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직불금 확대가 농정개혁의 척도다

같은날 열린 두 농정 토론회

  • 입력 2018.12.09 18:00
  • 수정 2018.12.09 21:48
  • 기자명 홍기원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쌀 목표가격 결정과 직불제 개편을 놓고 국회에서 여야가 설전을 벌이는 가운데 농민들은 직불제 개편과 더불어 농산물값 안정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4일 충북 청주에서 20년 동안 농사지어온 한 농민(48)의 마이너스 통장에 9월 21일 정부로부터 입금된 논·밭 직불금 명세가 차례로 찍혀 있다.한승호 기자
쌀 목표가격 결정과 직불제 개편을 놓고 국회에서 여야가 설전을 벌이는 가운데 농민들은 직불제 개편과 더불어 농산물값 안정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4일 충북 청주에서 20년 동안 농사지어온 한 농민(48)의 마이너스 통장에 9월 21일 정부로부터 입금된 논·밭 직불금 명세가 차례로 찍혀 있다.한승호 기자

[한국농정 홍기원 기자]

지난 5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원장 김창길, 농경연)은 우리나라 농민의 뒤통수를 치는 보고서 하나를 소개했다. 농경연은 지난해 2월부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한국농업의 혁신에 관한 연구를 수행했으며 그 결과를 이날 발표한 ‘한국농업 혁신, 생산성, 지속가능성 보고서’에 담았다.

이 보고서는 농업과 관련된 다양한 정책이 농식품 분야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주요한 정책권고를 제시하고 있다. 보고서는 농업지원을 쌀 생산과 농가소득 지원 중심에서 장기적인 농업 생산성 향상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투자로 재편하고 일반 사회보장시스템이 조기은퇴 및 젊은 상업농에 대한 자원 이전에 기여하도록 자격기준 조정 및 인센티브를 제공하라고 권고했다.

이어 농협과 민간 농업서비스, 농자재 기업 간 공정경쟁 보장과 국경 보호 및 품목 특정 지원을 감축하고 시장에 역할을 부여하라고 제언했다.

초국적자본의 이해를 대변하는 OECD의 주장이야 새로울 게 없다. 직불금을 축소해 중소농들은 망하게 내버려두고 상업농에 투자를 집중해 생산성을 높여서 늘 농민들이 공급과잉에 시달리게 만들라는 얘기를 농민들이 알아듣기 힘들게 주장하려고 매번 표현만 달리했을 뿐이다.

우리의 농정은 구태여 OECD가 보고서를 낼 필요도 없이 이런 방향으로 추진됐다. 각종 보조사업이 대농에게 집중된데다 직불금도 면적에 따라 대농에게 더 많이 지급된 결과, 대농은 상업농으로 진화한 반면 중소농은 농촌에서 버티기도 힘든 양극화를 불러왔다.

농경연과 OECD는 이날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세미나를 열고 이 보고서를 공개했는데 세미나에 참석한 인사들의 발언을 보면 문재인정부의 농정개혁도 기대하기 힘들어 보인다. 김창길 농경연 원장은 “OECD의 권고가 우리에게 시기상조라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이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책권고를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경규 농림축산식품부 기획조정실장은 “OECD가 제3자의 객관적 시각에서 고찰한 유의미한 보고서”라 추켜세우며 “OECD 정책권고는 국제 수준에 걸맞는 향후 정책방향을 제시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들에게 농정개혁을 기대하긴 어려워 보인다.

공교롭게도 같은날, 본지와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은 국회 의원회관에서 ‘농업직불금 개편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를 열고 직불금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농업직불금 개편은 곧 농업직불금 확대를 뜻한다. 그래서 더 많은 농민들이 우리 농촌에서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려면 정부와 전문가만 바라보고 있으면 안 된다. 농정개혁의 주인공은 반드시 농민이 돼야 한다. 정부와 전문가는 개혁해야 할 대상이다. 개혁대상이 개혁을 주도하고 ‘무늬만 농민’인 이들이 박수치는 그런 농정의 퇴보가 되풀이되선 안 된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