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군, 경북 첫 농민수당 지자체 유력

의견수렴 첫걸음 … 농정당국 의지도 강력
내년 예산안에 농가당 연 50만원 지급 반영

  • 입력 2018.12.16 14:35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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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지난 10일 경북 봉화군 농업기술센터 대회의실에서 열린 ‘농민수당 봉화군민 토론회'에서 패널들이 의견을 말하고 있다.
지난 10일 경북 봉화군 농업기술센터 대회의실에서 열린 ‘농민수당 봉화군민 토론회'에서 패널들이 의견을 말하고 있다.

 

경북 봉화군(군수 엄태항) 민·관이 서로 호응하며 농민수당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예산안까지 이미 마련돼, 군의회만 통과하면 경상북도 최초의 농민수당 시행 기초자치단체가 된다.

봉화군에선 지난 10일 봉화군농민회가 주관하는 ‘농민수당 봉화군민 토론회’가 열렸다. 엄태항 군수를 비롯한 봉화군 관계자 및 군의회 의원 일부도 참석해 농민수당 시행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군수 후보 간 경쟁이 치열했던 봉화군에선 양대 후보 간 득표 차이가 불과 134표였다. 엄 군수는 당시 경북에서는 드물게 농민수당을 공약에 포함시켜 화제가 됐다. 봉화군은 이미 내년도 예산안에 농민수당을 반영해 농가당 연 50만원 수준의 농민수당 지급을 준비하고 있다. 농업경영체 등록 기준 6,500여 농가를 대상으로 하면 연 34억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사실상 군의회의 조례 승인만 남아 시행이 초읽기에 들어갔다고 봐도 무방한 상황이다.

축사에 나선 엄 군수는 도입 배경을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우리 농정의 현실을 비교적 자세히 설명해 눈길을 끌었다. 엄 군수는 “우리 농정을 보면 자기 능력을 벗어난 농사를 지어 망하게 하고 있다”라며 “하향식 농정으로 위에서 보조 사업을 정해 이거 해라, 저거 해라 하니 농민들은 필요 없는 것까지 끌어들여 내 능력 밖의 농사를 짓다 빚만 얻는다. 농민이 지원금으로 원하는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농민 중심의 농정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봉화군 농정을 책임지고 있는 농업기술센터의 의지도 매우 강하다. 배영제 봉화군 농업기술센터 소장은 “(농민수당을) 직원들과 함께 긍정적인 태도를 갖고 추진해왔다”라고 밝히며 봉화군의 농민수당 준비 현황을 소개했다. 배 소장은 “기존 보조사업 형태의 지원은 농민들 소득으로 100% 연결이 안 되고 중간에 다 새버린다”라며 “봉화에선 연간 약 600억원이 보조사업에 투입되는데, 이를 전 농가에 균등하게 나누면 호당 900만원씩 돌아갈 수 있는 돈”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보조금은 정보력 있는 사람, 대농 위주로 돌아가는 한편 어렵게 1,000만원도 못 버는 사람이 수두룩하다”라며 “농가 70퍼센트의 경작 면적이 1ha가 안 되는데, 영세로 아무리 농사지어도 어려운 현실 속에 꼭 필요한 농민들에게 갈 수 있도록 고심하며 현장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송성일 더불어민주당 경북농어민위원회 위원장은 “비록 연 50만원은 농민의 삶을 바꿀 수 있는 수준의 보상이 아니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라며 “삶에 도움이 될 만한 수준으로 점차 올려나간다면, 국민의 먹거리를 보장하고 장기적으로는 국민기본소득으로 나아가는 획기적인 농정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농민수당 시행에는 큰 이견이 없는 가운데, 이미 시행을 결정한 지역들과 마찬가지로 봉화군에서도 지급 대상 결정 방법과 확대시행 시 예산 확보가 관건으로 떠올랐다. 봉화군은 우선 조례가 통과될 경우 오는 2019년 즉시 시행을 위해 의견 수렴을 지속할 예정이다. 최만억 봉화군농민회장 역시 “이번 토론회를 초석으로 해 앞으로 군민과 농민단체가 가지고 있는 생각이 농정에 잘 반영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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