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민의 권리 찾기, 전담부서 설치에서 시작”

인터뷰 l 김순애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

  • 입력 2018.12.17 08:30
  • 수정 2018.12.18 09:07
  • 기자명 배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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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배정은 기자·사진 한승호 기자]

큰 경사인 것 같아 들여다보면 ‘별 것 아닌 일’이다. 여성농민을 위한 농기계 보급, 여성농민을 위한 전담부서 설치, 남편의 동의 없이 여성농민이 경영주가 될 수 있는 일들이 그렇다. 농업계 전체에서 바라보자면 ‘별 것 아닌 일’이겠으나 그 ‘별 것 아닌 일’도 제 손으로 찾아야 하는 것이 여성농민의 현실이다. 한 해 동안 여성농민은 어떤 희망과 좌절을 느꼈을까. 지난 13일 김순애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을 만나 ‘여성농민들의 2018년’을 들어봤다.

 

2018년, 여성농민들은 무엇을 쟁취했나.

70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성농민들은 여전히 호미와 낫을 들고 일한다. 여성농민을 위한 농기계가 만들어지지 않은 탓이다. 수년간 전남 나주시를 중심으로 진행돼왔던 여성농민을 위한 농기계 임대사업이 전국으로 확대되고 있다. 쭈그려 앉지 않아도 풀을 벨 수 있고 등에 매기 무거웠던 농약통을 가볍게 만들어 일을 수월하게 할 수 있다. 운 좋게도 여성농민을 위한 농기계를 만드는 업체가 나와 여성농민 전용 농기계 임대사업이 속도를 낼 것 같다.

여성농민의 경영주 등록은 올 초부터 남편의 동의 없이도 가능해졌고 육묘법 등록제에서 소규모 자가 채종농가에는 예외를 두게 한 것도 성과다. 여성농민들은 직접 거둔 종자를 키워 봄철이면 모종을 판매하거나 나눠가지는데 그것을 육묘장의 규모로 제한을 둬 법적으로 금지한다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다.

 

많은 성과 속에서도 단지 여성이라서 느낀 한계가 있었을 것 같다.

농민수당의 지급범위를 농가단위가 아닌 농민단위로 하는 일도 그렇고 지역별로 차이가 큰 여성농업인 바우처의 금액을 똑같이 맞추는 것도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여성농민의 정당한 권리를 찾기 위해서는 정책을 바꿔야 하고 그걸 위해 여성농민의 공동경영주 등록이나 여성농민 전담부서의 설치를 그렇게 오랜 시간동안 요구해왔던 것이다. 아직 농식품부와 협의 중에 있지만 전담부서 안에 팀장 한 명 정도는 여성농민이어야 제대로 된 정책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김대중정부 때는 여성농민 전담부서에 실제 여성농민이 팀장직을 맡아 함께 일을 했었다고 한다. 전담부서의 설치는 현재까지 80%정도 진전됐다고 볼 수 있는데 이왕이면 전담부서 설치를 꾸준히 주장했던 전여농에서 팀장이 탄생했으면 좋겠다.

 

올해를 마무리함과 동시에 전여농 회장의 임기도 함께 마무리해야 한다. 지난 3년을 돌아본다면?

아무래도 백남기 농민이 가장 많이 기억난다. 백 농민이 돌아가시기 전 병실에 누워계실 때 직접 뵀던 것이 잘한 일이었지 싶다. 직접 뵀기 때문에 내가 그만큼 나서서 목소리를 높이고 뒤처지지 않을 만큼 투쟁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회장이 되고 얼마 되지 않아 백 농민을 위한 도보순례를 했는데 끝까지 걸을 수 있을지 걱정을 많이 했다. 나름 걷는 데에는 자신이 있어 최선을 다해 참여하긴 했는데 그 때 이후로 구두를 못 신는다. 앞으로도 구두는 신지 못할 것 같지만 후회하지 않는다.

또 박근혜를 탄핵시키기 위해 친농연, 가농, 전농과 함께 투쟁했던 추운 겨울을 잊을 수 없다. 힘든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둘도 없는 사이가 됐다. 남은 두 달 임기를 잘 마무리하고 나주로 돌아가면 여성농민회 총무를 맡기로 했다. 지난 3년 거의 손대지 못했던 버섯농장 일도 다시 시작하고 나를 믿고 지지해준 성, 동생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갚으며 지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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