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 푸드플랜 - 먹거리에 공공성을 담보하라

먹거리의 안정적인 공급
지속가능 생산기반 확보
국가푸드플랜으로 실현

  • 입력 2019.01.01 00:00
  • 수정 2019.01.05 20:25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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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숨쉬는 일과 먹는 일은 사람의 생존에 필요한 기본조건이다. 우리가 숨을 쉬는 건 자연상태에서 기본적으로 누리는 특혜지만 먹는 건 그렇지 않다. 분업화된 현대사회의 경우엔 농민이라는 특정 집단의 노동이 먹거리 공급을 책임진다. 만약 농업 생산기반이 붕괴된다면 우리는 한 끼 밥상을 보장받을 수 없다. 그것은 미세먼지나 황사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딱히 극단적인 상황까지 갈 필요도 없다. 엄연히 농업이 살아있는 지금 이 시간에도 경제적 능력에 따라 향유하는 먹거리의 질엔 차이가 있고 이미 먹거리 조달 자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극빈층도 있다. 먹는 행위가 인간 생존에 필수적인 요소임을 생각한다면, 먹거리의 안정적이고 평등한 공급은 인간의 기본권과 존엄성을 보장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푸드플랜’은 그런 인식에서 출발한다. 먹거리 공급은 공적인 차원에서 관리돼야 한다는 것이다. 2007~2008년 세계 식량위기를 계기로 선진국들은 그동안 먹거리 조달을 시장경제에 방치해둔 게 얼마나 터무니없는 일이었는지를 절감하고 속속 푸드플랜 수립에 나섰다.

아직 범부처간 논의기구가 갖춰지지 않은 가운데 국가푸드플랜은 농식품부의 손에서만 준비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14일 나주혁신도시 공공기관 로컬푸드 공급확대 협약식에 참석한 이개호 농식품부 장관이 구내식당에 진열된 나주 로컬푸드를 맛보고 있다. aT 제공
아직 범부처간 논의기구가 갖춰지지 않은 가운데 국가푸드플랜은 농식품부의 손에서만 준비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14일 나주혁신도시 공공기관 로컬푸드 공급확대 협약식에 참석한 이개호 농식품부 장관이 구내식당에 진열된 나주 로컬푸드를 맛보고 있다. aT 제공

푸드플랜을 간단히 정의하자면 ‘통합적 먹거리정책’이라 할 수 있다. 생산에서부터 유통·소비·폐기까지 먹거리의 전 순환과정과 여기서 파생되는 환경·생태·보건 등의 문제를 포괄적으로 아우르는 정책이다. 안전한 먹거리 조달과 먹거리 불평등 해소를 넘어 사회적 관계형성, 지역 간 불균형 완화, 환경문제 해결, 국민건강 증진 등의 효과를 연쇄적으로 노릴 수 있다.

우리 정부도 국가푸드플랜 수립을 중대한 과제로 안고 있다. 하지만 공적인 관점에서 국가 먹거리체계 전체를 재구성하는 대형 프로젝트인 만큼 진행속도가 빠르진 않다. 대통령의 주요 공약사항임에도 불구하고 임기 1년 동안 거의 진척이 없었고, 지난해 하반기부터 농식품부에 TF가 꾸려지면서 지역푸드플랜 선도지자체 선정과 국가푸드플랜 연구용역 발주 등 아주 기초적인 행보를 보였을 뿐이다.

아직도 갈 길이 멀다. 현재 농식품부 TF가 주관하고 있지만 푸드플랜의 성격상 최소 4~5개 관련부처 협업과 시민들의 주체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농식품부도 전문가들도, 청와대나 총리실 차원에서 부처를 아우르는 논의기구를 갖춰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푸드플랜의 정체성과 당위성을 뒷받침할 법률 제·개정도 이뤄져야 한다.

역대 정부에서 한결같이 방치되다시피 했던 농업이 거대 국가정책의 구심점이 된다는 점에서 푸드플랜은 농민들에게 매우 의미있는 정책이다. 먹거리의 안정적인 공급은 두말할 것 없이 지속가능한 농업을 기반으로 한다. 푸드플랜은 농업에 대한 정부의 인식을 근본적으로 바로세우는 시작점으로서 더욱 큰 의미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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