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전남 무안] “문재인정부 농정, 점수로 매길 수조차 없다”

쌀값 상승이라지만 올해도 빚만 … 쌀값 대란 다시 일어나면 ‘농민 봉기’

  • 입력 2018.12.16 18:00
  • 수정 2018.12.17 09:03
  • 기자명 박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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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올해 전남 무안에서 벼농사 4만평을 지은 임채점(56)씨가 지난 10일 기자와 인터뷰 도중 올 한 해 수입, 지출을 계산해 보자며 간략한 내역을 A4 용지에 적고 있다. 계산에 따르면 올해 임씨의 연봉은 1,750만원에 불과했다. 한승호 기자
올해 전남 무안에서 벼농사 4만평을 지은 임채점(56)씨가 지난 10일 기자와 인터뷰 도중 올 한 해 수입, 지출을 계산해 보자며 간략한 내역을 A4 용지에 적고 있다. 계산에 따르면 올해 임씨의 연봉은 1,750만원에 불과했다. 한승호 기자

“연말엔 갚아야 할 기계값, 비료값, 농약값만 남아있는 것 같다. 올해도 그럴 것 같다.”

쌀값이 올랐다고는 하나 농민들이 느끼는 체감온도는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른 봄 모내기부터 한 여름을 견디고, 가을철 수확까지 농번기 내내 구슬땀을 흘렸지만 올해도 손에 쥐는 건 갚아야 할 빚 뿐이라서다. 물론 쌀값이 곤두박질쳤던 지난 2년에 비해서야 나아졌지만 큰 차이는 없다는 게 농민들의 목소리다.

지난 10일 전남 무안군에서 만난 농민 임채점(56)씨는 “쌀값이 오른 만큼 농지 임차료도 오르는 까닭”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대부분의 농촌에서 쌀값을 기준으로 임차료를 책정하는데 쌀값이 오르면 임차료도 오르고, 떨어지면 임차료도 낮아진다는 것이다.

또한 자신은 크게 피해가 없었지만 한 여름 가뭄으로 많은 농가에서 수확량이 15%가량 줄었다고 했다. 이 또한 지역 농민들이 쌀값 상승을 체감할 수 없었던 이유 중에 하나다.

그렇다면 실제 수익은 얼마나 될까? 임씨의 올해 손익계산서가 궁금해졌다. 하지만 농사일이 바빠 가계부를 작성할 엄두도 못내는 게 농가 현실이다. 임씨도 마찬가지다. 다만 전국쌀생산자협회(쌀협회) 광주전남본부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그는 마침 쌀협회에서도 생산비 조사를 꼼꼼히 해보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던 터라 한번 계산해보자며 A4용지에 올해 농사 결과를 담담하게 써내려갔다.

그는 4만평의 벼농사와 1만평의 밭농사를 짓고 있다고 했다. 우선 밭농사의 경우 지역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밭인데 경작을 해도 소출이 안 나와 묵히던 밭들이다. 여기에 옥수수를 사료작물로 심었지만 발아가 안 돼 수확을 거의 못했다고 한다. 수익이 나지 않았다는 얘기다.

중요한 건 벼농사다. 4만평 중 자경이 1만5,000평, 임차가 2만5,000평이다. 출하처는 농협과 정부수매, 일반상인이다. 정부수매는 톤백 11개로 아직 가격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40kg 기준 6만5,000원으로 잡을 경우 톤백 1개당 130만원에, 대략 1,500만원을 받게 된다. 일반엔 3,000만원 정도 팔았다. 농협은 전체 출하의 절반 정도로 대략 7,300만원 정도라고 한다. 여기에 쌀로 지급할 임차료인 톤백 10개를 40kg 기준 6만원으로 계산한 1,200만원을 수입으로 잡으면 총수입이 나온다. 1억3,000만원 가량이다.

임씨는 여기까지 적고 “이렇게 보면 돈을 겁나게 번 것 같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지출이 남아서다. 일단 임차료다. 이 지역의 임차료는 나락으로 환산한 가격으로 1평당 평균 900원이라고 한다. 2만5,000평의 임차료는 2,250만원이다. 또 농협에 비료값으로 1,000만원을 갚아야 한다. 농약 항공방제에 560만원을 지급했고, 시중 농약사에도 지급할 돈이 남아 있다. 이를 합하면 1,000만원 가량이다. 자경하는 1만5,000평에 대한 농지값 대출 상환도 내년 1월에 3,000만원을 내야 한다. 임씨가 “그거 낼 돈이 될라나 모르겠다”고 읊조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초기 비용을 생각하면 지난해 9,000만원에 구입한 트랙터와 재작년 2,600만원에 구입한 이앙기에 대한 감가상각도 필요하다. 트랙터의 경우 수명을 길게 잡아도 10년 안팎이고 이앙기의 수명은 더욱 짧기만 하다. 농기계 감가상각으로 2,000만원을 잡았다.

또 인건비도 있다. 20대 아들과 함께 농사를 지었으니 1인당 1,000만원씩 대략 2,000만원을 인건비로 잡았다. 올해 총지출엔 1억1,250만원이 들었다.

그 결과 순수익은 1,750만원이다. 임씨의 경우 면적 기준 상위 5%에 안에 들어가는 대농이지만 겨우 손해를 면한 셈이다. 그는 “환장할 노릇”이라며 “자신의 처지가 이러한데 주변 소농들이 농사를 이어가는 것을 보면 기묘하다”고 탄식했다. 임씨는 또 “마을에선 농사를 이어갈 사람이 없어 힘에 부치면 자신에게 맡길 거라 내년이면 경지 면적이 더 늘어날 것”이라며 답답한 심경을 내비치기도 했다.

임씨는 여기에 더해 “2016년과 2017년 쌀값 폭락 당시 40kg 기준 3만5,000원을 받았지만 농민봉기가 일어나지 않은 건 그나마 목표가격을 설정하고 부족한 부분은 변동직불금으로 채워졌기 때문”이라며 “현재 직불제 개편이 논의 중인데 가격보장장치를 없애고 쌀값 폭락이 또 벌어진다면 아무리 선량한 농민들이라도 들고 일어설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특히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쌀 목표가격 설정과 직불제 개편에 대해 “문재인정부 농정은 점수로 매길 수조차 없다”며 “민주당 정권이 들어선다고 농업정책이 일거에 바뀔 거라는 기대는 안했지만 최소한의 철학은 있을 줄 알았는데 그조차도 없다”고 평가했다. 이전 정권과 달라진 게 없다는 것이다.

한편 임씨는 정부의 생산조정제도 문제라고 밝혔다. 그는 “전남이 정부가 요구한 생산조정제 물량의 95%를 채웠지만 정상적으로 수확한 농가가 없다”며 “생산조정제를 강압적으로 진행하면서 정상적 수확이 어려운 간척지까지 밭농사를 지으라는 건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날 임씨와 함께 무안에서 만난 농민들은 무안의 주산물인 양파에 대한 걱정도 한 보따리 풀어놨다. 정부에서 수입 양파를 연신 풀어 가격을 조절하고, 저장고에 냉장 양파가 쌓여있는 까닭이다.

세밑, 한 해 농사로 잠시나마 풍족함을 느껴야할 농민들의 속은 여전히 시커멓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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