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 처치곤란 가축분뇨, 농민·지역주민 소득원 될 수 있다
[신년특집] 처치곤란 가축분뇨, 농민·지역주민 소득원 될 수 있다
  • 배정은 기자
  • 승인 2019.01.0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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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쇠는 농업계에 … 퇴·액비 활용 정책·교육·홍보 있어야

바이오가스로 전기 생산, 농촌 에너지자립도 꾀할 수 있어

가장 큰 문제는 농업정책의 엇박자다. 정부는 가축분뇨를 자원으로 활용하는데 골몰하면서도 가축분뇨가 원료로 가장 많이 활용되는 퇴·액비 사용을 유도할 정책이 없다.

정부의 청사진이 없으니 12월부터 3월까지 겨울철이면 지역 농업기술센터에서 실시하는 영농교육에서도 화학비료 사용에 대한 교육만 있을 뿐 가축분뇨로 만든 퇴·액비를 어떻게 활용해야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고 땅에도 좋은 걸 알면 농사짓는 사람들이 쓰려고 하겠죠. 근데 알 기회가 없어요. 농촌진흥청만 봐도 축산과학원은 가축분뇨를 자원화하자는데 농업과학원은 퇴·액비를 고려조차 하지 않아요. 환경부는커녕 같은 농식품부 안에서도 협조가 안 되는 게 문제죠.” 지난해 12월 24일 충남 논산시 채운면에 위치한 논산계룡축협 자연순환농업센터(장장 권병양, 센터)에서 만난 김완주 소장은 가축분뇨 자원화가 요원한 이유로 부족한 정책을 지적했다.

센터는 지역에서 수거한 가축분뇨로 만든 퇴·액비를 인근마을 농지에 제공하고 있다. 바로 옆에 위치한 장화리와는 10년을 넘기도록 악취나 환경문제로 인한 갈등 없이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박대규 장화리 이장은 10년 전 센터에서 생산한 퇴·액비를 사용하자고 마을사람들을 설득했던 장본인이다. 박씨는 “처음에는 마을사람들한테 안 좋은 소리도 많이 들었어요. 서로 조금만 이해하면 되는 일인데 그게 어려우니까 문제였죠. 간신히 설득해서 시설도 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 여기서 생산한 퇴·액비를 쓰는데 지금은 불만이 있는 주민이 한 명도 없어요. 오히려 액비는 센터에서 뿌려주니까 농사짓는 입장에서는 경제적으로 이익이죠”라고 센터와 마을의 관계를 설명했다.

이어 “최근에는 젊은 사람 셋이 마을로 이사를 왔어요. 마을에 활기가 돌죠. 분뇨 냄새가 났으면 저 사람들이 이 마을에 들어왔을까요?”라고 말을 보태면서 “다른 지역에도 가축분뇨를 자원화할 시설을 많이 만들어야 해요. 퇴·액비를 뿌린 밭에서 대봉감, 고사리, 마늘 농사를 짓고 있는데 땅이 비옥해지는 것까지는 체감하지는 못하지만 무엇보다 비료값이 안 드니 다른 사람들에게도 추천하고 싶죠”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24일 충남 논산시 채운면 장화리에서 박대규 이장이 가축분뇨 퇴·액비를 사용해 작물을 재배하는 밭에서 싹이 난 마늘을 돌보고 있다.
지난해 12월 24일 충남 논산시 채운면 장화리에서 박대규 이장이 가축분뇨 퇴·액비를 사용해 작물을 재배하는 밭에서 싹이 난 마늘을 돌보고 있다.

축사에서 발생하는 악취는 가축의 분뇨가 발생하는 즉시 반출하면 해결이 가능하다. 논산시는 민원이 발생하는 축산농가의 분뇨를 우선적으로 수거하도록 해 축산악취와 관련한 민원이 많이 감소했다. 광석면과 연무읍에 위치한 양돈단지에는 액비시설을 설치해 분뇨를 처리한다. 생각보다 효과는 뛰어났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도 가축분뇨로 만든 퇴·액비가 소비되고 새로운 퇴·액비를 만들 수 있어야 결실을 맺을 수 있다. 김완주 소장은 “축산 환경문제를 해결할 열쇠는 농업이 쥐고 있어요. 화학비료 대신 퇴·액비를 쓰면 가축분뇨와 화학비료, 양쪽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고, 무기물만 투입돼 황폐화되는 농지도 되살릴 수 있죠”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가축분뇨를 자원화할 시설을 설치하는 문제는 인근 주민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시설을 잘 운영하는 것은 기본이고 지역주민들의 소득으로 이어지게 함으로써 해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축산농가가 내는 분뇨 처리비의 혜택을 농민이 가지면 문제가 쉽게 해결될 수 있다는 것. 센터는 현재 무상으로 공급하는 액비에 이어 퇴비도 무상으로 공급할 목표를 세우고 있다. 축산농가는 가축분뇨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농민들은 퇴비 값을 내지 않아도 양질의 농지를 얻을 수 있으니 경종농가와 축산농가의 상생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내다봤다.

최근 센터는 상월농협의 고구마 100톤을 처리하기 위해 가져왔다. 고구마 저온저장고의 온도가 높아 고구마가 물러버렸기 때문. 폐기가 난망한 무른 고구마는 센터에서 퇴·액비와 바이오가스를 생산하는 데 활용될 예정이다.

김 소장은 “논산에 배 가공장, 곶감 가공장이 많아요. 자연스럽게 부산물도 많이 나오는데 이것들을 축산분뇨와 함께 처리해 퇴비도 만들고 바이오가스도 생산해요. 농협은 부산물 처리를 한 대신 우리 퇴비를 사서 조합원들 농지에 뿌려주면 되지 않을까요?”라며 경축순환농업의 청사진을 그렸다.

아울러 가축분뇨를 활용한 재생에너지 생산, 농촌형 에너지사업도 대안으로 제시했다. 태양광 설비를 설치한다고 농지를 낭비할 것이 아니라 처치곤란인 가축분뇨로 에너지를 만들자는 주장이다. 센터에서 가축분뇨를 활용해 생산하는 전기는 7,000명이 사용할 수 있는 양, 농촌마을에서는 면 소재지 2~3개 정도에 충분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김 소장은 “정부에서 대체에너지 생산에 집중한다는데 지자체마다 가축분뇨로 바이오가스를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5개씩만 설치해도 농촌은 에너지자립이 가능해요”라며 “가축분뇨는 잘 활용하면 무궁무진한 부가가치를 창출합니다. 악취·환경오염 문제도 해결하고 농업인에게는 퇴·액비를, 지역주민들에게는 전기를 제공할 수도 있죠”라며 가축분뇨를 자원으로 활용할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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