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협] ‘인증 중심’ 친환경농정, 생협 생산자-소비자 관계도 왜곡
[생협] ‘인증 중심’ 친환경농정, 생협 생산자-소비자 관계도 왜곡
  • 강선일 기자
  • 승인 2018.12.16 1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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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생활협동조합의 주체인 생산자-소비자 간 관계 재설정이 절실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특히 생협과 오랫동안 관계를 맺은 생산자들 중에서도 소외감을 피력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 소외감의 근원엔 친환경농업·먹거리에 대한 국가의 왜곡된 프레임이 존재한다. 생협과 관계를 맺은 친환경농민들이 갖고 있는 고민은 무엇인지,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은 무엇인지에 대한 생산자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줄어드는 1차 농산물 판로

강원도 횡성군에서 나물류를 재배하는 A씨는 최근 농사규모를 절반 가까이 줄였다. 그가 관계를 맺은 생협에 공급 가능한 물량이 과거에 비해 줄었기 때문이다. 현재 약 1만평 농지에서 60~70톤의 나물류를 생산하는 A씨는 “매년 생산량의 3분의 1은 재고로 남으니, 그게 3년 쌓이면 한 해 생산량만큼의 재고가 되는 상황”이라 설명했다.

왜 그렇게 공급량이 줄었을까. 점차 생협 내에서도 1차 농산물의 공급 및 판매 비중이 줄어들고, 반대급부로 가공품 비중이 늘어난 영향이 컸다. 한살림연합의 경우 지난해 대비 올해 물품군별 공급액 증감률을 볼 때 가공식품은 4.27% 늘어난 반면, 농산물과 축산물은 각각 1.94%, 0.99%씩 공급량이 감소했다. 물론 그만큼 도시에서 가공품 수요가 늘어난 것도 사실이며, 소비자들의 수요를 생협이 마냥 무시할 수 없는 것도 현실이다.

그러나 생협 진열장을 채우는 가공품 중 지역 농민들이 직접 가공한 제품은 흔치않다. A씨는 “복수의 생협과 관계를 맺고 있는 일부 가공업체들이 생협에 가공품을 공급 중이다. 반면 소농들은 농산물 가공에 도전하기 어려운 여건으로, 극히 일부 농가만이 가공업에 참여 중”이라 밝혔다. 소농들의 대부분은 까다로운 HACCP 인증 기준에 맞는 고비용 생산·위생시설을 갖출 여력도 안 되며, 소농의 가공업 참여를 보장할 정부의 지원도 부족하단 것이다.

‘예쁘고 안전한 먹거리’

횡성에서 무, 호박 등을 재배하는 B씨는 본인이 거래하는 생협과의 거래과정에서 고민이 많다. 생협에서 ‘품위 기준’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B씨는 “생협 소비자들 중에도 점차 ‘때깔 좋은 농산물’, ‘겉모양이 예쁜 농산물’을 찾는 사람이 늘어나다 보니, 생협 측에서도 이러한 소비자 요구를 무시하기 힘들다”며 “나 또한 생협에 공급한 채소 중 약 30% 가량을 반품 당했다”고 토로했다. 반품 당한 물량은 마땅한 판로를 찾기 힘든 상황이다.

유기농을 고집하는 채소 및 과일농가는 아무래도 생협이나 소비자들이 요구하는 품위 기준을 따르는 게 쉽지 않다. 유기농민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유기농 과정에선 필연적으로 ‘못난이’ 농산물이 일정 수준 나올 수밖에 없다. 농약과 화학비료를 주지 않으면서 농산물의 병해충을 관리함과 동시에 ‘때깔’까지 신경쓰는 건 어렵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생협 및 소비자들 또한 정부의 ‘안전한 농산물 생산·관리’ 중심 친환경농업 정책에서 완벽하게 자유롭진 못하다는 게 생산자들의 입장이다. 정부는 「친환경농어업 육성 및 유기식품 등의 관리ㆍ지원에 관한 법률」에서 친환경농업을 ‘안전한 농산물을 생산하는 산업’으로 규정지었다.

이근행 한살림생산자연합회 농업살림연구팀장은 “친환경농업의 건강성에 대해 이야기할 때 ‘건강’은 그 먹거리를 이용하는 우리 몸의 건강 뿐 아니라 자연생태환경의 건강성, 그것을 발전·영위하는 공동체의 건강성 등을 포괄하는 개념”이라며 “점차 친환경농업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건강성에 대한 고민은 옅어지고 ‘안전성’, 즉 농업 과정에서 위해성이 있는 걸 배제하는 관점 위주로 친환경농업 정책이 전개됐다. 그 정책의 영향에서 생협과 소비자, 생산자도 자유롭지 못했던 것”이라 말했다.

이 팀장은 이어 “친환경농업 및 친환경농산물의 가치에 대한 홍보 방식도 ‘건강하고 안전한 먹거리 생산’ 중심으로 이뤄져왔고, 생협 조직에 대해서도 ‘안전한 먹거리를 싸게 구입할 수 있는 곳’이란 인식이 강해졌다. 오죽하면 ‘생협 쇼핑’, ‘친환경 쇼핑’이란 말이 나올 정도였겠는가”라 분석했다.

생산자-소비자 관계성 강화해야

생협 내 관계가 ‘안전한 먹거리 생산·관리’에 집중되면서 자연스레 생산자-소비자 간 관계는 약화됐다.

김용래 두레생산자회 부회장은 “먹거리 안전성과 품질이 생협 조합원들의 최우선 가치로 발돋움하면서 생산자-소비자 간 면 대 면 관계는 약화됐는데, 특히 생산자들의 소외감이 심해졌다”며 “생산자들로선 산지에서 느끼는 어려움, 예컨대 가격문제 및 생산물 품위 문제 등에 대해 소통하고자 하는데 그런 기회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근행 팀장은 “매년 생협 조합원들은 늘어나고 있으나, 정작 지역 생산자들이 진행하는 생산자-소비자 간 교류 행사 및 축제에 참여하는 소비자들의 수는 줄어든다”며 “원론적인 방식이지만 신규 조합원들에 대해 생협의 철학과 가치, 유기농업의 근본적 가치에 대한 내재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횡성 농민 A씨는 “생산자조직이 가격결정 및 생산물 배정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장기적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지역 생산자들의 조직화와 연대가 급선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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