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 축산혐오, 농촌이 갈라진다

  • 입력 2019.01.01 00:00
  • 수정 2019.01.03 16:13
  • 기자명 배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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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을 둘러싼 갈등은 전국 대부분의 농촌마을이 겪고 있는 문제다. 분뇨 등 축사에서 발생하는 악취와 해충 때문에 창문을 열 수 없는 주민들은 고통을 호소하며 지자체에 민원을 넣는가 하면, 기존 축사가 규모를 늘리거나 새로운 축사가 마을에 들어선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마을은 한동안 전쟁터로 변한다.

지난해 12월 22일 충남 논산시의 한 마을에 돼지사육을 반대하는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지난해 12월 22일 충남 논산시의 한 마을에 돼지사육을 반대하는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지난해 12월 22일 우연히 지나게 된 충남 논산시의 한 마을에도 대형돈사의 진입을 반대하는 플래카드가 마을을 뒤덮고 있었다. ‘지역주민 위협하는 대형돈사’, ‘청정마을 살아오던 마을주민 고통 주는 돼지돈사’ 등 돼지사육을 반대하는 의견이 가득했다. 지나던 마을주민이 기자를 붙잡고 하소연을 시작했다.

얼마 전 마을에서 돼지를 사육하던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축사를 팔았고, 그걸 산 사람이 돼지 3,000마리 정도는 거뜬히 들어갈 규모의 축사를 새로 지었다는 것이다. 이전부터 악취 등 환경문제로 주민들의 불만이 높았던 곳에 대규모 신축 축사가 들어섰고 이전과 같은 피해가 생기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으니 불 보듯 뻔한 피해를 가만두고 볼 수 없다는 이야기였다.

다수의 국민들이 축산을 혐오산업으로 인식하게 된 데에는 일부 몰지각한 축산농가의 잘못이 큰 역할을 했다. 정화처리 하지 않은 오·폐수를 하천에 몰래 방류한다던지, 분뇨를 아무데나 방치해두거나 몰래 땅에 묻는 등 일부가 저지른 잘못에 대한 비난은 축산농가 전체로 향했다.

경북 봉화에서 유기농법으로 돼지를 키우는 한 축산농민은 노력해도 마을 구성원으로 인정받을 수 없는 현실에 씁쓸해하기도 했다. “냄새가 나지 않게 하려고 많은 노력을 하고 있고 우리 축사는 규모도 작은데다 집과 축사도 산골짜기 아래에 있어 마을에는 냄새가 거의 풍기지 않는다. 그런데 축사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옆 동네에서까지 민원을 넣고 있다”며 “마을 행사가 열리면 돼지고기도 보태고, 참석하는 등 주민들과 친해지려고 여러 가지 노력을 해봤지만 결국 실패했고 이제는 마을 구성원으로 인정받고 싶다는 마음도 들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국민의 식탁에는 곡물과 채소, 축산물이 어우러져 오르고 국민 1인당 축산물 소비량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축산물도 식량안보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고 농촌과 농업을 담당하는 한 축이었던 만큼, 축산을 둘러싼 갈등은 반드시 해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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