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급식이 우스워?

  • 입력 2018.12.02 18:00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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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언젠가부터 ‘급식’이란 단어를 초·중·고등학생 비하 용도로 쓰는 경우가 종종 보인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공공급식 체계가 사람들에게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고 있음을 생각할 때, ‘급식’이란 단어가 그런 식으로 쓰이는 게 썩 보기 좋진 않다.

이게 다 이유가 있다. 급식과 먹거리 자체를 우습게 여기는 풍토 때문이다. 그 주체는 누구일까. 우선 언론에도 자주 등장하는, 대놓고 급식 갖고 장난치는 사람들이다. ‘급식 장난’은 학교 및 어린이집, 요양시설 등 곳곳에서 벌어진다. 최근 언론에 공개된 한 어린이집의 엉터리 급식은 말할 것도 없다. 급식비를 줄여놓고선 식재료 공급업체와 담합해 가짜 영수증을 만들거나, 일반 식재료를 유기농 식재료라 속이는 장난질도 비일비재하다.

더 깊이 들어가면, ‘높으신 분들’부터가 먹거리를 우습게 여겨서 그렇다. 정부는 먹거리 정책에 관심이 없다. 왜냐고? 첫째, 먹거리 질 개선에 관심이 없다. 먹거리 사각지대가 생겨 어린이집에서 엉터리 식사를 받는 국민이 있어도 나 몰라라, GMO 식재료가 식판에 올라도 국민들이 주장하는 GMO 먹거리 차단, 아니 하다못해 뭐가 GMO인지 표시라도 하자는데 나 몰라라 한다. 심지어 표시제 강화는 대통령이 후보 시절 약속한 내용인데도 말이다.

둘째, 공공급식 확대·관리정책에 관심이 없다. 광역지자체들은 먹거리 정책이 중요하다는 걸 알고 광역급식지원센터 건립이니, 도농상생 공공급식이니 하며 여러 정책을 펼친다. 이 정책들이 더 효과를 거두려면 중앙정부가 학교급식법 개정을 통해 지원도 하고, 조율 작업도 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친환경 공공급식 확대에 대해 이렇다 할 정책을 보인 게 없다. 학교급식법 개정안은 국회 문 밖을 못 나가고 있고, 학교급식 상의 친환경먹거리 공급 확대 정책 또한 아직 없다. 이 역시 대통령 공약이었다.

국가에서 급식·먹거리 정책을 적극적으로 실행하지 않는다는 건, 급식과 먹거리를 우습게 여기는 거라 봐도 무방하다. 농민·소비자·시민사회단체들이 9월부터 두 달 간 청와대 앞에서 단식농성을 감행한 데는 농업·농민 정책 및 먹거리 정책을 대통령부터 관심 갖고 실행할 것을 촉구하기 위해서였다. 계속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다면 농민과 소비자들은 이렇게 일갈할 수밖에 없다. “급식이 우스워? 먹거리가 우스워? 농민이 우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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