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있으면 누가 농사꾼을 알아줍니까”

‘쌀 목표가격 24만원’ 농성장 지키며 목소리 내는 농민들

  • 입력 2018.12.09 18:00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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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 마련된 ‘밥 한 공기 300원 보장 쌀 목표가격 24만원 쟁취 농민농성장’에서 전북지역 농민들에 이어 릴레이농성을 시작한 광주전남지역 농민들이 하루 일정을 마치며 “밥 한 공기 300원 쟁취하자”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 마련된 ‘밥 한 공기 300원 보장 쌀 목표가격 24만원 쟁취 농민농성장’에서 전북지역 농민들에 이어 릴레이농성을 시작한 광주전남지역 농민들이 하루 일정을 마치며 “밥 한 공기 300원 쟁취하자”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쌀 목표가격 재설정을 앞두고 6,000여명의 농민들이 쌀값 보장과 농정개혁 촉구를 위해 여의도를 찾았다. 전국민중대회에 힘을 보탠 농민들 대부분은 농사현장으로 돌아갔지만, 누군가는 남아서 계속 국회에 목소리를 내기로 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농민의 존재와 가치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서 나왔다고 한다.

“농성장에 어떤 사람이 와서는 자기도 농민의 자식이라고 합니다. 국회의원도 자기들이 농민의 자식이라고 소개합니다. 경찰들도 농민의 자식이랍니다. 이놈의 자식들은 다 농민의 자식이라면서 실제로 부모와 같은 농민들을 어떻게 대접하고 있습니까? (국회와 경찰병력을 바라보며) 거기 잘 들리십니까? 이 농민의 자식들아.” - 장귀영 강진군농민회 사무국장

오랜 세월 쌓인 불신과 절망을 재료삼아 농민들은 의사당대로 교통섬에 농성천막을 세웠다. 집회·시위 금지구역인 국회 바로 앞에선 농성할 수 없어 그나마 최대한 가까운 지점을 찾은 것이 왕복 6차선으로 차량이 지나다니는 도로 한가운데였다. 지난달 22일 나락 적재 투쟁 당시 이곳에 쌀을 내려놓으면서, 시설농사에 이골이 난 농민 몇몇이 주축이 돼 하우스용 비닐까지 동원하며 제법 따뜻한 투쟁거점을 만들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소속 농민들은 지역별로 순번을 정해 하루씩 농성장을 지키며 선전전을 펼쳤다. 매일 오후 2시에 교대 및 투쟁선포식이 열리고 나면 각자 구역을 나눠 국회와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 앞 등에서 동시다발적 1인 피켓시위를 이어갔다. 농성장에서 밤을 보낸 다음엔 오전 출근시간대 국회대로를 지나가는 시민들과 차량을 상대로 한 시간이 넘는 호소성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외에도 첫 순서를 맡았던 전북농민들은 국회를 찾아 정동영·정운천·김종회 국회의원을 면담했고, 바톤을 이어받은 전남과 경북의 농민들은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직불제 개편 관련 토론회에 참여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했다.

지난 3일부터 시작된 릴레이 농성은 9일까지 5일 동안 전농 전북도연맹, 광주전남연맹, 경북도연맹, 부산경남연맹, 충북도연맹이 돌아가며 참여했다. 주말 동안 잠시 휴식을 취한 농민들은 이날(10일)부터 다시 농성장을 열고 강원도연맹, 충남도연맹, 경기도연맹, 광주전남연맹, 부산경남연맹 순으로 14일까지 투쟁을 이어간다.

 

[인터뷰] 아버지와 함께 피켓 든 23살 청년농민

농성 2일차 전남농민들의 순서엔 이런 현장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앳된 얼굴이 보였다. 한국농수산대를 막 졸업하고 무안군 몽탄면에서 아버지 임채점(55)씨의 벼농사를 돕는 아들 임승현(23)씨다.

 

젊은 친구가 여기 계셔서 깜짝 놀랐다.

뭘, 이런 곳에 처음 나온 것도 아니다.

 

농사는 적성에 맞나.

손에 맞아서 한다기보다 먹고살아야 하니까 한다. 그걸 떠나서, 누군가는 해야 하니까 한다.

 

주변에 또래 농부들은 있나.

마을에는 전무하다. 면까지 내다보면 있을 수도 있겠는데, 그래도 20대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고. 30대는 한 두 사람 보일까. 우리 마을 보면 갈 날 머지않은 분들 밖에 안 남았다. 일단 마을이 사라지기 일보 직전이다.

사람이 많이 줄기도 했고, 빈집도 많아졌다. 농사를 지으려면 인력이 필요하니까 예전에는 마을 할머니들께 부탁했는데 이젠 인력을 사올 수밖에 없다. 마을의 활동이 많이 줄어든 것이 가장 크게 느껴진다.

 

농촌에 가장 필요한 정책의 손길은 뭔가.

무조건 가격이다. 솔직히 가격만 보장해주면 심각하게 걱정할 일들이 많이 사라질 것이다. 인력은 인구감소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쳐도, 생산적인 면에서 보면 우리는 농업기술이 부족한 나라도 아니다. 일한 만큼 보장받고 싶다. 이제 제가 부모님 세대가 될 때쯤이면 농촌엔 정말 사람이 없을 거다. 우리가 얘기하고 언론에 보도되는 농촌의 문제는 정말 과장된 부분이 하나도 없다고 봐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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