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폭염] “올해 콩 생산량, 평년 5% 수준에 불과”

가뭄마다 등장하는 살수차 … 전혀 도움 안 돼
가입 독려하는 재해보험, 빚 면할 정도에 그쳐
보여주기 위함이 아닌 현장 목소리에 집중해야

  • 입력 2018.12.16 18:00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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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눈발이 흩날리던 지난 11일 경북 예천군 지보면에서 농민 김재욱(63)씨가 갈아엎고 남은 콩 밭을 바라보고 있다. 김씨는 외부에 보여주기 위한 전시용 행정이 아니라 현장서 필요로 하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눈발이 흩날리던 지난 11일 경북 예천군 지보면에서 농민 김재욱(63)씨가 갈아엎고 남은 콩 밭을 바라보고 있다. 김씨는 외부에 보여주기 위한 전시용 행정이 아니라 현장서 필요로 하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스에선 살수차를 동원하고 메마른 논·밭에 물을 쏟는 정부의 노력이 부각됐지만 실상 아무 소용이 없다. 그저 보여주기 위한 쇼에 불과하다.”

지난 11일 경상북도 예천군에서 5만평 규모로 콩을 재배하는 농민 김재욱(63)씨를 만났다. 김씨는 올 한 해 농사가 어땠냐는 기자의 물음에 유난히도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되짚으며 가뭄이나 폭염, 태풍 등 자연재해는 어쩔 수가 없으나 그로 인한 대책은 피해를 본 농민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저온과 가뭄·폭염, 태풍 등 올해 기상은 변화무쌍했고 그 가운데 40℃를 넘나들며 최고 기록을 갱신한 폭염은 농작물은 물론 농민의 속도 까맣게 태워버리기 일쑤였다. 특히 이번 여름은 평년에 비해 온도가 4℃ 가량 높았던 반면 강수량은 50mm 미만으로 극히 적어 과수 및 밭작물의 피해가 상당했는데 그중 7~8월 꽃이 피고 꼬투리가 맺히는 콩의 피해가 극심했다.

눈까지 쏟아지던 지난 11일, 수확은 물론 수매까지 마쳤을 시기건만 이날 김씨는 보여줄 게 있다며 밭으로 향했고 말끔히 정돈된 밭 한켠엔 콩이 남아 있었다. 김씨는 “지금 보는 밭이 3,000평쯤 되는데 올여름 폭염과 가뭄으로 고사해 전부 갈아엎어버렸다. 귀퉁이의 저 콩들은 혹시나 싶어 남겨놓았지만 수확할 게 없어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5만평 규모로 콩을 재배하는 김씨는 평년 40kg 포대 600개 분량을 수확했으나 올해 수확량은 30~40개 정도에 그쳤다. 이는 평년의 5% 수준이다. 김씨는 “재배중인 ‘대원’은 우리나라 전체 콩 재배면적의 75~80%를 차지하는 품종이다. 암술과 수술이 한 꽃에 있어 웬만하면 수정이 된다. 하지만 올해 워낙 뜨거운 탓에 꽃이 한 나절도 피어있지 못하고 말라버렸다”며 “수정 자체가 잘 안 되다보니 콩이 맺히는 것도 덜했다. 일반적으로 콩 꼬투리 한 개당 세 알이 들어있는데 올해 수확할 때 보니 세 알은 찾아볼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며 힘겨웠던 한해 농사를 되뇌었다.

이어 “지자체나 정부에서 여러 대책을 추진하고 이런 사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됐지만 현장서 체감할만한 건 없었다”며 “폭염이 계속된 올 여름 제일 더울 1시쯤 집 마당에 스프링클러를 세워봤다. 물이 쭉 나오면서 돌아가는 데 13바퀴를 돌 때까지 바닥엔 흔적조차 남지 않았다. 그 정도로 뜨겁고 가물어 있는 상태인데 살수차로 물을 주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겠냐”고 따져 물었다.

대표적 가뭄 대책 중 하나인 관정 개발도 마찬가지. 바짝 마른 밭에 작물이 만족할 만큼의 지하수를 공급하려면 제법 큰 규모의 시설이 필요한데, 지자체 지원을 받아도 농가가 부담할 금액이 있고 기상이 매년 다르기 때문에 필요 여부를 단정하기 어렵다. 김씨는 “비 한 방울 안 떨어지는 것도,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논·밭이 떠내려가는 것도 3~4년에 한 번씩이다. 차라리 관정 개발에 지원하는 돈의 절반만이라도 농민에게 농약이나 비료 값 명목으로 지급하면 도움이 되지 않겠냐”고 주장했다.

정부가 가입을 독려하는 농작물재해보험에 대해서도 쓴 소리를 쏟아냈다. 김씨는 “보험 자체가 자동차나 건강보험 등 일반적인 경우와 달리 피해액의 100%를 보장하지 않는 구조”라고 설명하며 “보험 지급액 산정 시 미보상 감수량인지 20%를 제외하고 판매도 안 될 수준의 것을 수확량으로 빼고 자기 부담비율까지 제한다. 올해 수확량이 평년의 5% 수준인데 보험사에서 책정한 피해율은 20%였다”고 밝혔다.

올해 밭 4만2,000평에 보험을 가입한 김씨는 약 60만원을 가입금으로 납부했고 860만원 남짓의 보험금을 수령했다. 가입비 60만원을 제외한 800만원이 올해 수입인 셈인데, 토지 임차료 및 비료·종자·농약 값 등을 따지고 나면 빚을 면한게 다행이라 봐도 무방하다. 상당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며 사례까지 제시한 정부 발표와 상반되는 측면이다.

이날 김씨는 굵어지는 눈발에 돌아갈 길을 걱정해주면서도 “보험가입금 보조 등 몇몇 개인에 그칠 정책보다 모든 농민이 혜택을 볼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며 “대외적으로 홍보할 만큼의 가시적 효과는 없더라도 농협에 빚이 있는 농민의 무이자 및 상환 기간을 연장해주는 등의 대책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 주장했다. 덧붙여 “귀농을 결심한 16년 전이나 지금이나 정부 시책에 변화가 없다는 게 참 아쉽다. 현장에 직접 와서 농민들의 목소리를 들어주면 좋겠다”고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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