안의 핵심은 쌀변동직불제를 폐기하여 목표가격을 설정하지 않음으로써 쌀소득안정장치를 없애고 국회 동의과정을 없애겠다는 저의가 깔려 있어 현장의 농민들을 슬프게 한다. 쌀값 안정장치와 변동직불제는 둘 중 하나의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함께 가야하는 정책수단이기 때문이다. 쌀값 안정장치를 확실하게 도입하면 변동직불금이 많이 소요되지 않기 때문에 예산을 다른 곳에 얼마든지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

새해에는 사람중심, 농민중심의 농정을 펴야 한다고 말만 하지 말고 대다수의 평범한 농민들이 춥지 않게 따스한 햇살이 골고루 내리 쬐는 농정을 펴주기를 바랄 뿐이다. 내년(2020) 정초에는 너무나 따뜻하게 보낸 한 해(2019)였다고 쓸 수 있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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