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이슈] 수입육류 파상공세에 흔들리는 축산 자급률

FTA 대비 세이프가드 무용지물 … 관세철폐 예고
‘이베리코 파장’ 고급육 시장마저 수입과 경쟁 시작

  • 입력 2018.12.23 18:00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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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수입 육류의 공세가 심상찮다. 지금까지 수입 육류는 대체로 낮은 가격을 무기삼아 점유율을 늘려왔다면 최근엔 고급육시장에서도 국산과 경쟁하고 있다. FTA 체결로 관세는 점차 철폐되고 소비자들의 수입 육류 안전성에 관한 경각심은 희미해지는 반면, 국내 축산농가들은 돌파구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다.

자급률은 떨어지는데…

식품의약품안전처 수입축산물 검사에 따르면 10일 현재 올해 쇠고기 수입규모는 39만2,388톤으로 지난해 34만 4,278톤을 훌쩍 넘겼다. 5년 전인 2013년(25만6,435톤) 수입규모와 비교해 50% 넘게 늘어났다.

특히 미국산 쇠고기는 2013년 8만 9,238톤을 수입했는데 지난해엔 16만 8,501톤, 올해는 20만8,936톤이 국내로 들어왔다. 한-미 FTA로 관세율이 점차 하락하는 동안 수입물량이 급격히 늘어난 것이다. 마케팅 공세도 거센데다 호주가 가뭄으로 사육기반에 타격을 입어 주춤한 반면, 미국은 사육기반을 재건해 늘어나는 수입추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돼지고기 수입규모 역시 가파르게 불어나고 있다. 2013년 18만4,988톤 정도였던 수입규모는 지난해 36만9,218톤, 올해는 10일 현재 42만3,252톤으로 증가했다. 2019년 수입규모는 36만톤 정도로 다시 감소할 것이란 전망도 있지만 40만톤 이상 유지될 것이란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이위형 한국수입육협회 부회장은 “내년엔 수입육업체들의 재고부담이 더욱 가중돼 물량이 감소할 것이다. 그러나 업계 분위기를 보면 40만톤 이상은 갈 것 같다”면서 “올해도 당초 전망보다 수입량이 8% 가량 오른거다. 시장예측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수입물량이 늘어나며 자급률도 위태로운 수치를 보이고 있다. 쇠고기 자급률은 지난해 40%대를 잠시 회복하는듯 했으나 올해 30% 대로 재차 하락이 예고되고 있다. 돼지고기 자급률도 지난해 70.7%에서 올해 67.6%로 70% 선이 무너질 것으로 예측된다.

정부는 미국, EU 등 축산강국과 FTA를 체결하면서 국내시장의 피해를 막을 방안으로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를 내세웠다. 그러나 체결 당시부터 발동 기준이 까다롭고 비현실적이란 지적이 제기됐다.

FTA에 따른 관세철폐 기한도 점차 다가오고 있다. 쇠고기 부문은 현재 21.3%인 미국산 관세가 2026년 철폐되고 현재 26.7%인 호주산 관세는 2028년 철폐된다. 돼지고기도 이미 미국산 냉동삼겹살 및 돈육 기타의 관세가 철폐됐고 2021년까지 모든 미국산 돼지고기에 대한 관세가 사라진다.

시장 패러다임 변화하나

올해 스페인산 이베리코 돼지고기의 유행은 한돈부문에 예기치 않은 파장을 던졌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전체 수입물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은데다 단기간 유행에 그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얼마든지 수입육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점을 실제 보여준 사례란 점에는 이견이 없다.

김태경 건국대학교 축산경영연구소 박사는 지난 6일 수입돈육 대비 한돈산업의 생존전략 모색 심포지엄에서 새로운 돼지고기 시장이 등장했다고 진단했다. 김 박사는 “생산성 중심, 가격 중심의 돼지고기 시장이 더 맛있는 돼지고기로 패러다임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라며 최근 트렌드를 △느리게 키우기 △종의 다양성 △고기의 가치를 높이는 기술, 숙성 △돼지곰탕과 돼지샤브샤브의 출현 등으로 정리했다.

김 박사는 “이베리코도 사육기간이 20개월 정도가 되는 느리게 키운 돼지다. 육질이 다르고 지방 맛도 진한데 이런 고기를 좋아하기 시작한 것이다. 버크셔는 세프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아지고 듀록은 이미 식당 사업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면서 “문제는 맛이다”라고 강조했다.

수입육과 차별성이 뚜렷했던 국내 쇠고기시장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GS&J인스티튜트는 지난 6일 ‘한우시장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나’ 보고서를 통해 “수입육은 고급화, 다양화되는 추세여서 가격차별의 정도가 빠르게 축소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경고했다. 이 보고서는 “수입육과 한우고기의 대체성이 높아지고 있어 앞으로 관세가 철폐되고 수입이 증가하면 한우고기 가격을 하락시키는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라며 이에 대한 대책 수립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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