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선거에 나서면서 “농업을 직접 챙기겠다”고 약속했고 “농업의 다원적 기능을 반영하여 기존 소득보전 직불제를 공익형 직불제로 확대 개편하겠다”고 공약을 제시했다. 여기엔 농업의 환경보전·식량생산·종다양성 등의 공익적 기능을 인정한다는 뜻이 담겼다. 또한 직불제를 확충해 농업의 공익적 기능을 담당하지만 농업소득은 감소해 어려움에 처해 있는 농민들의 노력에 대해 보상과 아울러 농촌에 거주를 늘려 더 많은 공익적 기능을 견인하겠다는 포석도 깔려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법 개정, 직불제 개편 세부내용 조율 등을 통해 2020년 전면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우리 정부가 밝힌 직불제 중심의 농정은, 스위스가 헌법에 ‘농업은 식량을 생산할 뿐만 아니라 농업생산 활동과 결합하여 다원적 기능을 발휘한다’고 명시하고, ‘시장에서 보상하지 않는 농업의 다원적 기능에 대해 직불금으로 보상한다’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스위스를 비롯한 유럽에서 일찍이 시행된 공익형 직불제를 문재인정부가 적극 받아들이겠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정책기획자문위 농정개혁TF 방안
문재인정부의 직불제 개편안은 지난해 10월 30일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자문위원회 농정개혁TF의 정책세미나에서 윤곽이 드러났다.
우선 명칭에서 ‘직접지불제’를 농업의 사회적 기여에 대한 지불이라는 성격을 분명히 하여 ‘농업기여지불제’로 변경을 제안했다. 그리고 현행 8개의 직불제를 기본형과 가산형으로 통합했다. 현행 고정직불제를 기본형으로 하고 그 외에 공익기능에 대한 직불금을 추가적으로 지급하는 것을 가산형으로 규정한 것이다.
그리고 논·밭 직불금 동일단가 지급, 면적별 지급단가를 개선해 소농에게는 더 많은, 대농에게는 상대적으로 더 적은 ‘하후상박’으로 개편해 직불금의 부익부 빈익빈 문제를 해결할 방침이다. 영세규모 농가에 일정액을 지급하는 기초직불제를 도입하는 한편 변동직불제 폐지와 쌀 시장 안정대책은 별도로 마련한다. 이 외에 직불금 부당수령 대책, 농민에 대한 규정, 예산의 단계적 확대 등을 제시했다. 직불제 예산 규모는 2022년까지 농업예산 대비 30%인 5조2,000억원으로 확대하겠다는 것도 밝혔다.
농식품부 직불제 개편안
농식품부도 최근 ‘공익형직불제’를 강조하고 있다. 직불제가 도입된지 13년이 지나고 보니 공익적 기능 창출이 미흡했고, 행여 쌀값이 급락할 경우 WTO 보조금 한도를 초과하는 등 제도의 지속성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부재지주의 직불금 부당수령 문제도 현행 직불제의 골칫거리로 꼽았다.
이를 위해 농지 면적 중심의 직불금이 아닌 사람 중심의 직불금 지급으로 소득의 재분배 효과를 거두고 논-밭 직불금 차등을 없애는 등 직불제를 대대적인 수술대 위로 올리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직불금 예산규모는 어떻게 할 것인지 미지수다. 예산문제에 유독 소극적인 농식품부의 구상을 꺼내놓는 것이 농정개혁 의지와 수준을 확인하는 길이기도 하다. 참고로 최근 5년 평균 직불금 예산은 1조8,000억원에서 2조5,000억원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