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락시장 위탁수수료의 향방은?

  • 입력 2018.12.02 18:00
  • 수정 2018.12.04 09:23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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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가락시장 도매법인인 한국청과의 위탁거래 수수료 7% 인상 논란은 이틀 만에 없던 일로 일단락됐지만 도매법인 위탁수수료 문제를 다시 한 번 돌이켜보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지난달 26일 서울 가락시장 각 도매법인 경매장 앞에서 농산물 하역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한승호 기자
가락시장 도매법인인 한국청과의 위탁거래 수수료 7% 인상 논란은 이틀 만에 없던 일로 일단락됐지만 도매법인 위탁수수료 문제를 다시 한 번 돌이켜보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지난달 26일 서울 가락시장 각 도매법인 경매장 앞에서 농산물 하역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한승호 기자

시간을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종전까지 가락시장 도매법인들의 위탁수수료는 4%였다. 그런데「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이 개정되면서 출하자가 부담하던 표준하역비(규격출하품 하역비)를 도매법인이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왔다. 이미 IMF 경제위기 등을 겪으면서 수수료를 인하해 왔던 가락시장 도매법인들은 더 이상의 부담을 떠안을 수 없다고 항변했다. 결국 위탁수수료는 기존 4%에 품목별 표준하역비를 정액으로 얹어 붙이는 ‘4%+α’ 형태로 합의됐다. 불행의 시작이었다.

농안법은 분명 도매법인의 부담을 늘리고 출하자들의 부담을 경감시키도록 했다. 그래서 가락시장 외 다른 시장에선 아무리 경영조건이 열악하고 불안정한 도매법인이라 할지라도 2001년 이후 추가 지출을 감내해오고 있다.

물론 당시 가락시장과 여타 시장의 상황을 1대1로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다. 대부분의 도매시장이 표준하역비 적용범위를 상자+팰릿출하품으로 규정한 반면 가락시장은 비닐·망을 포함한 모든 포장출하품으로 규정했다. 지출 규모 자체에 엄청난 차이가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농안법 취지에 비춰보건대 가락시장에서도 최소한 하역비의 일부분이나마 도매법인이 분담케 하려는 고민은 반드시 있어야 했다. 결과적으로 농안법을 비웃기라도 하듯 가락시장에서 도매법인의 부담은 단 1원도 늘어나지 않았고 출하자들의 부담은 단 1원도 줄어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문제는 더욱 불거졌다. 가락시장 청과부류 거래액은 2002년 2조원에서 2017년 4조원 규모로 늘어났다. 도매법인 곳간에 해마다 수십억원씩 쌓여 갔지만 기형적인 수수료체계는 그대로다. 3년에 한번 반영되는 하역비 인상분조차 꼬박꼬박 출하자가 추가 부담해오고 있다.

가락시장 개설자인 서울시는 지난해 장고 끝에 결단을 내렸다. 조례 개정을 통해 최소한 앞으로 표준하역비의 추가 인상분만큼은 도매법인이 부담하도록 만든 것이다. 이어 지난 6월엔 가락시장 도매법인들의 수수료체계와 표준하역비 전가 문제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담합 판정까지 내려졌다.

도매법인들은 서울시의 조례개정에 대해서도, 공정위의 담합 판정에 대해서도 불복 소송을 제기했다. 조례 소송에선 1심 승소 판결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소송의 결과와 상관없이 가락시장 도매법인들의 수수료체계는 전에 없던 주목을 받게 됐다. 어떤 식으로든 개선을 고민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끊임없는 논란과 갈등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돌아가는 상황에 짜증이 났던 걸까. 가락시장 도매법인인 한국청과는 지난달 19일 위탁수수료를 법정 상한인 7%로 인상하겠다는 폭탄선언을 했다. 비록 농민들과 농식품부에 막혀 이틀만에 계획을 철회했지만 모두로 하여금 가락시장 위탁수수료의 향방을 다시 한 번 진지하게 고민케 만드는 계기가 됐다.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은, 농민들은 가난하고 도매법인은 부자라는 것이다. 농안법을 기형적으로 비틀어가면서까지 도매법인이 출하자 지원에 인색할 명분은 없다. 스스로 농민의 편임을 자처하는 도매법인이라면 농민들과 단돈 1원이라도 부담을 나누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물론 그것은 ‘수수료 7%’같은 기이한 방법으론 어떻게 하더라도 이룰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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