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농특위의 성공 조건

  • 입력 2019.01.01 00:00
  • 기자명 허헌중 지역재단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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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헌중 지역재단 상임이사

문재인정부의 농정공약 1호로 주목받았던 대통령 소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설치 법안(농특위)이 지난해 마지막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오는 4월경 본격 출범하여 2024년 4월까지 5년간 존속할 예정이다.

농특위는 농어업·농어촌의 지속가능한 발전방향을 협의하는 대통령 자문기구로서, 농어업·농어촌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공익적 기능 실현을 위한 중장기 정책방향, 지역발전 및 복지증진, 생태·환경·자원의 체계적 보전 및 효율적 이용, 지역 자율농정 수립, 먹거리 정책, 다원적 가치 실현 조사·연구 등과 그 실천계획 및 추진상황 점검·평가 등을 협의한다.

현 정부 출범과 동시에 설치되어 농민·소비자·정부 사이에 사회적 합의기구로 역할하며 적폐청산과 개혁의 중장기계획을 수립, 범정부 차원의 이행을 점검·평가해야 할 국정과제위원회가 정부 출범 2년이 다 되어서야 가동되는 것은 만시지탄이다. 학계에서 기해년 사자성어로 추천한 ‘임중도원(任重道遠)’ 꼴이다. 촛불정부를 자임한 대통령과 정부가 해야 할 일을 제 때, 제대로 하지 못한 탓에 책임은 무겁고 가야 할 길은 멀기 때문이다.

더욱이 법안심사소위에서 본 위원회 위촉위원으로 소비자단체·생협 대표 등을 원안에서 삭제해버린 것은 오늘 농업·농민문제와 먹거리·지역문제가 농민만의 과제가 아니라 농민과 소비자 국민이 함께 도농공생의 가치와 사회적 합의로 해결해야 하는 국민 모두의 과제임을 인식하지 못한 결과다. 오히려 농민 지지층을 뿌리치고 농민 이해를 저버린 법안으로 지탄받고 있다. 분과위원회에는 제대로 참여하도록 해야 하며 향후 법 개정을 해야 한다.

물론 회의론도 만만찮다. 산적한 농정현안을 두고 현재와 같은 농정 틀과 청와대·정부·여당의 인식·행태 속에 과연 농특위가 제 구실을 할 수 있을 것인가. 대개의 현안들이 당사자 농민들과 불통인 채 일방적으로 추진돼왔다. 스마트팜밸리, 농약허용물질목록관리제도(PLS), 무허가축사 적법화, 계란 난각표시 및 식용란 선별포장 등이 그 대표적 일방통행의 불통농정들이다. 특히 쌀 목표가격에선 현 정부·여당이 야당 시절 주장(21만6,000원)보다 못한 안(19만6,000원)을 제시한 것은 농업을 외면하고 농민을 무시했던 지난 정권의 적폐농정을 답습한 자가당착의 불통농정으로 비판받고 있다. 직불제 개편 논란도 마찬가지다. 직불예산의 확대와 쌀 등 주요농산물 가격안정(농가소득보장)대책을 포함한 종합대책 없이 일방적 논의는 중단돼야 한다.

농정 패러다임의 전환과 농정대개혁에 관한 중장기 정책방향과 실천계획 및 그 추진상황 점검·평가를 주도해야 할 농특위가 농민과 소비자 국민의 참여와 지지 속에 성공할 수 있는 조건은 무엇인가.

첫째, 대통령이 지속적 관심을 가지고 직접 챙길 때 가능하다. 최소한 분기별로는 본위원·분과위원 전체회의를 열고 이 자리에 대통령이 항상 참석해 농민·소비자 국민의 현실과 요구가 무엇인지, 농정개혁의 방향과 과제가 어떠해야 하는지 소통하고 토론해야 한다. 그래야 농식품부는 물론 관련 정부부처들에서 추동력을 가질 수 있고, 소통과 협치 농정이 가능해진다.

둘째, 민간주도의 사회적 합의기구로서 운영하고 역할할 때 가능하다. 오늘 농업·먹거리·지역 문제는 그동안 관료들의 일방적·하향적 적폐농정의 틀과 패러다임 결과다. 적폐청산과 개혁은 참여와 소통, 신뢰와 협력에 의한 사회적 합의 없이 불가능하다. 정부의 면피용 협치기구가 아니라 민간이 주도하는 실질적·혁신적 협치기구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농민과 소비자 국민이 정부와 머리를 맞대고 도농공생·농민행복·국민총행복의 농정대개혁에 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대통령 직속의 상설 국정과제위원회로서 범정부 차원의 공동대응체제로 역할을 할 때 가능하다. 오늘 농업·농민문제와 먹거리·농촌문제는 농촌을 회생시키고 지역을 재생·혁신하며 국민의 먹거리를 보장하는 국가적 과제로서, 여러 부처에 걸친 범정부적 공동대응체제를 필요로 한다. 이들 과제를 다룰 농특위는 ‘포용과 혁신, 균형과 분권’을 내건 현 정부의 국정철학이 가장 잘 반영·추진될 국정과제위원회다. 대통령과 청와대 정책참모들, 정부와 여당은 농특위에 대해 이러한 인식을 가지고 농민과 소비자 국민의 참여와 지지 속에 성공하는 정부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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