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이슈] 대책 없는 기한연장 … ‘미허가축사 적법화’ 제자리걸음만

실질적 대책 없이 기본 1년씩 유예 … 지자체 혼란·불만 폭발

‘유일한 희망이자 열쇠’ 「친환경축산 특별법」 제정도 물거품

  • 입력 2018.12.23 17:10
  • 기자명 배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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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배정은 기자]

미허가축사 적법화는 지난해 연말과 비교했을 때 행정처분 기일이 미뤄졌다는 것 외에 딱히 이렇다 할 변화는 없었다. 미허가축사에 대한 축산 관계자들의 발언을 중심으로 올 한해 미허가축사 적법화가 어떻게 진행돼 왔는지 돌아보고자 한다.

축산단체장들이 지난 2월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미허가축사 적법화 기한 3년 연장 및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삭발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축산단체장들이 지난 2월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미허가축사 적법화 기한 3년 연장 및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삭발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이렇게 원칙 없는 법은 처음”

축산단체는 지난 1월 15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으로 2018년을 열었다. 축산업계에서는 건축법·국토이용관리법 등 30여 가지에 달하는 법률이 얽혀있어 제도적 한계는 물론 시간도 부족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가분법)」의 개정을 통해 적법화를 할 수 있는 시간 3년을 추가로 부여할 것과 그에 앞서 제도적 한계에 부딪혀 적법화가 불가능한 농가를 위한 대책마련을 요구했다.

시간이 지나도 이렇다 할 답변이 돌아오지 않자 2월 7일 축산단체장들은 서울 여의도에서 삭발식을 진행하고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농식품부는 다음날인 2월 8일 ‘무허가축사 적법화 추진방안(안)’을 발표한다.

농식품부의 제안은 의지가 있는 농가에게 필요한 이행기간을 부여하겠다는 것이었다. 행정처분 유예기간을 6개월 연장하는 대신 농가가 적법화 이행계획서를 제출하면 그것을 토대로 1년의 이행기간을 더 부여하고 상황에 따라 추가 연장할 수 있게 한다는 내용이었다.

축산단체는 제도개선 없이 이행기간을 부여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반발했지만 2월 22일 환경부·농식품부·국토부는 합동으로 운영지침을 발표했고, 며칠 뒤인 2월 28일 국회도 이행기간 3년 연장이 주요 골자였던 가분법 일부개정안을 18개월 연장으로 변경·합의해 통과시켰다.

개선되는 제도 없이 이행기간이 연장되자 지자체는 혼란에 빠졌다. 특별법 없이는 시간이 있어도 ‘안 되는 농가는 안 되는’ 상황에는 변화가 없었고 기존 기한에 맞춰 변경했던 지자체별 조례들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기 때문에 혼돈만 커지게 된 것.

한 지자체 담당자는 “법이 따로 논다. 이렇게 원칙 없는 법 추진은 처음”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5년 째 같은 말 되풀이 중”

3월 20일에는 ‘무허가축사 적법화 TF’가 출범했다. 다양한 이유로 적법화가 불가능한 농가를 최대한 구제하기 위한 축산단체의 노력이었다. 회의 때마다 축산단체와 지자체 담당자들은 적법화 과정에서의 현실적인 애로사항을 공유하면서 축산농가를 구제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하고자 했다.

회의에 참석한 지자체 축산과 담당자들은 입을 모아 △입지제한지역 내 축사 구제 또는 이전을 위한 기간 부여 △환경과·건축과 담당자 교육 △국공유지 매각 및 교환 등 관련기관의 신속 협조 등을 요청했다.

그러나 메아리 없는 외침이었다. 환경부와 국토교통부는 타 산업과의 형평성에 맞지 않아 불가, 협의 추진 중, 자료 제출시 검토 예정 등을 이유로 제도개선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결국 9월 24일 이행계획서 제출 기한이 마감될 때까지 위기의 축산농가를 구제할 방법은 찾지 못했다. 그런 가운데 농식품부는 이행계획서 제출율이 94%에 달했다며 실적 내세우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여 씁쓸함을 자아냈다.

입지제한구역 내 농가로 적법화에 골머리를 앓고 있던 한 지자체 축산과 담당자는 “처음 무허가축사 적법화 이야기가 나온 이후 6년 동안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고 있다. 관심도 없고 의지도 없으니 해결이 될 리 없다”고 말했다.

‘현장의 목소리를 최대한 반영했다’는 정부의 입장에 어느 누구도 박수를 보내지 않은 이유다.

“친환경축산 특별법이 유일한 열쇠”

이행계획서 제출 이후 거의 대부분의 농가들이 1년의 추가 이행기간을 부여받았다. 하지만 손 쓸 수 있는 것이 없는 상황에서 농가들에게 주어진 1년은 그저 흘려보내야 하는 시간일 뿐이었다. 이에 축산업계는 분주히 움직였고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10월 「지속가능한 친환경축산 생태계 조성을 위한 특별법(친환경축산 특별법)」을 발의했다.

특정 축사의 행정규제 유예와 경축순환농업 활성화를 주요 골자로 위기에 놓인 축산농가를 구제하고 위기를 초래한 근본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법안이었다. 축산단체들은 “1년을 어떻게 사용할 지는 제도개선 여부에 달려있다. 친환경축산 특별법이 미허가축사 적법화 문제를 마무리할 핵심 열쇠”라고 일말의 희망을 걸었다.

그러나 타 법안과 중복된 내용 포함, 이미 적법화를 완료한 농가와의 형평성 문제 등을 이유로 친환경축산 특별법 제정은 힘없이 좌초됐다. 결국 축산업계 입장에서는 올 한해 미허가축사 적법화와 관련한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데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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