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두려워 쇠고기 수입?

네덜란드·덴마크산 위생·안전 문제없다며 일방적 수입 추진

한우협회 “EU산 수입 크게 늘 것 … 국내 농가 보호대책부터”

  • 입력 2018.12.09 13:40
  • 기자명 배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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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배정은 기자]

유럽연합(EU)이 우리나라에 네덜란드와 덴마크산 쇠고기 수입을 허가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네덜란드·덴마크를 시작으로 EU 국가들의 수출국이 확대될 우려와 국내 한·육우 농가를 보호할 제도는 전혀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자급률의 지속 하락 및 국내 소 사육농가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지난 3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네덜란드·덴마크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안’ 공청회를 열었다.

지난 3일 국회 농해수위 회의실에서 열린 네덜란드·덴마크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안에 관한 공청회에서 김홍길 전국한우협회 회장(맨 오른쪽)이 공청회가 끝난 뒤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차관(맨 왼쪽)에게 다가가 협회가 추진 중인 한우수급조절사업인 미경산우 비육을 승인해달라고 강하게 말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3일 국회 농해수위 회의실에서 열린 네덜란드·덴마크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안에 관한 공청회에서 김홍길 전국한우협회 회장(맨 오른쪽)이 공청회가 끝난 뒤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차관(맨 왼쪽)에게 다가가 협회가 추진 중인 한우수급조절사업인 미경산우 비육을 승인해달라고 강하게 말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정부는 지난 2000년 12월 30일부터 유럽국가의 살아있는 소, 쇠고기, 소 정액, 소 수정란 등의 수입을 금지한 바 있다. 유럽에서 소해면상뇌증(BSE) 발생이 빈번했기 때문인데 당시에는 BSE와 관련한 과학적 지식이나 안전교역 품목이 정립되지 않아 해당 국가들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그러나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재개된 데 이어 2011년에는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에 대한 심의가 진행되자 EU에서도 수입을 허용해줄 것을 적극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EU는 우리나라가 네덜란드와 덴마크의 수입을 허용해주지 않을 경우 WTO에 제소할 것이라고 우리 정부를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네덜란드와 덴마크가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서 ‘BSE 위험무시국’으로 인정받음에 따라 수입을 거부할 명분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공청회에 참석한 정부를 비롯한 수의학 교수들은 네덜란드와 덴마크의 쇠고기가 안전상으로 큰 문제가 없다는 것에 초점을 맞춰 발표를 이어갔다. 아울러 네덜란드와 덴마크에서 들어오는 쇠고기의 양이 소량이고 수입육 사이의 경쟁이 될 뿐이어서 국내 쇠고기 자급률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에 공청회에 참석한 김홍길 전국한우협회장은 “자국 농가 보호대책 없는 수입에 반대한다. 한우 사육두수도 수입육 저장량도 포화상태인 상황에서 또 다시 일방적으로 수입을 늘리는 게 말이 되는가”라며 “수출국가는 네덜란드·덴마크를 시작으로 EU 전체로 확대될 것이다. 정말 몰라서 그러는건가. 자급률은 농가가 알아서 올리라는 말인가”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박주현 민주평화당 의원은 쇠고기를 추가로 수입할 이유에 대해 농식품부에 질의했으나 EU의 요청을 거절할 경우 WTO에 제소될 가능성이 크고 제소가 된다면 승소하긴 어렵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아울러 국내 한우농가에 대한 보호대책을 마련했느냐는 질의에 김현수 농식품부 차관은 “그 동안 한우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꾸준히 노력했다”고 항변했으나 그럼에도 자급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폐업·도산하는 한우농가가 발생하는 것이 잘못된 정책 탓이 아니냐는 질책으로 이어졌다.

이날 농해수위 위원들은 식품의 위생에 관련한 공청회임에도 식약처가 참석하지 않은 점, 생산자단체가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점을 들어 네덜란드·덴마크 쇠고기 수입 허가여부를 논하는 공청회를 다시 열기로 결정했다.

한우협회 관계자는 “한돈도 유럽산 수입이 시작되면서 자급률이 80%에서 70%로 떨어졌다고 한다. 처음에 수입되는 물량이 적으니 영향이 없을 것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베리코 돼지고기가 그렇게 시장을 잠식할 줄 알았겠나”라며 “정부는 그렇다고 치더라도 국내 대학에서 수의학을 가르친다는 박사들이 네덜란드·덴마크산 쇠고기가 안전하니 수입해도 무방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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