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발표] 직불제 개편, 개악 아닌 개혁 되려면

쌀 목표가격과 분리해 논의해야 … 변동직불제 폐지 전 농민·농산물 보호대책부터

주요농산물 공공수급제·농민수당 도입이 열쇠 … 비농민 지주의 부당수령 근절해야

  • 입력 2018.12.09 13:10
  • 수정 2018.12.10 09:33
  • 기자명 배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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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배정은 기자]

 

지난달 18일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농업직불제 개편을 위한 ‘농업소득의 보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고정·변동·조건불리 직불금 통합 △기준면적 이하 소농에 동일금액 지급 △기준면적 이상 농가 면적 적을수록 높은 단가 적용 △통합 직접지불 재정규모 1조8,000억원 이상 △2020년 변동직불제 폐지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에 농민들은 당황스럽다는 입장이다. 일단 농민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임에도 농민과의 소통이 없었던 것이 가장 큰 문제고, 직불제 개편이 쌀 목표가격과 연동돼 논의되는 것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한편으로는 그간 농정과 관련해 일언반구 없던 문재인정부가 직불제를 통한 농정체계 개편을 제시했다는 것 자체로도 다행이라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농정적폐를 청산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직불제를 간단히 손보는 수준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농민들의 입장이다. 농업의 지속가능과 농민의 소득 보장을 위한 과감한 직불제 개혁, 이를 위해 정부는 농민과 소통을 강화해 우리 농정의 근본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해야 한다. 또 이를 위해서는 매년 줄어드는 농업예산의 확대도 뒷받침 돼야 한다.

직불제 개편을 농민과 국민에게 올바른 방향으로 이루기 위해 농민의길과 위성곤·오영훈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종회 민주평화당 의원은 지난 5일 국회에서 ‘농업직불제 개편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를 열었다.

쌀 목표가격 결정과 직불제 개편을 놓고 국회에서 여야가 설전을 벌이는 가운데 농민들은 직불제 개편과 더불어 농산물값 안정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4일 충북 청주에서 20년 동안 농사지어온 한 농민(48)의 마이너스 통장에 9월 21일 정부로부터 입금된 논·밭 직불금 명세가 차례로 찍혀 있다. 한승호 기자
쌀 목표가격 결정과 직불제 개편을 놓고 국회에서 여야가 설전을 벌이는 가운데 농민들은 직불제 개편과 더불어 농산물값 안정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4일 충북 청주에서 20년 동안 농사지어온 한 농민(48)의 마이너스 통장에 9월 21일 정부로부터 입금된 논·밭 직불금 명세가 차례로 찍혀 있다. 한승호 기자

 

[주제발표]

강광석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강광석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정부는 변동직불금 폐지를 골자로 한 직불제 개편 카드를 꺼내든 이유로 ‘규모가 큰 쌀 농가’를 지목했다. 규모 상위권 7% 농가가 직불금의 38%를 수령하고 있으며, 전체 직불금 가운데 쌀 직불금의 비중이 높아졌다는 이유다. 또 쌀 목표가격이 높으면 쌀 생산량이 더 늘고 이는 쌀값 폭락으로 이어져 결국 쌀 직불금 지급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핑계를 대고 있다.

강광석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은 지난 5일 토론회에서 “수입농산물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며 지금껏 농업의 규모화를 부추겼던 것은 정부인데 이제와 대농 때문에 중소농이 피해를 보는 것처럼 몰아가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하면서 “전체 직불금 중 쌀 직불금 비중에 높아진 이유는 쌀값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쌀값하락의 원인을 과잉생산 탓으로 돌리며 이를 목표가격 인상과 연동해 논의하고 있지만 쌀 생산량의 증가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기후와 농지규모”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간 정부는 밭 직불금을 논 직불금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는 농민들의 요구를 예산상 이유로 거절했다. 또 2018년 10% 수준의 채소가격 안정제를 2022년까지 30%로 확대하겠다더니 2019년 관련 예산은 오히려 올해보다 줄어든 161억원에 불과하다”며 쌀농사의 문제가 아니라 정부의 밭농사 홀대가 진짜 문제라고 덧붙였다.

직불제 개편은 쌀 목표가격과 별도로 논의해야 할 사안이며, 이는 한국 농업의 근본적 문제를 푸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 농민들의 요구다. 현장농민과의 소통이 없는 밀실회의로 결정될 것이 아니라 농민에 의한, 농민을 위한 개편이 돼야 한다는 뜻이다.

농민들은 변동직불제를 폐지하기 전에 농산물 가격 안정대책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주요농산물 공공수급제와 농민수당이 도입돼야 한다고 제안한다.

주요농산물 공공수급제는 농산물을 공공재로 인정하고 농산물 수급에 정부의 책임을 강화하는 것으로 주요 농산물 수확기에 적정량을 국가가 매입해 농산물의 가격 폭등과 폭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제도다.

농민수당은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인정하고 이를 강화하기 위해 정부가 농민에게 지급하는 지원금으로 농업가치 증진을 위한 사회적 책무를 실현하는 기능을 담고 있다.

또 생태환경에 기여하는 친환경농가의 소득을 보전하고 이를 장려하기 위해 지급상한선과 지급기한이 있는 무농약·유기농 농가의 직불제가 기본직불제와 동일하게 개편돼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된다.

무엇보다 직불제 개편에 앞서 직불금 부당수령은 반드시 바로잡아야 할 문제다. 전체 농지의 50%를 비농민이 소유하고 있는 잘못된 농지소유 구조 탓에 농사를 짓지 않는 땅 주인이 직불금을 직접 수령하거나 임대료를 올리는 등 부당하게 자신들의 배를 불리고 있는 것이다. 농지문제에 대한 근본적 고찰이 필요한 대목이다.

적폐농정의 청산을 외치는 농민들의 요구는 간단하다. 농업의 잘못된 현실을 근본부터 해결할 것과 현장농민과의 소통으로 문제를 해결할 것 그리고 농업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면 매년 축소되고 있는 농업예산부터 확보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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