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축사관리요? 소가 귀찮을 정도로 했죠”

2018년 깨끗한목장가꾸기운동 대상 ‘대일목장’

  • 입력 2019.01.01 00:00
  • 수정 2019.01.01 02:30
  • 기자명 배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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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한 환경에서 안전한 우유를 생산하기 위해 전국 낙농가가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깨끗한목장가꾸기운동은 올해로 15년째를 맞는다. 지속가능한 낙농을 위해 매년 전국에 우수사례를 공유하고 있는 한국낙농육우협회(회장 이승호)가 지난해에도 우수목장을 선정했다.

대상을 수상한 대일목장은 ‘깨끗한 축사를 위해서는 많은 비용을 투자해야 한다’는 일부 농가들의 선입견을 깰 훌륭한 사례로 주목받았다. 지난해 12월 14일 충남 논산시 광석면 중리에 위치한 정창영(60)·노미숙(58) 부부의 대일목장을 찾았다.
 

지난해 12월 14일 충남 논산시 광석면에 위치한 깨끗한목장가꾸기운동 대상 수상농가인 대일목장을 찾았다. 축사에서 소들이 휴식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14일 충남 논산시 광석면에 위치한 깨끗한목장가꾸기운동 대상 수상농가인 대일목장을 찾았다. 축사에서 소들이 휴식하고 있다.

“예전에는 우유가 귀했잖아요. 낙농을 시작하고서 목장에서 생산한 원유를 직접 끓여 가족들이 마셨어요. 생업이기도 했지만 우리 가족이 마실 우유다보니 자연스럽게 생산 환경에 신경을 쓰게 됐던 것 같아요.”

최근 안전한 축산물과 깨끗한 축산환경이 주목받고,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소비자들의 요구 수준도 높아지고 있지만 과거 낙농 목장의 경영은 산유량이 많은 것, 우유 속 영양분을 높이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요즘 이슈가 되는 ‘깨끗한 축산’이라는 개념이 농가들에게 낯선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정창영 대표는 1983년 직접 축사를 짓고 소를 들여 낙농을 시작했다. 가족들이 마실 우유를 구매하는 대신 목장에서 직접 살균해 마시다보니 자연스럽게 축사와 착유장을 깨끗하게 관리하는 데 관심을 많이 둘 수밖에 없었다. 정 대표는 “착유 후에 착유장을 청소하고 나면 창문을 열고 물기를 다 말려요. 그렇지 않으면 우유 비린내가 날 수밖에 없거든요. 또 축사의 분뇨는 바로바로 치워줘야 소도 건강하고 냄새도 덜 나죠”라며 축사 관리방법을 밝혔다.

오전 4시와 오후 4시에 착유를 하는 탓에 38년째 오전 3시50분에 기상해 하루를 시작하는 정 대표가 축사 정리정돈에 쏟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주변 낙농가들과 함께 TMR 공장을 운영하고 있고 낙농육우협회 이사와 논산계룡축협 감사까지 맡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온전히 목장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착유 전후 몇 시간뿐이다. 그럼에도 깨끗한목장가꾸기운동에서 대상까지 수상할 수 있었던 것은 정 대표와 아내 노미숙씨의 부지런한 성격이 많은 영향을 미쳤다.

노씨는 “시집와서 어머님한테 많이 배웠어요. 남편도 워낙에 깔끔한 성격이어서 둘이서 고생 많이 했죠. 또 우리는 축사 시설이 오래돼서 관리하는 데 더 신경 썼던 것 같아요”라며 지난날을 회상했다. 처음 정리정돈을 할 때 규칙을 만들고 습관을 들이면 큰돈과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고도 축사 청결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 핵심이다.

물통에 이끼가 끼지 않게 관리하는 것은 물론이고 보름에 한 번 분뇨를 퇴비장으로 옮긴다. 그 동안 축사에 두는 분뇨는 깔짚과 함께 자주 뒤집어준다. 분뇨에 있는 미생물을 활용해 축사 바닥이 질어지지 않도록 관리하고 톱밥을 뿌려 뽀송하게 유지하는 것은 정 대표의 노하우다. 앉아서 쉬다 일어나는 소의 다리와 배가 깨끗한 이유였다.

정 대표는 깨끗한 축사 관리를 위해 지켜야할 세 가지를 추천했다. “목장주 스스로 내 목장과 소를 깨끗하게 관리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야하는 건 당연하죠. 또 소가 귀찮아 할 정도로 축사와 소를 자주 관찰해야 해요. 어디가 아프진 않은지, 축사가 더러워서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진 않은지 말 못하는 짐승이니 사람이 더 부지런히 움직여야 해요”라며 “꽃 심기나 나무 가꾸기 같은 건 정서적인 여유를 갖기 좋으니 취미로 즐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꼭 큰 화단을 마련해야겠다고 부담을 갖기보다는 꽃 조금과 나무 한 그루를 심더라도 목장주가 직접 관리하면서 여유를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덧붙였다. 깨끗한목장가꾸기운동은 돈을 들이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목장과 깨끗한 축산물에 대한 관심으로 하는 것이라는 조언이다.

끝으로 정 대표는 “논산에는 딸기가 유명해서 유치원이나 가족단위로 체험을 많이 오거든요. 딸기농장과 연계해서 낙농체험을 해봐도 좋을 것 같고, 지금은 HACCP 인증만 받았는데 앞으로 친환경 인증을 받고 최종적으로 동물복지 인증을 받는 게 목표에요. 얼마 전 목장 옆에 소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운동장을 만들려고 땅도 조금 장만했어요”라며 대일목장의 미래를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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