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김장김치와 여성농민

  • 입력 2018.12.17 08:33
  • 기자명 이춘선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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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선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정책위원장
 

요즘 농촌은 막바지 김장준비로 여념이 없다. 김치냉장고 보급과 핵가족화로 인해 예전보다 축소됐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김장은 여성농민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 올 수밖에 없다. 배추씨를 뿌리고 키우고 거둬 김장을 하기까지 여름이 지나고 겨울이 돼 도 여성농민들의 손길이 닿아야만 한해 농사가 끝나는 것이다.

이런 하나하나의 수고를 집안사람들은 알기는 할까? 요즘은 남자들도 많이 도와준다고는 하지만 농촌에서의 김장은 여전히 여성의 몫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배추씨에서 하나의 배추를 수확해 김치가 완성되기까지 여성농민들의 가치를 환산한다면 밥 먹을 때마다 먹는 김치는 가격을 매길 수 없을 만큼 소중한 것이다.

이처럼 가정에서 먹는 김치 한 조각도 여성농민의 손길이 필요하며 마을도 마찬가지이다. 가정을 보살피고 지역공동체 유지를 위해 마을의 어르신들을 보살피고 마을의 크고 작은 일들을 묵묵히 해내는 여성농민들. 농촌·농업에서는 이러한 여성농민들의 가치를 얼마나 인정받고 있을까?

얼마 전 더불어민주당 서삼석 국회의원을 비롯한 김현권·박완주·오영훈·윤준호 등 여러 국회의원들과 농촌진흥청이 주최한 ‘여성이 행복한 복지 농촌 만들기’ 국회 토론회에 토론자로 참석했다. 농촌여성을 복지의 대상으로 여기는 듯한 주제가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전여농을 제외한 단체가 여성을 주제로 한 토론을 마련해서 무엇보다 좋았다.

여성농민들이 농업인력의 50%가 넘는다고 하지만 여전히 농촌·농업에서의 여성농민들은 농업의 주체가 될 수 없다. 토론회에서는 농촌에서 여성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농촌지역의 성평등 교육과 성인지 정책이 실현될 때에만 가능하다는 데에 목소리를 모았다.

요즘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사회적으로 보상하기 위한 농민수당 도입에 농민들의 노력이 한창이다. 또한 정부에서는 직불제를 개편하여 공익형 직불금을 만들겠다고 한다. 이에 얼마전 경남에서도 공익형 직불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누구를 위한 농민수당이고, 누구를 위한 공익형 직불제인가?

논의되는 농민수당과 공익형 직불제 속에도 여성농민들의 가치는 어디에서도 볼 수 없다. 그동안 여성농민들은 농업에 종사하면서도 농업의 인력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농업의 보조자로 치부돼 왔다.

노동자들의 저임금을 위해 농산물 저곡가 정책을 펼쳤듯이 여성농민의 가치가 저평가됨으로써 농업의 가치도 낮아진 것이 아닐까? 농산물 가격이 보장되고 농업의 가치가 제대로 인정받았다면 여성농민들이 농업에서 인근 공장으로 품삯 노동자, 요양보호사 등으로 내몰리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정부가 농업에 그렇듯 농촌은 여성농민들을 도외시 하고 있다. 이런 속에서도 우리 여성농민들은 오늘도 논·밭을 일구고 마을 공동체를 가꾸며 살아가고 있다.

여성농민의 가치를 인정하라! 성인지적 농업정책을 시행하라!

그리하여 여성농민의 가치가 제대로 인정받아 지속가능한 농업과 성평등한 농촌사회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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