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농민권리선언 채택, 전 세계 농민들의 쾌거

  • 입력 2018.12.23 18:00
  • 수정 2018.12.23 20:17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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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UN)이 지난 17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총회를 개최해 농민권리선언문을 최종 채택했다. 유엔 농민권리선언은 183개국이 참석해 찬성 121, 반대 8, 기권 54로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됐다. 대부분의 국가가 찬성표를 던진 유엔 농민권리선언에 한국정부는 지난 11월 19일 제3위원회 의결 때와 같이 기권했다.

북한도 찬성한 사안에 대해 인권국가를 표방하고 있는 문재인정부에서 여전히 소극적이고 미온적인 자세를 바꾸지 않고 있다는 것에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인권변호사로 이름을 높였던 대통령과 유엔 인권위원회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외교부장관을 새삼 거론하지 않아도 이는 대한민국 인권역사에 커다란 오점으로 기록될 것이다.

유엔 농민권리선언은 2001년부터 17년 동안 세계농민단체인 비아캄페시나에서 제안하고 투쟁해온 것이 마침내 결실을 맺은 것이다. 비아캄페시나는 2001년 농민의 권리를 주장했고, 2008년 서울에서 개최한 비아캄페시나 국제조정위원회 회의에서 농민권리선언문을 만들어 서울선언으로 채택해 농민의 권리를 보편적 인권으로 인정할 것을 천명했다.

그리고 유엔 인권위원회에 제안해 국제적으로 규범화 할 것을 요구했던 것이다. 유엔 인권위원회에서는 10년에 가까운 기간 동안 논의를 통해 문안을 조정하고 다듬어 지난 9월 28일 비로소 유엔 인권위원회 안이 채택돼 오늘에 이르게 됐다.

유엔 농민권리선언 채택을 위한 활동을 주도 했던 비아캄페시나의 엘리자베스 움포푸 사무총장은 “이 선언은 농촌 지역의 농민과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장하고 실현시킴에 있어 중요한 도구이다. 우리는 모든 국가가 농민과 농촌 공동체에 토지, 농민의 종자, 수자원 및 기타 천연자원에 대한 접근과 통제를 보장하면서 양심적이고 투명한 방식으로 선언을 이행할 것을 촉구하는 바이다. 농민으로서 우리가 식량주권을 실현시키기 위해 우리의 가치와 사회에서의 역할에 대한 보호와 존중이 필요하다”는 성명을 통해 이 선언의 의미를 밝혔다.

이제 세계의 농민들은 농민권리선언을 통해서 농사를 짓고 농촌사회를 유지 발전하기 위한 행위들이 제도적으로 보장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으며 이를 바탕으로 각국에서 제도적 장치 마련을 촉구할 수 있게 됐다.

물론 농민권리선언이 각국의 특수한 상황의 고려와 유엔 총회 의결이라는 목표를 향하는 과정에서 대폭 완화됐지만 유엔 총회에서 채택됐다는 상징적 의미만 해도 그 무게가 가볍지 않다.

그런데 유엔 농민권리선언이 채택되는 긴 노정 속에서 우리 정부의 자세가 너무도 무책임, 무관심으로 일관했다는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정부는 그 동안 단 한 차례도 이 사안에 대해 이해관계자인 농민들의 의견을 수렴한 적이 없었다.

관계 부처 의견수렴이라는 형식적 절차를 통해 이 선언이 국내법과 상충하는 부분이 있다는 이유로 기권 입장을 정했다. 이에 대해 전국농민회총연맹과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에서 여러 차례 농림축산식품부와 외교부 등 관계부처의 문을 두드렸으나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특히 지난 11월 유엔 총회 의결을 앞두고 국회에서 토론회를 개최하여 농림축산식품부와 외교부, 국가인권위원회에 참석을 요청했지만 마지못해 실무자를 형식적으로 보내는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 정기국회에서 두 차례에 걸쳐 오영훈 의원이 농민권리선언과 관련하여 관계 장관의 무관심을 질타했지만 전혀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국제회의에서 국가의 방침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이해관계자의 의견수렴 절차가 무시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것으로 바로잡아야 할 우선 과제다.

농민이라는 약자의 문제라고 간단히 무시됐다면 문재인정권의 정당성과 더불어 도덕성의 문제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정부의 무책임, 무관심에도 국제적 여론은 이미 농민들의 권리를 보장하고 신장하는 길로 나아가고 있고, 이는 유엔 농민권리선언의 채택이라는 전 세계 농민들의 쾌거로 나타나 것이다.

이제 우리의 과제는 유엔 농민권리선언을 널리 알리고 더불어 농민의 권리를 구체화하는 것이다. 농업·농촌·농민의 유지 발전과 식량주권의 실현을 위한 국가적 사회적 책임을 유엔 농민권리선언을 근거로 삼아 제도화 하는데 농민들이 나서야 한다.

더불어 정부는 그간의 소극적이고 미온적 태도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농민의 권리 실현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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