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자 발표] 언제까지 기재부 핑계만 댈 거냐

  • 입력 2018.12.09 18:00
  • 기자명 배정은·강선일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배정은·강선일 기자]

지난 5일 ‘농업직불금 개편,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 참가자들은 농림축산식품부가 기획재정부에 대해 농업 예산 확보를 위한 선제 논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북 봉화군에서 온 권오현 씨는 기재부의 반대로 직불금 예산 확보가 어렵다고 한 김원일 농식품부 농가소득안정추진단장에게 문제를 제기했다. 권씨는 “지난 70년 간 거의 모든 공무원들은 농정 관련 모든 고민을 기재부에 맡기고, 계속 기재부 때문에 예산 확보가 어렵다는 핑계를 대왔다”고 비판했다. 권씨는 이어 “농식품부에서도 선제적으로 기재부 논리에 대응하면 좋겠다. 기재부를 공략하지 못하면 농식품부는 설 자리가 없다”고 주장했다.

김용빈 철원군농민회장은 농민이 변동직불금을 지원받는 게 ‘특혜’를 받는 양 호도되는 현실을 비판했다. 김 회장은 “변동직불금은 원래 지급하기로 작정하고 편성한 예산이니 지급하는 게 당연하다”며 “변동직불금이 지급되도록 쌀값 정책을 방관하거나 폭락을 유도한 정부에 책임을 물어야 하는데 책임 소재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토론회 좌장을 맡은 김호 단국대 환경자원경제학과 교수는 “직불제 개편 과정에서 가격안정을 위한 보완대책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정영이 사무총장과 박형대 위원장의 입장에 동의했다.

김 교수는 이어 “직불제 개편과 관련해 민·관 거버넌스를 통한 논의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한 팀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 동안 농업계 의견이 무시돼 왔던 건 농업계와 정부가 각기 따로 놀았기 때문이다. 박형대 위원장이 제시한 직불제 협의회 운영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원일
농림축산식품부 농가소득안정추진단장

직불금 개편 위해 국민 설득 중요

매년 평균 1조2,600억원의 직불금이 지급된 걸로 분석됐다. 어느 정도 소득효과는 있었다고 본다. 그러나 현 제도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변동직불금에 대한 WTO 지정한도가 1조4,900억원인데 현 추세라면 그 이상으로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2016년 실제로 한도에 걸려, 77억원을 농민들에게 지불하지 못했다.

2016년 변동직불금 지급 이후 국민들의 직불제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왜 이렇게 많은 돈이 들어가냐는 것이다. 우리 부처에선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 지급하는 것이라 설득하고 있다. 향후 직불금과 관련해 국민을 설득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우리 부처는 직불제 개편과 관련해 세 가지 계획을 갖고 있다. 첫째, 현재 9가지 직불제가 있는데 이를 어떻게 정리하고 방향설정을 어찌할지에 대한 내용이다. 둘째, 농가 간 소득양극화 문제를 어떻게 줄일 것인지에 대한 내용이다. 소규모 농지 소유 농가에 더 많은 직불금을 지급하려는 방침이다. 셋째, 논밭 간 균형을 맞추는 내용이다. 밭 농가에도 논 농가와 같은 수준의 직불금을 주자는 것이다. 기본 방향은 공익형 직불제로 가져갈 것이다.

이러한 기본 틀을 갖고 올해 연말까지 기본 방향 및 재정규모를 정하고 내년 6월말까지 세부 시행방향을 만들고자 한다. 6~12월 중 개정해서 2020년엔 시행한다는 게 현재 계획이다. 핵심은 재정규모다. 우리는 기재부에 1조9,000억원을 요구했는데 기재부는 1조5,000억원을 이야기한다. 농업예산을 늘리는 게 쉽지 않지만 어떻게든 설득하고 있는 상황이다.

 

박준기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박준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피해보전 논리 벗어나 공익성 강화해야

직불제는 가격지지 및 투입재 보조 등 시장왜곡 정책 폐지와 생산 중립적 지원을 원칙으로 하는 WTO 규범에 근거해 도입된 제도다. 2001년 논농업직불제 도입을 시작으로 농정에서 직불제 역할이 본격화됐다. 그런데 최근 대농에 지원되는 비중이 높다며 형평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다.

논농업직불제 도입 당시 지급단가 결정 요소 중 하나는 논·밭 간 소득격차 보전이었다. 쌀 중심인 논농사에 비해 다수의 작물을 생산하는 밭농사의 소득이 비교적 높으니 그 차이를 보전해야한다는 논지였다. 그러나 밭농업은 최근 시장개방에 따른 피해가 큼에도 상대적으로 지원단가가 낮고 낮은 수준의 경영안정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현행 쌀 변동직불제는 쌀 농가의 경영을 안정시켜줄 수는 있지만 공급과잉에 따른 시장대응에서 한계를 보이고 있다. 또 기준가격 역할을 하는 목표가격 결정의 근거가 부족하다. 시장가격과 연계해 목표가격을 설정하되 소득 감소의 일정 부분은 농가 경영비 절감, 규모화 등으로 감당하는 것이 도입 취지였으나 국회동의제 등 시장 외적 요인에 의해 목표가격이 결정되고 있다. 아울러 목표가격 방식의 변동직불제로 생산이 유도·증가될 경우 가격이 하락하는 것을 변동직불금이 보전하는 모순이 발생하고 가격 상승 시에는 작동하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다.

농업부문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을 위해서는 피해보전 논리를 벗어나 공익적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그 내용과 범위,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차, 정부의 역할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또 농업의 공익적 가치에 공감하지 못하는 국민을 설득하는 것도 중요하고 무엇보다 쌀 공급과잉에 대한 명확한 해결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오현석지역아카데미 대표
오현석
지역아카데미 대표

실제 농사짓는 ‘활동적 농가’에 집중해야

지금 정부의 정책기조는 ‘소득 주도성장’ 정책을 중심에 두고 취약계층의 가처분 소득을 늘리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현재 정책기조와 관련해 직불제 논의도 재해석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직불제를 먼저 안착시킨 유럽의 사례를 보면, 유럽연합(EU)은 90년대 초반에 직불제 중심 농업정책으로 전환했다. 다만 완전한 직불제 중심 농정으로 전환하는 데 시차를 뒀는데, 점차 농산물 목표가격을 낮추면서 직불금을 늘리는 방향으로 가다가 2000년대에 목표가격을 없앴다.

직불제 개편에 있어 중요한 것은, 효과도 없고 효율성도 떨어지는 데다 시장왜곡적인 각종 보조투입예산을 모조리 직불제 예산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농업예산 증가분 및 기존 직불금까지 포함해서 시작해야 한다. 그렇게 확보되는 예산이 2~3조원 정도인데, 이를 단계적으로 확충해 문재인정부 임기 내에 농업예산의 30%까지 확보하자는 게 대전제이다.

기초직불제와 관련해서 보면, 우리나라 전체 농가의 절반이 0.5ha 미만 경지를 가진 농가이다. 그 중 농업소득을 통해 가계소득을 충당하는 비중은 5%도 안 된다. 현장에선 실제 노동력을 가진 사람이 농촌에서 노동하며 가계지출을 감당하도록 만드는 방향으로 직불제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와 관련해 나오는 개념이 ‘활동적 농가(Active Farmer)’로,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농정개혁 태스크포스에선 직불제 개편안을 ‘하후상박’ 개념에 따라 만들어 대상은 ‘활동적 농가’에 국한시키자는 입장이다. 요컨대, 어떤 계층의 농가가 지속가능한 농업의 주체가 될 수 있는지를 고려하는 방향으로 직불제가 만들어져야 한다.

 

정영이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사무총장
정영이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사무총장

여성농민 차별 극복 위한 직불제 필요

직불금 개편은 첫째, 대농 중심 농업구조를 극복하고 소농 중심 지속가능한 농업의 담보, 둘째, 식량주권 실현, 셋째, 통일농업 실현, 넷째, 도농 간 및 농민 간 소득격차 해소 등을 원칙으로 삼아 추진해야 한다. 가격지지 정책과 농업소득 정책이 함께 가야 하는 건 당연하다. 이를 위해선 현재의 부족한 농업예산도 더 늘릴 필요가 있다. 특히 공익형 직불제가 변동직불제의 폐지와 연동되는 식으로 개편하는 건 안 된다.

이와 함께, 직불제 개편 과정에서 여성농민이 차별·소외받지 않는 정책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특히 여성농민의 ‘농민’으로서의 법적 권리, 직업적 권리를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절실하다. 오랫동안 농가 ‘공동경영주’로서의 지위를 갖추기 위해 여성농민들이 투쟁해 왔음에도, 여전히 농식품부 통계상 공동경영주 등록 여성농민은 30%도 안 되는 현실이다.

농민수당 논의와 직불제 개편 논의는 별개로 이뤄져야 한다. 농민수당은 농민의 공익적 가치를 이야기한다. 그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이뤄져야 하는데, ‘농가'가 아닌 실제 농촌에 거주하며 농사를 짓는 개별 '농민'에게 지급돼야 한다. 이는 여성농민의 동일한 노동과 그에 따른 동일한 가치 인정 및 권리 보장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오는 18일 유엔 총회에서 유엔 농민권리선언의 통과가 확실시되고 있다. 유엔 농민권리선언은 여성·남성 농민의 권리를 지킴과 함께 식량주권·생물다양성을 보장하고 포괄적 농업개혁 실시, 토지수탈로부터 농민을 보호하는 조치를 취하는 데 대한 국제적 근거를 마련하게 된다. 우리의 직불제 개편 및 농민수당 관련 논의도 이러한 흐름 속에서 이뤄져야 한다.

 

박형대민중당 전남 농민위원장
박형대
민중당 전남 농민위원장

면적·규모중심 정책 한계 극복 절실

지금 정부여당의 직불제 개편안은 문제가 있다. 규모중심, 면적중심 직불제 정책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정부 개편안에 따르면 변동직불금을 폐지해 기본직불금에 통합운영해 1ha당 직불금을 50만원 인상한다고 가정 시, 0.1ha 농가는 현재 10만원 받는 걸 80만원 더 받고, 6ha 농가는 현재 600만원에서 300만원을 더 받아 900만원을 받게 된다. 이대로는 소농은 대농보다 직불금을 더 받을 수 없다.

직불금 1,000만원을 받는 농가는 곡물건조기도, 지게차도, 드론 농약기계도 지원 받는다. 그러나 500평 농가는 평생 가도 제대로 된 지원을 못 받는다. 면적단위 중심 정책을 버리지 않으면 양극화 및 민·관 유착을 부를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관에 ‘줄서기’하는 농민을 만들게 된다.

직불제와 함께하는 가격정책을 만들어야 하는데, 정부는 변동직불제 폐지의 대안을 그냥 시장에 맡기자는 식이다. 공무원들은 농민에게 직불금 주면 소득은 똑같다는데, 탁상공론이다. 농산물 가격보장은 농민의 사회경제적 권리로, 직불금 정책만 만들고 가격보장 정책이 없다는 건 농민이 사회로부터 ‘지원받는 대상’으로 낙인찍힘을 의미한다. 농산물 가격정책은 주요농산물 공공수급제로 가야 한다.

또한 농민 중심 직불제 개혁위원회를 만들어야 한다. 농민 입장에 동의하는 관료와 전문가를 초빙해 농민 비중이 50% 이상인 위원회를 만들고, 여기서 직불제 초안을 만들어야 한다. 농정개혁의 중심은 어디까지나 농민이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