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증제 중심 친환경농업이 ‘환경농업’ 망친다

농어연 ‘친환경농업 이대로 괜찮은가?’ 포럼 열려

  • 입력 2018.12.16 18:00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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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친환경농민들이 인증제도 중심 현행 친환경농업에 의문을 던졌다. 더 나아가 ‘친환경농업’이란 명칭 자체는 맞는가에 대한 질문도 제기했다.

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소장 이재욱)는 지난 13일 서울시의회 의원회관 별관에서 농민공감 심포지엄 ‘친환경농업 이대로 괜찮은가?’를 개최했다. 이날 심포지엄 시작 시 이재욱 소장은 청중들에게 세 가지 질문으로 △환경농업인가? 친환경농업인가? △인증제 중심 친환경농업은 옳은가? △누구를 위한 친환경농업인가? 등을 던졌다.

이 소장은 “환경농업은 땅과 물을 살리는 자연의 순환원리에 조응하는 농업이었는데, 현재는 친환경인증제도를 중심으로 하는 고비용·고투입의 규격화된 친환경농업이 그 자리를 대체했다”며 “그 규격화된 틀 밖으로 농민이 나오려는 기색이 보이면 벌주고 두들겨 패는 데 급급한 게 현재의 행정조직과 언론”이라 지적했다. 인증제 중심 친환경농정이 ‘환경농업’을 대체했다는 것이다.

현행 인증제도로 인한 최대 피해자는 친환경농민들이다. 오주병 전라북도친환경농업인연합회 사무처장은 불가항력적인 오염으로 인한 친환경인증농가 피해사례를 보고했다. 지난해 9월 전북의 한 지역에선 항공방제 시 비의도적 농약 혼입 피해를 입은 농가 한 군데가 인증 취소를 당하고, 해당 농가가 소속된 작목반은 640만원의 추가 검사비를 내 재검을 받으며 재인증을 받은 사례가 있었다. 그 밖에도 과거에 단종된 농약성분이 토양에 남았다가 친환경농사 과정에서 혼입되는 사례, 하천수 사용 과정의 오염 등 친환경농민들로선 ‘예측불허’인 각종 오염사례가 소개됐다.

오 처장은 “현행 검사 중심 친환경인증체계는 공동체 간의 결속을 통한 농업보단 단일 농민의 개별적 농사를 조장하므로 서로가 서로를 돌보는 ‘과정 중심 농업’을 꾸려가기 힘들다”며 “한편으로 생산비용 증가 및 ‘농약을 칠지도 모르는 잠재적 범죄자’ 프레임으로 인한 농민 의욕 상실로 오히려 친환경농업 포기자를 늘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점차 친환경인증 농가에 대한 행정처분 건수는 늘어나는 추세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통계에 따르면 올 한 해에만 7,186건의 행정처분이 발생했는데, 이는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의 행정처분 건수를 합한 수치보다도 많다.

장인학 경기도친환경농업인연합회 정책위원장은 ‘농약 불검출에 기반한 친환경농업이 가능한가?’란 의문을 던졌다. 장 위원장은 “친환경농가들은 농약을 사용하지 않으며 생태환경을 보전하는 농가들이지, 농약이 절대 검출되지 않게 하는 건 불가능하다. 농약 비산 및 과거의 토양오염, 지하수·농자재·종자 등 불가항력적 요소에 의해 누구든 농약이 검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장 위원장은 이어 “농약 불검출 위주 인증제는 지역의 자연환경에 의존하는 순환·생태적인 영농방식을 어렵게 하고 목록고시를 통과한 시판 자재에 의존적이게 만들어, 궁극적으론 환경농업이 지향하는 영농방식과 거리가 멀어지게 만드는 제도”라 비판했다.

현행 친환경농업 제도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진행됐다. 정만철 국제유기농업운동연맹(IFOAM) 아시아 본부 이사(농어연 부소장)는 “현재 진행 중인 친환경농업 관련 각종 보조사업을, 다원적 가치를 고려한 직불금 제도로 전환해야 한다”고 촉구함과 함께 “물질 인증 중심이자 농지·품목 인증을 같이 하는 현 제도를 과정 중심이자 농지에 대해서만 인증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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